다산책방 416

덕적도

절벽 끝에 서니 다리가 부들 부들 상체가 앞으로 기울고 오금도 굽혀있다. 평생 30살 마음나이 대로 살 줄 알았는데 어느덧 60살도 넘어가는 마음나이가 되었다. 절벽 위에서 인생 샷을 찍으라는 말에 유혹이 있었지만 바위를 꼭 껴안고 돌아가야하는 길이다.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둔한 트레킹화, 힘없는 오른팔 무엇보다 마음이 가질 않아서 포기했다. 잘했군 잘했어 ~~~ 뻣뻣한 몸에 마음은 굳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까이 굴업도가 보인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작년 대이작도 비박을 하고 섬 비박에 마음이 간다 섬이 많은 나라에 살아서 행복하다. 바갓수로봉 전망이 참 좋다. 팔이 다시 올라가서 너무 좋다. 만세~~~ 농어를 낚은 분을 만났다. 아가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운 나쁜 농어의 명복을 빌게 된다. 구비구..

한라산 돈내코 코스(5월17일)

안개가 자욱하여 한치 앞이 안보였다. 겨우 돈내코 탐방로란 팻말을 발견하고 출발점을 잡았다. 희미하게 엉겅퀴가 가득한 공동묘지 밭이 보였다. 으스스한 시작이다. 비가 거의 그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이슬방울 목걸이가 주렁주렁 밤새 거미가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살짝 비껴서 걸어가다가 뱀, 진드기 생각이 나서 계단길에 들어섰다. 데크길이 끝나고 한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밀림속으로 갔다. 한라산 둘레길을 걷는 분이 찍어주셨다. 사진을 찍는 어르신 두분이였다. 비비꼬인 나무다. 어릴때 덩굴식물들이 감아올라오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 한다. 아열대 숲이라더니 흔히 접하는 숲이 아니다. 이런 촉촉한 길이면 온종일 걸어도 좋겠다. 썩은 물통이란 지명을 지난다. 누가 지웠을까? 얕은 ..

한라산 영실코스(5월16)

관음사쪽으로 탐방을 예약했다가 5월18일로 연기하고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영실코스를 택했다. 기암괴석이 멋지고 철쭉이 한참 아름답게 핀 영실코스다.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가 크다. 적송들이 안개속에 성곽처럼 둘러있다. 산죽들이 무성하다. 비와 바람이 세차다 전망은 안개속으로 숨어버렸다. 계단이 미끈미끈 거린다. 안개야 사라져라~~ 바람아 멈추어 다오~~ 비를 피해서 우거진 나무 밑에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하늘로 날아갈래~~~ 10센티도 뛰어지질 않는다. 키작은 철쪽들도 산죽들이 자꾸만 덮어간다. 영실기암도 보지 못하고 남벽분기점을 가는길은 안개가 가득하다. 오늘은 전망이 없는 산행이라 아쉬웠다. 내일 돈내코 코스로 남벽분기점 까지 갈 생각이니 하산을 여기서 했다. 빗길이라 미끌미글 거리는 하산길이다..

우도 즐기기(5월15일)

충분히 지쳐있었다. 코로나19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했다. 2020년은 최악으로 힘들었다. 생전 처음으로 응급실도 입원해봤고 몇 건의 수술도 받았다 우울 더하기 우울 눈가는 자꾸만 촉촉해지고 민망하리만큼 말하던 중에 자꾸만 글썽이고 있었다. 산으로 떠나고 싶었다. 산산산 푸르름이 위안을 주겟지. 4박5일 제주도 여행은 떠나기 5일전에 결정해서 비행기표 숙박 렌트카를 한꺼번에 예약할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4일간 산만 가는 계획을 세웠었다. 첫날은 중문 숙소 근처를 간단히 여행하고 둘째날부터 영실코스 셋째날 돈내코코스 넷째날 관음사 코스를 왕복하면서 오직 한라산만을 다니기로 했었다. 몇주전 제주도여행을 한 큰딸이 우도가 너무 좋았다고 꼭 가보라고 했다. 우도가 젊은연인들의 천국이 되어있었다...

일림산 철쭉산행

전날 밤새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산은 더욱 싱그러워졌다. 작년 하산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쭉쭉 뻗은 삼나무가 멋지다. 올해는 3월에 봄이 와서 3월말 벛꽃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계속 쌀쌀한 꽃샘추위가 가득하였다. 작년에 비해 꽃들이 작고 창백했다. 아마도 꽃 봉우리가 생기고 냉해를 입은것 같다. 올해 3월을 견디기 너무 힘들었는데 힘없어 보이는 꽃들도 나처럼 3월이 힘들었나 보다. ㅎㅎ 완전 내맘대로 해석이다. 내 나무라고 불렀다. 다음에 오면 기억할수 있을까? 밤새 히말라야 강풍이 몰아쳤다. 폭풍의 언덕에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를 만나고 왔다. 오래전 읽은 책이라 기억도 희미하지만 애증과 사랑과, 복수 그리고 가장 슬픔은 죽은 캐서린을 더이상은 볼수도 만질수도 증오할수도 사랑할수도 없게 되버린 히스클..

영남알프스 환종주

전날 호박소 주차장에서 간단한 잠을 자고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태풍 영향을 받아서 대단한 강풍이 불었다. 몸이 날아갈 정도이고 차들도 털썩털썩 흔들렸다. 휴게소에서 오뎅을 먹으며 바람이 잦아들길 기다리는데 바람은 계속해서 더 강해지고 있었다. 영남알프스 환종주가 목표라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산을 올라서면 바람에 날라갈것 같았다. 오십견의 고통으로 마음도 많이 약해지고 일행도 걱정을 해서 좀 더 편안한 임도길로 간월재에 가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에 임도길을 선택했는데 지름길이라고 큰 오판을 해서 다른 일행보다 2시간이 늦게 출발을 해서 약속시간을 맞추느라 배내고개에서 간월재까지 거의 달리기를 했다. 겨우 겨우 신불산에 올랐다. 간월산을 넘는게 임도길가는것 보다 3킬로 정도 짧고 내리막길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