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영남알프스 환종주

소연(素淵) 2020. 10. 14. 13:32

전날 호박소 주차장에서 간단한 잠을 자고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태풍 영향을 받아서 대단한 강풍이 불었다.

몸이 날아갈 정도이고 차들도 털썩털썩 흔들렸다.

휴게소에서 오뎅을 먹으며 바람이 잦아들길 기다리는데 바람은 계속해서 더 강해지고 있었다.

영남알프스 환종주가 목표라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산을 올라서면 바람에 날라갈것 같았다.

 

오십견의 고통으로 마음도 많이 약해지고

일행도 걱정을 해서 좀 더 편안한 임도길로 간월재에 가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에 임도길을 선택했는데 지름길이라고 큰 오판을 해서 

다른 일행보다 2시간이 늦게 출발을 해서 약속시간을 맞추느라

배내고개에서 간월재까지 거의 달리기를 했다.

 

 

 

겨우 겨우 신불산에 올랐다.

간월산을 넘는게 임도길가는것 보다 3킬로 정도 짧고

내리막길도 있어서 수월한데 후회가 된다.

멀리서 신불재가 보인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

 

11.2km를 3시간 24분만에 도착했으니 참 빠르게 이동을 했다.

영축산에 오르니 기분이 날아갈듯 좋아진다.

조금만 내려가면 푹 쉴수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기다려라 소나무 숲아~~~

밤안개가 심하게 내려앉아

바람이 불면 비가오는것 처럼 후두둑후두둑 물이 떨어진다.

잠결에 비가 오는줄 알고 정신없이 타프를 쳤다.

 

청수좌골로 하산하는 중에  첫 단풍을 만났다.

단풍을 만난김에 한번 쉬어 보자~~~

 

죽전마을로 하산 후 점심은 식당에서 매식을 하고 샤워를 했다.

A팀은 환종주, B팀은 케이블카를 타고 역방향으로 진행하여 천황재에서 만나기로 했다.

걷는것은 자신이 있었는데 밤에 좁은 침낭안에서 잠을 자기가 너무 힘들었다.

오십견이 밤에 더 아파서 눈물이 나올지경이였다.

하지만 당분간 비박은 못할것 같아 환종주를 하기로 했다.

자신과의 싸움, 나를 시험해 본다? 이런 생각이라지만

왜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자꾸 하는걸까?

쉬운길을 택하라구~~~

 

죽전마을에서 향로산 삼거리로 오르던 중 비등로 에서 만난 까치 살모사다.

등로를 잘못해서 능선하나를 미리 타는 바람에

으슥한 비등로를 타고 가파르게 올라야 했다.

" 난 비탐길은 싫어, 늘 독충을 만나서..."

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5cm 앞에서 뱀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이녀석은 한적한 산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내 발자국 소리를 신경질적으로 듣고 있었으리라

 

" 꺄~~~~악~~~~"

 

얼결에 눈앞에 뱀 한마리가 떠억 나타나니

비명소리가 짐승소리보다도 더 컸다.

카메라를 꺼낼 엄두도 못내고

살짝 뱀을 넘어 위로 올라섰다.

 

완전히 몸이 리셋된듯 피곤도 모르고 내 달렸다.

머리속에 완전히 새겨 넣어진 흰줄 검은줄 독사 한마리

집에 오자마자 그렸다.

뱀을 본 직후에 운좋게 발견한 노루궁뎅이 버섯이다.

뱀 만난 덕을 본건가?

또 다시 느껴본 삶과 죽음은 5cm , 혹은 깻잎 한장차이라는 진리다.

 

노루 궁뎅이 버섯은 단맛과 향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다.

죽전마을에서 향로산 삼거리까지 1.8km인데

고도 500미터다.

뱀 만나고 각성 상태에서 1시간40분 만에 급경사 오르막을 끝냈다.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졌다..

 

 

사자평과 제약산의 모습이 보인다.

주암삼거리에 들려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하려했지만

사자평을 거닐고 싶어서 1km를 더 걷는 코스를 택했다.

 

햇살에 비춘 억새의 모습은 천사의 날개 처럼 빛난다.

 

보랏빛 꽃 향유 군락지를 걸었다.

꽃도 작고 향기도 옅은 방아잎이 생각난다.

고사리 분교쪽에서 재약산으로 오르는 끝없는 계단 오름길..

 

1km가 계단으로 이어졌다.

제약산 제약산 외치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사자평을 저 멀리 두고 왔다.

 

 

 

조금이라도 박짐을 가볍게 매느라 텐트도 없이 침낭커버로 노숙을 했다.

작년에 너구리에게 당한 기억이있어서 만반의준비를 했는데

올해는 너구리 아저씨들이안보인다.

 

 

사자머리에 몸을 기댔다.

천황산 하산길도 안개가 자욱하다.

이곳에서  케이블카 팀과 더 한번 헤어졌다.

여고시절 엄마가 매일 끓여줬던 무지무지 쓴 익모초

이제 드디어 영남알프스 환종주 마지막 산을 올랐다.

작년에는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으로   올랐었다.

 

트랙 이어서 진행하기가 잘못되어

두개로 나누어졌다.

첫날 임도길을 택해서 종주거리가 34.80km로 더 늘어났다.

아래는  일행이 트랭글로 완성한 종주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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