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여 한치 앞이 안보였다.
겨우 돈내코 탐방로란 팻말을 발견하고 출발점을 잡았다.
희미하게 엉겅퀴가 가득한 공동묘지 밭이 보였다.
으스스한 시작이다.
비가 거의 그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이슬방울 목걸이가 주렁주렁
밤새 거미가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살짝 비껴서 걸어가다가
뱀, 진드기 생각이 나서 계단길에 들어섰다.
데크길이 끝나고 한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밀림속으로 갔다.
한라산 둘레길을 걷는 분이 찍어주셨다.
사진을 찍는 어르신 두분이였다.
비비꼬인 나무다.
어릴때 덩굴식물들이 감아올라오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 한다.
아열대 숲이라더니
흔히 접하는 숲이 아니다.
이런 촉촉한 길이면 온종일 걸어도 좋겠다.
썩은 물통이란 지명을 지난다.
누가 지웠을까?
얕은 넓은 물 웅덩이는 야생 돼지와 노루의 물통이란다.
이 돌길을 8시간 이상 걸었다.
전날 온 비때문에 아직도 축축하고 미끌거린다.
한라산 다른 코스에 비해서 탐방객이 적어서 돌에 이끼가 끼어있다.
산에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둘만이 있을뿐 사람 기척이 전혀 없다.
노루가 펄쩍 뛰어가는 모습을 두번이나 보았다.
1킬로를 지날때 마다 표지석이 있는데
돌 틈에 피어난 식물들의 모습이 각기달라서
보는 재미가있었다.
동백꽃 처럼 붉은 철쭉이 발아래 가득이다.
어제 내린비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듯 하다.
돈내코 코스 힘들다고 힘들다고
많이 힘들어 한다.
1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더니 몸이 더 약해진것 같다.
높고 붉은 철쭉이 너무 곱다.
진분홍도 아니고 진주황같기도 하고
곱디고운 색이 한동안 발걸음을 잡는다.
배낭을 주거니 받거니 교대로 매면서 올라갔다.
비가 그치고 후덥지근 해지니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한다.
이소룡처럼 마른 근육이 보여야지, 그냥 갈비뼈만 보인다. 흑흑
... 휴가가 아니라 훈련 같은가 보다.
하늘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거미줄은 왜 이리 많은지...
수십개의 거미줄을 걷으면서 산행을 한다.
거미들아 미안하다
하늘이 보였다.
얼마만에 보이는 하늘인가?
평궤휴계소가 다 온걸까?
평궤휴계소에 도착했더니
지난 밤새 내린비에 물난리 중이였다.
아직 썪지는 않았지만
어찌 청소를 해야할지 답답하다.
그냥 두면 썪고말텐데
점심을 먹으니 까마귀가 옆에와서
음식을 달라고 자꾸 까악까악 거린다.
갑자기 햇살이 뜨거워져서
밥먹는 동안 더위에 헐떡였다.
돈내코 코스에서 처음으로 만난 화장실인데
화장실이 전망대 받침인지 하늘 꼭대기에 있다.
먼저 올라간 재성씨는 까마귀 촬영중이다.
아름다운 표지석이 되기위해
철쭉이 자라고 있다.
남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현무암 절벽이 뾰쪽뾰쪽 보인다.
어이쿠 맑은 하늘에 안개가 몰려와서 남벽을 가리기 시작한다.
한라산 디데이는 내일인가?
옆에 와서 먹을걸 달라고 졸라대더니 쿠키 한조각을 얻어간다
하늘만 바라봐도
온종일 배부를것 같다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하늘이다.
손에 잡힐듯 남벽이 가까이있다.
산꼭대기에 철쭉 꽃밭과 현무암 계곡이 신비롭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ㅂㅏ닥에 앉아 한동안 남벽을 바라보다 내려왔다.
안개가 남벽을 가리기 시작해서 아쉽다.
하산길이 아쉽기도 하고
다시 8킬로 돌길을 내려가야 하다니
심란하기도 하다.
내려가는 길에도
안개가 같이 내려와서
올라갈때 풍경처럼 환상적이다.
" 마누라가 제일 무서워... 낼 관음사산행을 어쩔까나? "아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돈내코 참 좋았지만
다시 오기는 힘들것 같다
돌길을 계속 내려왔더니 발바닥이 후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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