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에 서니 다리가 부들 부들
상체가 앞으로 기울고
오금도 굽혀있다.
평생 30살 마음나이 대로 살 줄 알았는데
어느덧 60살도 넘어가는 마음나이가 되었다.
절벽 위에서 인생 샷을 찍으라는 말에 유혹이 있었지만
바위를 꼭 껴안고 돌아가야하는 길이다.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둔한 트레킹화, 힘없는 오른팔
무엇보다 마음이 가질 않아서 포기했다.
잘했군 잘했어 ~~~
뻣뻣한 몸에 마음은 굳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까이 굴업도가 보인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작년 대이작도 비박을 하고 섬 비박에 마음이 간다
섬이 많은 나라에 살아서 행복하다.
바갓수로봉 전망이 참 좋다.
팔이 다시 올라가서 너무 좋다.
만세~~~
농어를 낚은 분을 만났다.
아가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운 나쁜 농어의 명복을 빌게 된다.
구비구비 임도길도 좋았다
보라색 이고들빼기가 길가에 가득이다.
찔레꽃대 잘라 먹어보니 찔레꽃향과 단맛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이고들빼기 한 잎 먹어보니
쓴맛이 온 한 동안 가시지 않는다.
모래위에 연 분홍으로 핀 나팔꽃
이름은 나팔꽃이 아니라는데
생김새는 나팔꽃이다.
이른 아침 그림자 놀이다.
그림자가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바다야 바다야~~~
지금 날 열면 뭐가 보일까?
해변이 보일까?
온통 그것이 보일까?
서포리 해변의 밤은 또 아름답다.
ㅣ
포말 위를 앉았다 날았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쉼없이 따라오는 갈매기들을 바라보니
작은 한숨이 한순간 나온다.
새우깡을 잘 받아 먹는 갈매기
번번히 놓치는 갈매기
따라오다 지쳐서 쳐지는 갈매기
수많은 갈매기 중에
배무늬가 얼룩인 갈매기를 발겼했다.
계속 그 갈매기를 주시했더니
한번도 새우깡을 못 받아 먹었다.
안타까워서 다시 한숨을 쉰다.
삶은 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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