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286

형제봉 활공장

석양이 뜨겁다. 하늘은 붉게 물들었는데 차가운 밤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가보진 못한 곳으로 갈수 있을까? 몽롱하다. 서울에서 하동의 내려오신 발길님이 사오신 여름 전어회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이틀을 먹었다. 밀레의 만종을 ... 결과는 선생님께 야단맞는 듯한 모습이다 하늘이 뒤집어 졌다. 밤에는 석양에 놀랐는데 새벽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불바다이다.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직 이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뜨거웠던 아침 여명과 일출을 보내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석양과 일출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다시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햇볕이 오락가락, 텐트 안도 냉탕과 온탕이 오락가락한다. 남도음식은 언제나 정답이다.

노고단

무넹기 전망대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안개가 야속하게 걷히질 않는다. 무넹기 계곡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무넘기의 전라도 사투리가 무넹기라 한다. 물을 넘긴다. 1929년 그 옛날 저수지를 만들고 저수지에 물을 채우기 위해 물길의 방향을 틀었다니 지리산 물줄기는 정말 풍부했나보다. 노고단은 보통 종주길에 올라가다보니 항상 빠른길을 택해서 가곤했다. 보통 캄캄한 새벽에 올라가니 오직 올라갈뿐 주변 풍경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노고단이 주인공인 날이다. 노고단 계곡도 보인다. 노고단의 원추리는 정말 아름답다. 선명하고 깨끗하고 둥글둥글 정말 곱다. 봄의 노고단은 철쭉꽃이 가득하지만 한 여름의 노고단은 갖가지 꽃들이 너울너울거린다. 노고단 원추리 사이에서 반야봉을 바라보고 싶었다..

천왕봉 천주를 만나다

무박으로 가는 천왕봉은 늘 중산리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다녔다. 이번에는 백무동-장터목산장-천왕봉-세석산장-한신계곡-백무동 코스를 계획했다. 수술 후 첫 장기산행이라 긴장이 되었다. 한여름 밤 산행은 뜨거운 열기는 피했지만 땀방울은 주루룩 계속 흘러내렸다. 마른 바윗길에 앞서간 사람들의 걸죽한 육수 땀방울이 동글동글 보였다. 산죽꽃을 처음 보았다. 대나무 꽃은 꽃인지 열매인지 가무잡잡했는데 아름답다고 느끼기 보다는 처음으로 보는 꽃이라 신기했다. 한 발자국 한자국 힘을 내서 능선을 다 올라가니 동이 터 올랐다. 천왕봉의 일출이 탐도 났지만 흐른 날씨에 일출을 포기했는데 아쉬움이 생긴다. 산악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을 계속 만났다. 뛰어다니는 그분들을 볼때면 내 무릎이 시큰 거린다. " 참 좋을때다 " 멀리 반..

설안산 백운동 계곡

도둑 바위골에서 짧은 밤을 보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계곡길을 풍경에 취해 올라갔다. 산사태 지역이다. 산을 오르다보니 여러곳이 있다. 국지적으로 폭우가 지속적으로 내리니 갈수록 지형이 변하고 있다. 다랭이논 계곡 하늘에서 내리는 물, 다랭이논 암반 위를 달려가는 물, 찬란하게 아름다운 하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대자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이곳에서 자고 싶었는데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하산길이 암반이라 미끄러워 걱정되어 백운폭포를 일단 내려가서 박지를 정하기로로 했다. 아쉬움에 발길이 머문다. 비브람창을 신고 칠선계곡을 오를때 충분히 경험했건만 20년이 다 되어가서 그 오싹한 공포감을 잊었었다. 그 잊어버린 세월속에 오십견은 찾아왔고, 고관절도 삐그덕 거리는데 바위를 타고 다녔던 그 옛..

덕적도

절벽 끝에 서니 다리가 부들 부들 상체가 앞으로 기울고 오금도 굽혀있다. 평생 30살 마음나이 대로 살 줄 알았는데 어느덧 60살도 넘어가는 마음나이가 되었다. 절벽 위에서 인생 샷을 찍으라는 말에 유혹이 있었지만 바위를 꼭 껴안고 돌아가야하는 길이다.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둔한 트레킹화, 힘없는 오른팔 무엇보다 마음이 가질 않아서 포기했다. 잘했군 잘했어 ~~~ 뻣뻣한 몸에 마음은 굳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까이 굴업도가 보인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작년 대이작도 비박을 하고 섬 비박에 마음이 간다 섬이 많은 나라에 살아서 행복하다. 바갓수로봉 전망이 참 좋다. 팔이 다시 올라가서 너무 좋다. 만세~~~ 농어를 낚은 분을 만났다. 아가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운 나쁜 농어의 명복을 빌게 된다. 구비구..

한라산 돈내코 코스(5월17일)

안개가 자욱하여 한치 앞이 안보였다. 겨우 돈내코 탐방로란 팻말을 발견하고 출발점을 잡았다. 희미하게 엉겅퀴가 가득한 공동묘지 밭이 보였다. 으스스한 시작이다. 비가 거의 그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이슬방울 목걸이가 주렁주렁 밤새 거미가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살짝 비껴서 걸어가다가 뱀, 진드기 생각이 나서 계단길에 들어섰다. 데크길이 끝나고 한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밀림속으로 갔다. 한라산 둘레길을 걷는 분이 찍어주셨다. 사진을 찍는 어르신 두분이였다. 비비꼬인 나무다. 어릴때 덩굴식물들이 감아올라오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 한다. 아열대 숲이라더니 흔히 접하는 숲이 아니다. 이런 촉촉한 길이면 온종일 걸어도 좋겠다. 썩은 물통이란 지명을 지난다. 누가 지웠을까? 얕은 ..

한라산 영실코스(5월16)

관음사쪽으로 탐방을 예약했다가 5월18일로 연기하고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영실코스를 택했다. 기암괴석이 멋지고 철쭉이 한참 아름답게 핀 영실코스다.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가 크다. 적송들이 안개속에 성곽처럼 둘러있다. 산죽들이 무성하다. 비와 바람이 세차다 전망은 안개속으로 숨어버렸다. 계단이 미끈미끈 거린다. 안개야 사라져라~~ 바람아 멈추어 다오~~ 비를 피해서 우거진 나무 밑에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하늘로 날아갈래~~~ 10센티도 뛰어지질 않는다. 키작은 철쪽들도 산죽들이 자꾸만 덮어간다. 영실기암도 보지 못하고 남벽분기점을 가는길은 안개가 가득하다. 오늘은 전망이 없는 산행이라 아쉬웠다. 내일 돈내코 코스로 남벽분기점 까지 갈 생각이니 하산을 여기서 했다. 빗길이라 미끌미글 거리는 하산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