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넹기 전망대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안개가 야속하게 걷히질 않는다.
무넹기 계곡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무넘기의 전라도 사투리가 무넹기라 한다.
물을 넘긴다.
1929년 그 옛날 저수지를 만들고
저수지에 물을 채우기 위해 물길의 방향을 틀었다니
지리산 물줄기는 정말 풍부했나보다.
노고단은 보통 종주길에 올라가다보니
항상 빠른길을 택해서 가곤했다.
보통 캄캄한 새벽에 올라가니
오직 올라갈뿐 주변 풍경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노고단이 주인공인 날이다.
노고단 계곡도 보인다.
노고단의 원추리는 정말 아름답다.
선명하고 깨끗하고
둥글둥글 정말 곱다.
봄의 노고단은 철쭉꽃이 가득하지만
한 여름의 노고단은 갖가지 꽃들이 너울너울거린다.
노고단 원추리 사이에서 반야봉을 바라보고 싶었다.
운해 보다도 더 진한 산 안개속에서
전망을 전혀 볼수 없는 날이다.
여기서 보는 반야봉은 가서 꼭 안겨보고 싶은 곳이다.
반야봉 중봉의 꽃들도 한창 아름다울텐데
다음에는 반야봉 만을 주인공으로 반야봉에 오르고 싶다.
하루 한 봉우리만을 오르는 산행이 하고 싶다.
산에 오를때 마다
마음은 늘 즐겁기도 슬프기도 하다.
그 즐거움이 늘 다르다.
어느날은 이 산에 올랐을 사람을 생각해서 즐겁다.
또 함께 오르는 사람이 생각나서 즐겁다.
가끔은 슬프기도 하다
아름다운 산을 함께 보지 못해서
너무나 슬플때도 있다.
베롱나무가 곱고
감로수 물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