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바위골에서 짧은 밤을 보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계곡길을
풍경에 취해 올라갔다.
산사태 지역이다.
산을 오르다보니 여러곳이 있다.
국지적으로 폭우가 지속적으로 내리니
갈수록 지형이 변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
다랭이논 암반 위를 달려가는 물,
찬란하게 아름다운 하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대자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이곳에서 자고 싶었는데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하산길이 암반이라 미끄러워 걱정되어
백운폭포를 일단 내려가서 박지를 정하기로로 했다.
아쉬움에 발길이 머문다.
비브람창을 신고 칠선계곡을 오를때 충분히 경험했건만
20년이 다 되어가서 그 오싹한 공포감을 잊었었다.
그 잊어버린 세월속에
오십견은 찾아왔고, 고관절도 삐그덕 거리는데
바위를 타고 다녔던 그 옛날의 헛된 추억이
후회와 위험을 가지고 나타났다.
30m 높이의 백운폭포를 내려가는 길은
"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읽고 있던 강신주 책이 계속 떠올랐다.
단순히 은유적 표현이지만
밧줄에 매달린 순간은
아무런 준비없이 고민없이 위험구간을 따라온
어리석음을 알았다.
릿지창도 미끄러운 구간을 가기가 버거운데 비브람창으로
물기 가득한 직벽을 내려오다니
주루룩 미끄러지는 순간
가장 아픈곳은 다 낫지 않은 오십견 어깨였다.
지혜롭지 못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겪었다.
백운폭포다.
옥녀봉을 선두로 용아장성의 모습이 보인다.
어느 가을날 용아장성을 탔었는데 단 한번의 추억이다.
그때도 뜀바위 앞에서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직백운 계곡과 곡백운 계곡의 합수점을 지나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잠든사이
선녀탕에 잠시 몸을 담갔다.
참 멋진 하루다.
별빛이 눈부셔
잠 못이루는
영롱한 밤
반달은 또 어찌나 곱던지
눈물이 난다.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박산행은
배낭의 무게가 가벼울 수록 산행이 즐거워진다.
텐트없이 비비색 하나만 가지고 왔다.
무게에 집중하다보니 타프마저도 차에 두고왔는데
잘못된 선택이였다. 결국 빌려서 위기를 넘겼다.
목디스크 통증으로 필수장비마저
날씨가 좋을거라는 확신을 하고 놓고왔다.
체력이 안된다면
이런 힘든 곳을 피해야겠다.
누웠던 자리에 배낭을 놓아본다.
토요일 산행때 비가 계속내려
두고온 타프가 아쉬어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일출과 석양이 구별이 안간다.
태양이 뜨겁게 올라온다.
지금보다 더 작게 배낭을 꾸려서
다니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반질반질한 경사면을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첨벙첨벙
방수가 잘되는 등산화가 다행이기도 했지만
비브람창은 설악산에서는 최악이다.
사진을 보면 전혀 위험하지도
미끄럽지도 않을것 같은데
왜 낭떠러지를 걷는 것처럼 불안을 느꼈을까?
어깨도 자유롭지 않고, 등산화 밑창은 매끄럽고
경사면을 돌아서 내려가는 길은 부들부들 떨렸다.
바윗길이 두려운것은 비브람창을 신어서가 아니라
그냥 불안이 커져서 다리 힘이 빠져서이다.
힘겹게 내려왔는데
7.4km를 더 돌길을 걸어가야 한다.
평지도 돌을 잔뜩 깔아놔서
발바닥이 후끈후끈거린다.
성실, 인내, 안전
한국등산학교의 구호다.
이젠 안전, 안전, 안전이 구호다.
오래오래 산을 즐기길 원한다.
'다산책방 > 山山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여름 꽃 (0) | 2021.08.09 |
---|---|
천왕봉 천주를 만나다 (0) | 2021.08.09 |
덕적도 (0) | 2021.05.31 |
한라산 돈내코 코스(5월17일) (0) | 2021.05.24 |
한라산 영실코스(5월16)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