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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일반통행로

사유와 글쓰기의 의무

by 소연(素淵) 2013. 1. 8.

자신의 과거를 강제와 곤궁에 따른 유산(流 産)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그 과거를 현재의 순간에 최고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과거란 기껏해야 운반 도중에 사지가 모두 잘려나간, 그리하여 지금은 값비싼 덩어리밖에 남지 않는 아름다운 조각상과 같은 것이다. 그런 조각상은 이제 우리가 자신이 미래의 상을 깍아내야만 하는 소중한 덩어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골동품:토르소 p.96

 

벤야민의 과거에 대한 한마디 표현은 토르소이다.

 

그리스인 조각상에서 볼수 있었던 아름다운 곡선 토르소에게서 과거를 표현할수 있는 벤야민의 통찰력은 무서울 정도이다.

내가 생각해 온 과거가 지나온 동안에 온통 진실은 잘려나간 뭉툭하고 아련하기만한 미화된 기억의 실체임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들의 실체를 다 적나라하게 알고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왠지 평화로울것 같던 내 유년시절도 깊게 들어가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토르소"

과거를 미화시키는 꿈에서 깨어나는것

그것은 위기가 닥치기 전에 깨어나야 한다고 경고한다.

억압된 기억은 돌아온다. 또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그것은 내가 부정하는 과거로 부터 온다.

 옛 추억때문에 과거로 도망(후회)할수 있지만 과거와 미래는 머릿속으로만 존재할뿐이다.

침울했던 과거로 돌아가서 아름답지 않았던  실체를 확인해야만 

오만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현재의 일들에 대해 대체할수 있다.

 

하지만 또한 과거의 행적만이 진실일 뿐이다. 현재나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 머릿속에 일일뿐...

현재는 찰나여서 깨닫기에 너무 빠른가? 늦는가?

 

explication - 찾고 펼지는 것 - 이해한다는 것, 설명한다는 것

implication - 암시, 함축 - 삶의 과정 굴곡 텍스트 주름을 만든다는 것

 

매력적인 사람은 나의 주름을 펴주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주름을 보게 될것이다.

 

훌륭한 책은 구절구절을 접힌 부채처럼 생각하게 한다. 곧 암시, 함축이 많다.

 

내 삶의 과정역시도 주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역시나 살기위해서 누군가를 펼쳐보기도 한다.

누군가의 주름을 펼쳐본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부터 시작된다.

 

monad

 

" 한 존재가 태어나면 한 세계가 태어난다."

내가 있어야 세계가 존재한다.

 

세상을 읽어갈때는 탐정처럼 찾아라. 부분에서 전체를 읽어내고 펼쳐서 보고 베껴서 쓰는것이 아니다.

 

비상경보기는 상처를 직면한 사람만이 켤수가 있다.

 

그런데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감당할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고 실패가 뻔한데도 인정할려고, 안볼려고 한다.

이번 대선의 51:49도 그런 부분일까?

3공화국의 귀환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니 상상도 두려운 일이니

후보단일화만 되면 그걸 멈출수 있다고 믿고만 싶었던것은 아닐까?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그건 꿈이였다.

하지만 현실은? 티비의 뉴스를 볼수가 없다.

안보면 난 현실을 부정할수 있을까?

 

12.19 의 참담한 감각들의 복원만이

5년 후를 기약할수 있을까?

그 참담한 기억을 감각을 잊어버린다면 죽음을 직면했을때 잠이 들듯이 속수무책을 빠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3년전 설악산 중청에서 대청가는 길에 남편을 저체온과 저혈당에서 구할수 있었던 것은

그 보다 3년전 소백산 산행길에 죽음과 직면하며 겪었던, 그리고 죽음을 접했던 그 기억들이

나를 일깨웠고 그리고 죽음을 직면한 사람에 대한 간곡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지금 우리시대에 비상경보기를 울린다는 것은

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있지 않으면 금방 좌절하고 만다.

좌절을 딛고 넘어설수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만이

이 시대를 구할수 있을것이다.

지금 느끼는 이 다수에 대한 분노의 시작은 그들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다.

다시 일어서야 하는것, 또 다시 걸어가야 하는것, 그것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할수록

그 열기는 조금이라도 옆으로 전해질수 있을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프로포즈의 일종이다.

글 쓰는 이유는 독자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글을 써야한다는 의무를 갖는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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