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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일반통행로

벤야민과 어린이

by 소연(素淵) 2012. 11. 6.

어린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이며, 하나의 놀이이며 ,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움직임이며,

하나의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나의 형제여, 신성한 긍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세계를 잃어버리는 자는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는 것이다.

-니체,<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의 책

 

8세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하시면서 상으로 책을 고르라고 학교 도서관에 데려갔을때의 일이다.

그런데 단 1권의 책만을 빌려주신단다.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그림책이였지만

책이 너무 얇아서 두꺼운 다른 책을 선택 하였을때의 기분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어린 실리주의자의 선택은 앞 표지만 보았던 숲속 미녀에 대한 갈망으로  후회로 가득하였다.

 

11세

걸리버 여행기를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숨겨두고 읽었다.

선생님께 들켜서

교실 뒤에서 무릎을 꿇고 벌을 서는 중에도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슬며시 책을 야금야금 펴보았다.

친구의 고발로(?)로 인해서 결국 책을 뺏기고  수업내내 두손을 어깨위로 올려야 했다.

밀고자였던 그 아이는 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과 함께

두손을 들면서도 어찌나 걸리버의 모험이 궁금하던지...

끝이 없을것 같았던 침묵의 시간이였다.

 

13세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

앞이 찢겨저 나간 책을 무심코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흥미진진...

키스마크가 무엇인지? 불륜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무렵인데도

2시간동안 쪼그리고 앉아 냄새를 참으면서 끝까지 제목도 모른채 읽었던 책이다.

왜 그때 책을 화장실에서 들고 나올 생각을 안했는지 참...아직도 의문이다.

그 발저림이란... 종아리에 사이다 한병을 다 집어 넣은 느낌이다.

한참 나이가 들어서 그 책이 빙점이란걸 알았다.

당연 이해 못했던 부분들은 패스하고 그냥 주인공이 마냥 슬펐던 기억이 난다.

 

대학 시절은 지금은 반디 엔 루이스가 된 강남문고에서

한자리에 서서 책 판매원 눈치를 보면서도

책 두권은 기본으로 읽고 자리를 뜨곤 했었다.

지독히도 책에 몰입했던 그 순간이 지금은 아스라하다.

모든 약속장소도 다 서점앞이였었다.

 

이제는 20분 정도 책을 서서 읽은 기억도 가물가물하기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자다가 몸을 뒤척일때 책에 찔려 놀란다.

침대위에 올라와서 내려가지 못하고

벽과 침대 가장자리에서 쌓여가는 책들은 여전하다.

 

유목민 같았던 어린시절

여우처럼 호기심 가득한 시절은 어디로 가고

고슴도치처럼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가? 나는?

 

어릴적 나는

순진무구하게 뛰어 놀기보다는

책속에서 공상했던 상상마녀였던것 같다.

 

왜?

라고 순진무구하게 물어보는

어린마녀가 되고 싶다.

 

인문정신의 정점은 자유정신이다.

 

사람은 낙타로 태어나서 사자로 살다가, 아이가 된다.

 

낙타

- 의무로 가득차 있으며 희노애락이 없다.

-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님

- 노동의 존재

- 일반적인 삶

 

사자

- 저항정신

- 중요한 단계(호모루덴스)

 

아이

- 창조하는 존재

 

놀이/노동

놀이 - 수단=목적

노동 - 수단=/목적

수단이란 의식이 없는 것은 결국 목적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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