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북해도 대설산 아사히다케 겨울

소연(素淵) 2025. 2. 6. 09:19

늦게 발권을 했는데 비상구 좌석을 배정 받았다.
안전교육 책자를 읽으며 책임감을 느끼며 앉았는데 넓은 공간으로 다리를 쭉 뻗어도 공간이 남았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연착을 겪었고, 신치토세 공항 출국장에서 인파가 너무 많아서
일본입국 시간이 거의 두시간이나 걸렸다
첫날 야양하기로 한 파라다이스 야영장에서는 관리사무실겸 창고에서
밤 늦게 침낭만 피고서 일찍 잠들었다가 오전 9시에 아사히다케로 출발을 했다.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 이용이 금지되어 국도로 돌고돌아 눈쌓인 도로로 가다보니 시간이 엄청 걸렸다.
계속 내리는 눈으로 인해서 제설작업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점심도 굶은채 로프웨이로 향했다.

스릴 넘치는 오프 더 스노우로드이다.
9인승 차에 7명이 탔다.
비박배낭은 다들 엄청 커서 맨 뒤 좌석에 1명만이 겨우 탈수 있었다.
네명이 뒷좌석에 앉아서 7시간 이상을 앉아가니 등이 끊어질듯 아팠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니 등이 가운데로 오므라질듯 아파온다.

겨우겨우 시간내에 아사히다케 방문센터에 도착했다.
바로 윗건물이 로프웨이 역이다
배낭을 내리고 산행 준비를 바쁘게 시작했다.
허탈 허탈 또 허탈했다.
 조금씩 내리는 눈발을 보고
산행대장이 갑자기 다시 하산을 결정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겨울에는 로프웨이 마지막 탑승시각이 오후 3시 20분이라 정말 간당간당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는 그 사실 조차 모르고 강제로 다시 시내로 내려가야 했다.

아사히다케 무인대피소와 그 주변에서 설동을 파서 비박을 하는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였는데 너무나 허무했다. 
내일 다시 비박을 하면 되지만 이미 내일은 맨션을 예약해서 비박을 못한다 생각하니 더 속상했다.

좀 놀고 가지고 했더니 어두워지면 위험하다고 바로 내려간다고 결정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번 누워나 보자
얼마나 힘들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내려가다니
정말 속으로 울었다.

내일 또 이 험한 길을 어찌오나~~~
마음속으로 한 많은 창을 한바탕 했다.
사실 이정도 날씨가 위험하다고 하는 말에 공감이 안갔지만 혼자 남는 것은 불가능했다.
겨울 비박을 하면서 그정도 결심이 없었단 말인가?  ㅎㅎ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즐거운 시간이였다.

좁은차에 짐을 다시 패킹하고 내려가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차를 돌려 다시 내려갔다.
무사히 아사히카 시내에 내려갔지만 숙박할 곳을 찾지 못했다.

날은 저물고 잘곳은 없고 한순간 참 처량했다.
온 종일 9시간 이상 차를 타고 점심은 굶고 6시가 되어서야 일식집에서 찌라시 초밥을 겨우 먹었다.
찌라시 초밥을 국내에서 먹을때는 화려함에 놀라고 맛에 놀랐었는데
원조국에 와서 먹어보니 정말 찌라시라는 말이 어울렸다. 참 단촐했다 그래도 맛있었다.

공항에서 노숙을 할뻔 했는데 다행히 근처에 24시간 온천장이 있었다.
피시방 같은 곳에서 새우잠을 자고 조식부페를 간단히 먹고 온천을 하는데 4000엔이 들었다.
의자겸 침대가 너무 딱딱해서 인지 잠을 한숨도 못잤다. 
저녁 늦게 까지 온천에서 노천탕도 만끽하고 눈에도 누워보고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은 화창했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아사히다케로 갔다.
그리고 로프웨이 마지막 탑승시간이 3시20분이고 그곳에서 마지막 하산시간이 3시40분이란걸 알았다.
에라~~~
12시에 탑승해서 2시 까지 내려와야 하다니 겨우 2시간 가량 설산을 오를수 있었다.
미리 알았다면 밥을 서둘러 7시에 먹고 바로 출발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늑장을 부렸다.
오늘 비박을 강행하고 싶었지만 미리 예약해 놓은 맨션때문에 하산을 해야만 한다.
4박5일 여행이 점점 서늘해진다.

처음 신어보는 스노우슈즈가 어색하다.
아사히다케 센터에서 500엔이면 빌릴수 있지만 산에서 자기로 해서 서울에서부터 짊어지고 갔다.
무겁기도 하지만 부피가 나가고 기내에 들고가지 못하니 산에서 잘 계획이 없다면
이곳에서 빌리는게 낫다.

크램폰은 눈이 너무 부드럽고 깊어서 사용을 못하고 스노우슈즈를 신고 올랐다.

무게가 2킬로에 가까운 스노우슈즈이지만 신고 나니 걸을만 하다.

영하 15도라 조금만 손을 내놔도 꽁꽁얼며 시럽다.

스노우슈즈를 신고 걸으니 정말 신이 난다.
1미터가 넘은 눈을 사뿐사뿐 걷는다.
스노우슈즈가 없으면 푹푹 무릎이상으로 빠진다.

스노우 슈즈...
국내에서도 이용하면 좋겠다.

 


유황냄새 가득한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 나왔다.

미끄러지면 바로 간헐천에 빠진다.

비박하기로 계획했던  무인대피소가 저 멀리 보인다.
거기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눈에 푹 쌓여 있는 무인대피소이다.
입구는 눈이 치워져 있다.

대피소 안은 깔끔했다.
행동식을 간단하게 먹었다.
이 안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낭만이 없다. 
한겨울 밖에서 자는 것도 힘들것 같다.
이제는 일본산 에서의 겨울 비박은 꿈꾸지 않을것 같다.

2층으로 만들어진 석실 대피소이다.
튼튼해서 눈이 아무리 와서 무너지지는 않을것 같다.

두시간 여 동안 짧은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을 했다.

 

자 한번 뛰어볼까?
날아 보자

에고 몸이 무겁다. ㅎㅎ
겨우 10센티 올라왔나?

ㅋ 이젠 안됀다.

그럼 둘이서 함께 다시 ~~~ 함께

작년 6월 아사히다케에서 처음 만난 성야친구다.
이번에도 함께 해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내 배낭을 메고 한컷을 찍으시고 싶다던 선배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올해 74세 이시다니 정말 건강하시다.
산과 함께 그려보고 싶은 나의 미래 이기도 하다.

마지막 로프웨이를 타기 전 아쉬움 가득히 한컷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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