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차단기가 활짝 열려있다.
토요일인데 공사를 할까? 조금 염려되는 마음으로 임도로 올라갔다.
백둔리 주차장으로 들어가기전에 호박팬션 팻말을 보고 아래로 내려가면 임도길 입구가 나온다.
진달래가 봄 볕에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임도길 돌아 돌아 꽃길을 걸어갔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지만 지금은 쾌적한 날씨다.
오랜만에 여리비터에 왔다.
물휴지, 화목 등을 금하는 문구도 적혀있고 무거운 후라이팬도 나무에 걸려있다.
누가 와도 아니 온 듯 깔끔하게 정리된 박지에 미소가 나온다.
텐트치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꽃을 쪼금 딸려고 하는데 박지 근처에는 진달래가 없었다.
다시 임도길을 한참을 내려가 꽃잎 몇장을 땄다.
찹쌀가루를 즉시 익반죽 해야 하는데 미리 해와서 갈라지고 모양이 예쁘게 되질 않는다.
그래도 꿀을 찍어 먹이니 쫄깃쫄깃 맛있다.
빗속에 임도길에 난 쑥을 아주 조금 뜯었다.
봄철은 미나기 향이 아주 좋아서 미나리 전을 부쳤다.
빗소리와 함께 찌글찌글... 전을 부쳤다.
부침가루로 만들었는데, 다음에는 튀김가루로 해서 더 파삭거리게 해야 겠다.
화전하다 남은 쑥과 꽃잎으로 쑥전을 부쳤다.
그윽한 쑥향기가 입안에 가득 펴진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지난밤 바람이 몹시 불고 빗소리도 커서 비만 생각했는데 기온이 더 내려가 눈이 내렸다.
연인산에서 4월에 눈을 자주 본 것 같다.
나가면 얼어 죽을것 같오...
잣나무 숲에서 푹 쉬고 내려간다.
이곳에서 늘 함께 했던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조심조심 내려왔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막기위해 임도에 철망이 빼곡히 처있다.
산불나면 짐승들이 꼼짝없이 죽을 것만 같다.
전문가가 아니라 감염병 확산에 효과여부는 모르겠다.
어제는 연분홍빛으로 화사하게 웃는 듯한 모습이였는데
오늘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여름바지에 우비바지를 겹쳐입고, 우비치마까지 입어도 참 춥다.
고어텍스 자켓을 차에 두고와서 일반 바람막이를 입었더니 춥다.
손도 시러워, 발도 시러워
다시한번, 초봄, 초겨울 이런 환절기에 장비를 잘 가지고 다녀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침낭도 한 여름 파작 300그램을 가져왔으니 ...
지난 2월에 거제, 3월에 제주도를 다녀온 뒤로 초봄 추위가 무서움을 잊어버렸다.
사진 찍을 때 웃고 싶어도 바람불고 차가워서, 추위타는 표정이 그대로 나온다.
노랗던 생강나무 꽃도 눈에 떨고 있다.
질퍽질퍽한 길에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걷는다.
치마도 바지도 진흙이 잔뜩 묻었다.
한시간 만에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