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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가리왕산

by 소연(素淵) 2023. 2. 20.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534에 위치한 케이블카 숙암역 부근에서 임시 야영을 했다.

원래 산행지는 경남 함양의 월봉산, 거망산이였는데 비 예보가 있어서 암릉구간이 많은
월봉산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눈이 오는 강원도 지역으로 급하게 산행지를 변경했다.
산행코스는 장구목이~정상~중봉~숙암분교로 하산 할 계획이였다.
아뿔싸, 장구목이에 오니 산방기간이라서 입산금지였다.
어젯밤 서울에서 장거리로 왔는데 산행을 할 수 없었다.

급하게 검색하여 발심사에서 출발을 하기로 하고 장전마을로 갔다.
발심사까지는 눈이 쌓여서 장전마을 초입에 차를 주차하고 발심사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군데 군데 입산금지 표시가 있었는데, 산불감시요원을 피하는 요행을 바라고 산행을 하기로 했다.

장구목이에서 시작해야 아름다운 이끼계곡을 만끽할수 있는데
어차피 겨울이라 이끼계곡은 별 의미가 없었다.

발심사 앞에서 편육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입산통제 팻말을 바라보면서 찜찜한 마음으로 얼른 산행 들머리로 들어갔다.

이끼 계곡에는 눈에 덮여 있는 창백한 이끼가 보인다.
연초록이 아름다운 오뉴월에 다시 오고 싶었다.

이곳은 평창군과 정선군의 경계로서 임도가 네 갈래로 갈라지는 곳인데

가리왕산과 중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까지 있어서 일곱갈래 로터리 이다.

CCTV가 노려 보는 듯해서 급하게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서니 특이한 모습의 답이 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삼산 봉표이다.

조선 시대에 일반인의 산삼 채취를 금지하는 안내 표지석인데

유일하게 이곳 한 곳만 남아 있는 문화재라고 한다.

깊고 깊은 산속이였는데 지금은 로터리 같은 곳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곳은 삼삼이나 산림자원이 많아서 임산물 채취는 절대 안돼는 곳이다.

비 예보 속에서 기온이 하강하여 내리는 눈은 끈적끈적 거린다.
고도 600m에서 시작되어 1500m를 올라가는 길이 유난히 힘들다.
미끄러워서 아이젠을 하고 오르는데 눈이 끈적끈적 달라붙어서
마치 모래사장을 걷는 것 처럼 발걸음이 무겁다.
왠만해서는 종아리가 땡기지 않는데 종아리까지 무거워 진다.

가리왕산에 올랐다.
힘든 만큼 기분이 더 좋았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할려고 발자국 찍었다.
아뿔싸~~~
입산금지 기간에 무슨 인증을 하려는 어리석음인가?
망했다.~~~
빈 소리가 아니라 정말 여름 이끼계곡을 봐야 할 것 같았다.
뭔가 잊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가리왕산에 적어도 다섯번 정도는 왔는데 명산 인증은 한번도 못했다.

인증이 뭐라고 기분이 조금 안좋아졌다. ㅎㅎ

가리왕산은 국내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旺자가 성할 왕인걸 오늘 알았다.

여름에는 장구목이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숙암분교 쪽으로 하산을 해야겠다.

상봉 바람이 심해서 조금이라도 바람을 피하고자 돌탑 근처로 갔다.
다들 앞쪽에 텐트를 쳐서 홀로 뚝 떨어져 있다.
낮에 들은 귀신이야기가 조금 두려웠지만 바람이 더 무서웠다.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닥치는 긴긴 밤이 였다.

비비색을 가져와야 했는데 비 소식에 에난을 챙긴게 실수였다.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커서 잠 못이뤘다.

상봉에서 탁트인 사방을 바라보니

너무나 행복하다.

멀리 중봉이 보인다. 

원점회귀 산행이라 갈수는 없는 곳이다.

조망이 멋진 곳에서의 하룻밤
고생한 보람이 있다.

피곤해서 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눈을 떴다.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텐트를 흔들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누가 긁는 듯한 소리는 로프가 스르륵 거리는 소리고
탁탁 치는 소리는 팩에서 빠진 로프가 타프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자는 둥 마는 둥 날이 새길 기다렸다.

일찍 일어나 산책 겸 아래로 내려가서 소나무를  만났다. 주목일지도 모른다.

눈밭에 발이 빠져서 가까이 갈수가 없었다.
나무야, 나무야~~~
바람아, 바람아~~~
요즘도 잘 만나고 있니?
바람이 머물 수는 없겠지?

머물면 바람은 사라져 버리니.... 바람이 아니지.
바람이니 떠날 수 밖에 없겠지
그게 바람이니까!

순하던 날씨가 갑자기 냉기가 흐르고 세찬 바람과 눈발이 날렸다.
너무 추워서 카메라도 꺼내지 못하고 서둘러 20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
조금만 지체했다가는 동상에 걸릴것 같았다.
너무 추울때는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다.
그냥 추운 생각만 났다.

눈이 점점 날리더니 상고대가 피었다.

발자국도 점점 사라져 갔다.

정상에서 200m정도 내려오니 바람이 잦아들었다.
한동한 잠잠하더니 바람도 따라 내려오는지 타프가 들썩 들썩했다.

어제 올라가는 발걸음도 눈이 잡아 끌어서 엄청 힘들었는데

하산길은 마음도 함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하산 도중에 산불감시요원 두명을 만났다.

어제 올라올때 이미 cctv로 우리 일행을 보고  아침 일찍 출동을 했다고 한다.

약간 침울한 마음으로 느릿느릿 하산을 하니 12명이나 되는 분들이 총 출동을 하셨다.

아침 7시부터 비상근무로 출동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청 추운 날씨였다. 어젯밤 출동할려고 하다가 아침에 길목에서 기다리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을 예정이다.

10일 후 부터는 우편함을 수시로 들여다 봐야 겠다.

사필귀정이다. 

하산 후에 상진부 국밥집에서 구수한 내장탕으로 속을 달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한 대로 산행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산이 좋은걸 어떡하나?

봄철 산방 기간이 2월1일부터 5월 15일까지라니 너무나 길다.

비 예보에 눈까지 내렸는데 과연 산불이 날수나 있을까요?

혼자 주절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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