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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안산 풍도(2023년 첫 봄 꽃을 만나다)

by 소연(素淵) 2023. 3. 6.

풍도를 아세요? 홍도요?
처음 들어보는 섬이였다
작은섬 풍도에 청나라와 얽힌 사연이 있다.

청일전쟁의 시발점이 풍도해전이라고 한다. 그래서 풍도에 청나라군의 시신이 떠내려 왔다고 했다.
 풍도, 단풍이 아름답다 해서 풍도라 불리우는 섬이다.
 요즈음은 봄 야생화가 아름다운 곳이고  북배가 평평한 지역이여서 비박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봄 꽃을 보러 합류했다.

서해쪽으로 불청객 미세먼지가 많아서 감흥을 조금 떨어 뜨린다.

풍도를 가는 배는 서해누리호가 10시30분에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기온이 올라가서 덥다.

배가 작아서 승선 인원이 30명 이내였다.
작은 배라서 갈매기도 조금 따라온다

분홍색 풍도 지도가 봄처녀 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큰여뿔 해안산책로는 경계석에 풍도주민들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글을 읽다보면 전쟁 후 9살에 민며느리로 풍도에 시집 온 할머니 이야기도 있다.
노곤했던 풍도 주민들의 삶이 느껴진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부지런히 북배를 향해서 갔다.

북배가 넓은 곳이 아니라 박지 경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열심히 서둘러서 걸었지만
마을 트럭을 타고가는 사람들이 많은걸 보고 

이미 경쟁에서 밀렸다 생각하며 느긋하게 걸었다
채석장을 지나서 산책로를 올라가니 북배로 가는 길이 곱게 나 있었다.

짧은 길이지만 오르막길은 역시 힘들다

 

처음만 오르막 길이고 금방 편안한 오솔길이 나왔다.

도착해보니 이미 북배는 20여동의 텐트가 난민촌을 이루고 있었다.

북배딴목에 위치한 등대를 바라본다.
붉은 심장태양의 기운을 받아 지친 마음에 새로운 힘을 얻는 곳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곳이라 한다.

햇살에 바다가 빤짝빤짝 빛이 난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날인데 서해안이라 이곳도 미세먼지 영향권 아래에 있다.

흐릿한 날이지만 풍도에 온 즐거움을 막을수는 없다.

북배는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텐트는 일행과 떨어진 다른곳에 쳤다.
박지 아래에 백설기 모양의 떡 바위가 있다.

떡 바위에 앉아서 맥주 한잔을 했다.
세상이 다 내 거다.

 고사

목에 느타리버섯 처럼 보이는 버섯이 말라 있었다.
풍도는 봄에 많은 사람들이와서 버섯을 못본 모양이다.

북배와 박지가 멋진 파도와 바위를 사이에 두고 있다.
멋진 곳이다

철썩철썩 고운 소리가 난다.

박지에서바라보니 북배는 시골 읍내처럼 북적거린다.

텐트를 친 후 1.6km 해안산책로를 따라 야생화를 찾아 나섰다.

따뜻한 봄기운이 물씬 나지만 아직은 초록빛은 없고
황토색만 가득한 곳에서 봄을 어떻게 찾을까?

앗!  안녕 노루귀야
솜털이 보슬보슬한 분홍색 노루귀가
2023년에 만난 첫 봄 꽃이다.
첫 꽃, 처음이라서 설렌다

연분홍 제비꽃도 고개를 내민다.

긴 겨울 추위에 살아남아서 꽃을 피우는 작은  보라 제비꽃
너무 이쁘다.

풍도에만 서식 한다는 풍도대극이 올라오고 있다.

풍도대극이 자라나는 모습이 다양하다.
새싹부터 활짝 핀 모습까지 새 봄이 피어나고 있다.

복수초도 봄날에 고개를 내민다.

활짝 핀 복수초

꽃을 보며 좋아라 하는 내 모습에 친구가 
" 슬프다 "
" 왜? 이렇게 이쁜 꽃을 좋아라 하는데?"
" 늙었다는 거야! 나이들 수록 꽃을 좋아한단다."

그래 사진을 보니 늙었네 ㅎㅎ

꽃이 피네

꽃이 지네

그 속에서 점점 져가는 인생을 바라 볼 나이가 되어서

꽃이 아름다운줄 알아가는 걸까?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그냥 보아도 아름다운데
자세히 바라보니 
너무나 황홀하여 현기증이 난다.

이제까지 산책로에서 본 꽃은 그야말로 꽃잔치 시작이다.
이제 가는 풍도의 비밀정원 야생화 군락지는 황홀하다.
황홀하다는 말이 절로 나와서 자꾸만 반복하고 있다.
다만 황홀하다. 이 순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후망산 해마루산책로 갈림길에서 마을길로 접어 들었다.
풍도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달래 나물을 캐고 있는 마을 할머니께 큰 나무가 있는곳을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그 나무를 당나무라 하시며 길을 알려주셨고
그 길 위로 올라가면 바람꽃을 볼수 있다고 하셨다.

수령이 500년인 은행나무다.

오백년을 살아온 나무의 겉 껍질이다.
상상할 수 없는 세월이 느껴진다.

500년 은행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암수 은행나무 일까?

은행나무 길 위로 올라가면
야생화를 볼수 있는 산책로가 나온다

풍도 바람 꽃이다.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꽃술, 꽃잎, 꽃받침 연보랏빛깔...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풍도바람꽃은 꽃이 활짝 피면서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바람에 흔들 흔들

그래서 이름도 바람꽃일까?

풍도 바람꽃에 반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야생화 산책로를 따라가며 꽃을 보는데 갑자기 길이 뚝 끊겼다.
되돌아가서 해안로로 가던지 해마루 산책로로 가야 하는데 오솔길로 갔다.

염소 똥이 가득한걸 보니 염소길인가 보다
경사진 길을 위태위태하게 걸어가는데 점점 길이 없어진다.

자초처럼 생긴 풀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실수하면 넘어진다.

도깨비 풀도 옷 소매에 가득 붙어서 따라온다.
좌표를 찍어보니 북배로 가는 곳은 길이 없는 곳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조심해서 북배쪽 산책로를 찾아 갔다.

길을 헤매다가 발견한 노루귀다.
마음은 바쁜데 발길을 잡는다.
반갑다 노루귀!
길은 안보이고, 배도 고픈데 꽃을 보니 또 헤헤 거린다.

5시가 다 되어 박지에 도착해서
전복구이와 수육을 먹고나니
노을이 지고 있다

나무사이로 보는 일몰이 답답해서 탁트인 북배로 갔다.

다시 북배로 가자!

해는 바다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희미한 해무속으로 사라져 갔다.

일몰 반대편에서는 달이 환하게 떠올라 있었다.
오늘 밤 미세먼지를 뚫고서 별을 만날 수 있을까? 

물때 운이 좋으면 등대까지 걸어서 갈수 있다는데
등대는 이제 섬이 되었다.

금성과 목성과 토성을 보았다.
그 외의 별들은 꼭꼭 숨어 있었다.

 

취산샘이 나눠주신 귀하고 귀한 보이차다
12시30분에 배가 출발하니 여유가 있었다.

커피 한잔의 여유로 섬을 떠나는 아쉬움을 삭혔다.

아니 온 듯 박지를 말끔히 정리하고 떠난다.

출발할 즈음에 해무에 가려지는 등대를 바라보며 멋있다고 감탄을 했었다.
그런데 해무로 인해서 난처한 일들이 일어났다.

처음 왔던 길을 되 돌아서 선착장으로 갔다.
12시 30분에 배가 떠나니 10시 30분경 여유로운 출발을 했다.

멀리서 검은연기와 매케한 냄새가 났다.
마을에서 누군가 플라스틱이나 화학제품을 태우고 있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소가스통 폭발 잔해물이 떨어져 있다.
아찔한 순간이다.
지나가는 길 위에 떨어진 잔해물처럼  또 다른 가스통이 폭발을 준비할지도 몰랐다.

두려움과 달리 호기심으로 가까이 가서 연기의 정체를 알았다.
옆에는 태워지길 기다리는 페인트 통이 많이 있었다.
끔찍하다. 생활쓰레기 치고 연기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산업 폐기물 일줄은 몰랐다.
당연히 육지에 가서 산업폐기물 처리를 해야 하는데 섬에서 이런 일이 이뤄지고 있다니 ...

큰여뿔해안길을 걸을때 계속 밀려오는 해무가 두려웠다.
배가 뜰수 있을까?
핸드폰을 봤더니 해운회사에서 대부도에서 배가 현재 출발을 못했다고 했다.
12시까지 대부도에서 출발을 안하면 풍도에서 나가는 배는 없다고 했다.
풍도에서 하루를 더 묵어야 한다고?
바다는 해무로 가득하고 섬 안은 폐기물 가스로 가득찼다고 생각하니 빨리 풍도를 떠나고 싶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건만?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오늘 못나간다면 내일은 나간다는 보장이 있을까?

배가 나갈 수 없다니, 더 나가야만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섬에서 빠져 나가기 위한 눈치 작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눈치작전이 왜 필요하지? 이런 생각을 혼자 했는데
기회를 날리고  먼저 선착장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배를 못탔다.
가장 먼저 도착한 유튜브맨이 마을 노인회장에게 부탁을 해서 개인배를 타자고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마을주민과 안면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배를 뺏겼다. 그 순간은 뺏긴 기분이 들었다
11명만이 탈수 있는 배에 10명이 이미 민박집 사장님을 중심을 정해져서 배를 탈수가 없었다.
처음 배를 타자고 제안한 유튜브맨은 혼자라서 찬스를 놓치지 않고 첫배를 타고 나갔다.

위기사항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고

늘 이렇게 맹하나? 하는 자괴감도 조금은 들었다.

더 짙어져 가는 해무와 함께 근심도 깊어 갔다.

근심있는 마음과 달리

고양이 두마리가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이 분들은 섬에 지인이 있고 발빠른 정보력으로 섬을 빠져 나갈수 있었다.

그 11명에 끼지 못한 우리는 우울한 마음으로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몸무게도 가벼운데 좀 태워주시면 안돼나요?"
"큰일나요!  인원수는 절대 초과할 수 없어요 단속에 걸리면 면허취소 돼요"

위험하진 않을까?

사실 그 해무속에서 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그 배를 타기도 두려웠다.
배가 암초에 부딪치면 어쩌나? 다른 배와 충돌하면 어쩌나?

우여곡절 끝에  민박집 주인의 도움으로 두번째로 나가는 배를 기약할 수 잇었다.

물메기야!  너를 보니 안타깝구나!

아침을 스프 한그릇으로 때웠는데 민박집에서 백반을 먹었다.
" 우리 아저씨가 텐트족을 싫어해서 밥을 안 파는데 사정이 딱해서 해주는 거에요"
겨우 사정을 해서 먹는 백반 치고는 맛이 너무도 좋았다.
시원한 물메기 탕과 함께 손수 만든 도토리묵, 전호나물, 묵나물, 파무침, 고시래기, 보리새우 볶음,
고사리나물, 무생채 반찬이다. 다 풍도에서 나온 것들로 만든 반찬이다. 밥을 먹고나니 갑자기
역시 난 운이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늦게 가면 어떠냐? 이리 좋은 음식을 먹었는데 만원의 행복이 밀려왔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2시가 조금 안돼어 배를 타고 풍도를 떠났다.
해무가 거의 걷혀서 두렵지가 않았다.
안전하게 시야가 트일때 떠나서 다행이다.

철없는 지고 ㅎㅎ

그래도 좋다~~~
세찬 바닷 바람을 맞으며 물보라를 맞으며 떠났다.

배에 물이 철썩철썩 들어오고 바람이 불어 춥기도 해서 선실에 들어왔다.

배는 대부도로 가지 않고 근처 영흥도에다 내려줬다.

택시를 잡다가 버스가 금방 온다고 해서 영흥도에서 대부도 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첫배로 떠난 사람들이 2시간이 지났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일이?
그 분들은 왜 버스를 기다렸을까?
카카오택시나 콜택시를 부르면 금방 갈 수 있었을텐데?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 풍도 봄 여행이였다.
 
 

첫날 토요일 풍도를 헤맨 흔적이다.
도착지점은 야생화 군락지이다. 
그곳에서 북배까지 길 아닌 길을 걸었다.
이 봄날 이 날을 잊기는 어렵다.
내 생에 찬란한 봄날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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