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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주작덕룡 종주

by 소연(素淵) 2022. 10. 3.

주작덕룡
이름에 매혹 당했을까?
주작덕룡 종주길이 있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이 길을 종주를 하고 싶었다.
설악의 공룡능선에 비유를 많이 하고 있어서 그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하여 두려움은 없었다.
공룡능선을 별로 힘들지 않게 무박 종주를 했었다.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9시 조금 넘어서 오소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침 매식을 하려 했으나 식당을 찾지 못했다.
택시를 타고서 소석문으로 갔다.
10월1일 오전 10시10분 강진 덕룡산 소석문 등산로 입구 에서 입산을 했다.

산민달팽이의 짝짓기 모습이다.
엄청 큰 달팽이라 처음에는 뱀 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길 한가운데 있어서 밟힐까봐 걱정이 되었다.
길에 어린 도룡용의 모습도 보았다.

어수선한 잡풀과 돌길 사이를 거칠게 올라갔다.
급격한 오르막 길이라 숨이 가빴다.
산행초반에 단팥빵을 먹고 난 후 감기약을 먹었다.
편두통이 걱정이 되어서 예방차원에서 먹었는데 약기운이 몸을 처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덕룡산의 등반 도우미 호치케스 구간이 나왔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영차 영차
호치케스, 스테이플은 외래 표준어, 찍개못은 우리말 순화어 라고 한다.
1시간 20분째 걷고 있는데 전혀 산을 올라가는 느낌이 안든다.
여전히 산아래 마을 모습이 지척에서 따라와서 몸이 제자리에 묶인 기분이 든다.

아침을 못 먹어서 그런가 다리에 힘이 안들어간다.
감기약 때문일까?
내 맘대로 안되는 몸이다.

경사가 심한 때문인지, 배낭의 무게가 버거웠다.
평소보다 조금만 더 무거워도 부담스러우니 어찌 해야할지 고민이다.

벌써 2시이다.
4시간을 계속 올라왔는데 그냥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다
큰 나무가 없는 돌산이고 햇볕 아래라 덥고 바람이 없어서 더 덥다.

첫 봉우리에 올랐다. 부들 부들...
뒤에서 비추던 해는 어느새 정면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동네 뒷산 처럼 잡풀이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이 뜸한 등산로이다.
진달래 철에는 사람 반 진달래 반이라던데 그 후로는 사람들이 찾지를 않았는지
등산로에 낙엽이 또렷한 모습으로 떨어져 있었다.
도토리도 가득했다. 산이 험해서 도토리 주우러 오지 않는가 보다.
산행 중 사람도 별로 없었다.

2킬로 전방에 있다는 동봉은 2시 30분이 되가는 데도 보이질 않고
간격이 우호적이지 않는 거친 호치케스 구간은 반복을 계속한다.
배낭의 무게가 두배로 느껴진다.

2시30분에 동봉(420m)을 올랐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했다.
소석문에서 2.53km인 동봉을 4시간 동안 올라왔다.
아직은 드라마틱하게 멋진 풍광도 없다.

다행히 서봉은 그리 멀지 않나보다.

 

앞으로 넘어 가야 할 봉우리가 저리 많다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50개의 크고 작은 암봉이 종주길에 있다고 하나 세어 보질 못했다.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넘어 가야 할 길이다.

4시간 30분을 산행을 했는데 되돌아 보니 얼마 온것 같지가 않다. 짧아 보인다.
벌써 3시이다. 이제 6시면 해도 떨어지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해남 간척지 논이고, 멀리 보이는 섬은 완도일까?

기운이 없는데 호치케스 등반 도우미가 간격이 난해하게 박혀있다.
박배낭을 매고 동봉을 내려 가기가 쉽지는 않다.

뒤돌아서 동봉을 한참 올려다 보았다.

어이쿠야
조심 조심, 미끌 미끌 하다.
발목에 힘이 빠지니 자꾸 밀리는것 같아 몸이 긴장이 된다.

호치케스가 위험한 구간을 잘 도와주었다.

한발한발 조심스럽다.

암릉길이라 스틱이 부담스러울때가 많았다.
릿지창을 신느라 캠프라인을 신었더니
발목에 힘이 안가서 자꾸 발목이 시큰거렸다.

험한 암릉길이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지질이 궁금했는데 변성사질암과 규암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단면이 매끄럽고 날카로워서 조심스럽다.
경배낭을 매고 가면 어땠을까?

서봉 모습이 보인다.

3시50분 서봉(432.9m)에 도착하였다.
동봉보다는 높은 주봉이다.
300미터를 1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처음에는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는데 점점 시간에 속박이 되어갔다.

이게 무슨일인가?
오늘밤 작천소령에서 비박을 할려고 했다.
표지판을 보니 작천소령 4.79km이다.
지금까지 등반한 길이 3km가 안돼는데 아직 남은 거리다.
게다가 이미 시간은 3시 50분이다.
뭔가 망한 기분이 든다.
6시면 일몰이 시작되니 잠을 잘수 있게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능선이 길이 아니라 요철처럼 올록볼록하다.

벌써 3시 50분이다.
햇살이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해남 평야는 아직도 바로 옆에서 따라오고 있다.
멀어지는 느낌이 전혀 없다.
개 짖는 소리도 계속 들린다.

저 멀리 지나왔던 암봉들이 보인다.
산행 난이도가 공룡능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힘이 든다.
아름다운 암봉들도 미워 보였다.

얼마만에 걸어보는 흙길인가?
지금이 4시 10분이니 산행 6시간 만에 처음으로 걸어보는 평지길이고 흙길이다.
그런데 그 길이 너무나 짭다.

4시 30분이다.
그래도 이 바위에 올라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시소 바위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냥 미끄럼 바위가 더 가깝다.
바위가 미끄럽지는 않아 서있기 힘들지 않는데 보는 사람들이 질색을 한다.
저 가까운 평야를 봐라~~~ 가도 가도 끝이 없구나
동네 뒷산에서 오늘 죽는구나.
한탄이 나왔다.

큰 암봉을 우회해서 내려오니 평평한 곳이 있다.
바로 눈 앞에는 또 하나의 암봉이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길을 걷기는 무리이다.
암릉길이라 야간 등반은 어렵다.

한시간 동안 죽을동 살동 걸었지만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30분이다.
편평한 곳을 찾아서 무조건 진지를 구축했다.

두 암봉사이에 비좁게 텐트를 쳤다.

텐트를 겨우 치고서 아이고 허리야~~~ 눕자 마자 일몰이 시작되었다.
6시7분이다.

6시 14분에 해가 산 너머로 떨어진다.
유난히 석양이 아름답다.

일몰이 아름다울때는 해 위에 구름이 깔릴때이다.
오늘 너무나 아름답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하늘이 보랏빛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가을밤
벌레 소리가 청아하다.
가을은 멜랑콜리 해지나
조금은 처량하다.

내일 넘어가야 할 첫 암봉은 나무가 있어 부드러워 보인다.
옆으로 오솔길이 보여 안심이 되었다.

오후 6시 50분 경에 달이 떠올랐다.
저녁을 먹는 동안 구름 사이로 별빛이 빤짝빤짝 거렸다.
황홀한 밤이다.

반딧불이를 보았다.

두마리 반딧불이가 땅으로 내려온 별처럼

검은 산 허리에서 반짝반짝 유영을 하고 있었다.

세쌍의 반딧불이가 맺어졌다.

아침 10시 10분 부터 오후 6시까지 산행을 했다.
믿기 어렵게 나온 시속 0.5km 이다.
열심히 걸은 것 같은데 기어서 온 기분이 든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아보카도 명란젖 비빔밥을 먹고
점심겸 행동식으로 멸치고추 주먹밥을 만들었다
일출은 암봉의 왼쪽편에서 시작해서 붉은 여명만을 보았다.

팥배나무 열매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빨갛게 잘 익은 꾸지뽕 열매가 지천이였으나
한알의 열매만 먹고 빠른 걸음을 걸었다.
구절초, 마타리를 비롯 가을 야생화가 아름다웠는데 한 컷도 담지 못했다.
쫓아가느라 마음이 바빴다.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늦게
오전 8시 5분경에 출발을 했다.
이런 길을 계속 걸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딱 5분 동안만 펼쳐진 길이다.
다시 암릉길도 아닌 암봉길이 이어졌다.
암봉길은 이번 덕룡주작길을 가면서 만든 이름이다.
암릉길로 이 힘듦을 표현할수 없었다.

이티 바위가 나타났다.

규암일까? 잘 부서진다.오랬동안 밟히면 가루가 된다.

8시26분이다.

억새가 아름답다.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데 잠시 발길이 머문다.

9시에 삼거리 도착이다.
어제부터 출발한 소석문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4.7km라니 황망하다.

얼 만큼 가야 한다고?

엉겅퀴 꽃과 나비

뒤로 보이는 주작공룡 능선이 아찔하다.

10시20분에 도착했다.
주작산 정상석과 덕룡봉 정상 표지판이 같이 있다.
너무 헷갈렸다.
분명히 덕룡산의 일부인것 같은데
갑자기 주작산 표지석이 떡하니 자릴 잡았다.
가짜 주작산 정상석이 아닐까?
누군가 덕룡산 주작봉이라 불렀다.
종주길에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다. 475m이다.

드디어 원하고 원했던 부드러운 능선길위에 섰다.(10시 27)

바로 아래 도로가 보인다.
저 아래가 작천소령인가 보다.

주작산은 저 암봉을 넘고 넘어 가야한다는데...

아래 도로가 보인다

구절초 앞에서 잠깐 아주 잠깐 여유를 부렸다.

드디어 작천소령에 도착했다.(11시 32분)
그런데 막상 작천소령이라는 팻말이 없었다.
피곤해서인지, 글로 써지지 않으면 생각이 안떠오르는 지
이곳이 작천소령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머리가 텅 비었다.
작천소령이 멋진 박지인줄 알았는데 주차장이라니 조금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전망이 아름다운 곳에서 밤을 보낸 것은 참 잘한 일이다.

1시간 가량을 우물주물 지체했다.
주작산 휴양림 2km, 0.4km 안내 표지판이 두개라 식수 보충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 했다.
난 주작덕룡 종주에 대한 글을 읽을때
절대 주작산 정상으로 가지 말라는 글이 생각나서 주작산을 올라가면 안됀다고 생각했다
길입구에 주작산 정상이라고 써있었다.
미친건지,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는지, 그 앞에서 그냥 허둥지둥 헤맸다.
설상가상 지역주민에게 물어보니 산책로를 알려주셨다.
너무나 황당하게 시간을 버렸다.
결국 12시 30분에 출발을 했다.

주작산을 올라서 그곳에서 종주길과 주작산 정상길이 갈라지는데 입구에서 헤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가 안된다.

멀리 덕룡산이 보인다.

마음이 급해서 정자 쉼터를 지나쳤다.

어디서 와서 어디를 걷는가?

초입부터 심상찮은 출발이다.

날아다 슈퍼보드를 연출 할수 있는 진짜 시소바위다.
그런데 이미 지쳐서 올라타 보고 싶은 마음도 안든다.

주작산을 오르자 마자 공룡이 이빨을 들어낸다.

두륜산 입구 오소재 까지 가야하는데 걸어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군데 군데 산양 똥이 점점이 떨어져 있다.
산양의 길이 등산로이다.
심란하다.

덕룡산의 산행도우미가 호치케스 였다면
주작산의 도우미는 밧줄과 둥근 고리 못이다.

친절한 밧줄이지만 나중에는 화가 났다.
왜 이런길에 밧줄을 매어 등산로를 만들었냐고?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다.

햇살이 다시 정면으로 내리쬔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돌 넘고 돌 건너 한땀 한땀 걸어간다.

한쪽은 고바우 아저씨 같고
다른 한쪽은 산속에 사는 마녀들 처럼 보인다
곰돌이도 보이고 고양이도 보이고
바위들이 참 다양한 모습이다.

동백나무 숲이다.
동백꽃이 붉게 피어 있다면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친구에게 물었다.
" 넌 장미꽃처럼 시들며 지고 싶어?, 동백꽃 처럼 절정일때 똑 떨어지고 싶어? "
친구는 말했다 "늙어도 길고 오래 오래 장미꽃처럼 시들어도 매달려 살고 싶어"
" 난 인생은 길게 장미처럼, 사랑은 동백꽃 처럼 하고 싶어, 시들어서도 매달리는 사랑은 싫어, 슬플거야"
" 넌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해? ㅋㅋ "
동백꽃을 생각하며 걸었다.
지금도 동백꽃이 생각이 난다.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그냥 편하게 걸음을 땔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었다

멀리 두륜산이 보인다.
얼마나 남았을까? 거의 다 왔을까?

소석문 쪽이다.

오소재 쪽이다.

벌써 세시다.
해가 벌써 힘이 없어진다.
아직도 두륜산은 저 멀리 있고
가야 할 능선은 뾰족뾰족 이어지고 있다.

3시 8분이다.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간다.

눈을 의심했다. 수양리재에서 1.3km 왔다고?
4시간 걸려서 겨우 여길 왔다고?

3시 16분에 도착했다
충격과 공포다
12시 30분에 수양리재에서 출발해서 거의 쉼없이 걷고 또 걸었는데
겨우 1.3킬로를 걸었다.
순간 막막한 기분이랄까?
정신없이 앞사람을 쫓아갔다

소석문에서 부터 처음으로 나온 나무 계단이다.
산행중에 나무 계단을 반가워 하기는 처음이다.(3시45분)

3시 50분이다.

4시 11분
혹시나 ...염려되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4시 49분이다.

암봉, 암봉, 암봉

바위가 부서져 미끌어 내려오다가 홈에 걸렸다.
특이한 모습이다.

해지기 전에 오소재까지 갈려면 급히 걸어야 한다.
마음과 몸이 조급해졌다.

해가 구름에 가리니 조금 어두어 졌다.

아무리 마음을 급하게 먹어도 돌길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게 길이야?
끊임 없는 돌 잔치길은 발목에 힘을 뺏어가는지 속도가 나질 않는다
갑작스럽게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날마다 달마다 년마다 더 늙을일만 생길텐데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5시 09분이다.
두번째 비상탈출로를 지날때 부터 압박감이 밀려왔었다.
진행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이곳은 마지막 탈출로이다.
솔직한 심정은 주작덕룡산은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힘을 내서 종주를 완성하고 싶었다.
사실 종주가 뭐라고 꼭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발목은 힘은 없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걸을 수 있었다.
탈출구인 신동마을은 1.1km이고, 오소재까지는 2km남았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오소재까지 가기로 했다.
물론 이제까지 등산로를 생각하면 몇 킬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암봉길인가? 여부가 중요하다.

" 앞으로는 이런 부드러운 길 일것 같아요"
물론 장담은 못한다. 하지만 그럴것 같았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5시30이다.
까짓 랜턴이 있는데 뭔 걱정이람.

고맙게도 길은 이렇게 이어졌다. 거의 달리다시피 가고 있다.
(5시54분)

태양은 야속하게 일몰 준비를 한다.

석양이 모습을 들어낸다.(5시 57분)
아아!!! 두륜산이여
앞쪽에 더이상 높은 암봉이 안보인다.
이제 부드럽게 걷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마지막 암봉 구간이 나타났다. (6시 12분)
바로옆에 우회길이 있었다.
우회길을 선택했다.

계단이 나오니 종주길 끝이 보인다(6시 15분)

주작의 첫 암봉이자, 덕룡주작의 마지막 암봉이다.

두륜산 일몰이 시작되었다.(6시 21분)
두륜산은 초등학교 시절 소풍 산행을 빼고 나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오른 산이다.
4학년때 큰언니, 작은오빠, 작은언니와 넷이서 올랐다.
큰 오빠가 아파서 가족여행을 한번도 못했었다. 내 기억속에 첫 여행이였다.
제일 기억에 남는것은 산행 중간에 오빠가 끓여준 라면과, 아슬아슬한 구름다리를 통과한 것이다.
어릴때는 엄청 길고 무서운 구름다리인데, 지금 보면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대흥사의 멋진 마애석불도 보고 싶었다

산길은 조금 어둑어둑 했다.
랜턴 없이 걸을수는 있지만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6시21분 하산 완료

갈등을 만들었던 세곳 탈출로가 싫었다.
미련한 생각이다. 그래도 싫었다.

지치고 지친 산행이였다.
마음도 많이 생채기가 났다.

6시30분 오소재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온몸이 소금기로 가득하다.
얼굴도 소금이 버석버석거렸다.

 

작천소령에서 어영부영 보낸 1시간을 제외 하고는
잠시 숨을 고를 뿐이였다. 편히 앉아 쉰 적이 없이 걸었다.
첫날 4.34km, 둘째날 8.89km 이니 총 13.23km이다.
달팽이처럼 집을 이고 느리게 이동했다.
달팽이도 숨이 찼을까?
달팽이랑 나랑 다른 점일까?
내가 모르는 점일까?
산행 내내 심연에 슬픔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