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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화채능선 숙자봉

by 소연(素淵) 2022. 7. 26.

설악은 두근거림이다.

멋진 풍광을 기대하는 두근거림

풍광을 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들에 대한 두근거림

국공을 만날까봐 두근거림...

두근거림으로 시작하는 설악 등반이다.

신흥사 일주문을 통해 설악에 들어 간지가 꽤 오랜만이다.

108사찰에서 108배 하기 딱 좋은 곳이지만 일행이 많은지라 한배만 올렸다.

적은 비라도  비 예보가 있는 날 설악을 오르기까지 마음이 불편했지만

듬직한 리딩 대장님을 만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6.5kg 이내로 가볍게 배낭을 꾸렸다.

일행들 배낭과 비교했을때 보조가방 처럼 보인다.

부피도 작아야 하고 무게도 적어야 위험구간 통과가 쉽다.

" 무게로 흥한 자 무게로 망하리라! " 

이 말을 해주신 분 말대로 이번 산행은 무게 400g을 줄일려다가 엄청나게 낭패를 보았다.

정말 말이 씨가 된걸까?

비룡폭포 가는 방향으로 가다가 가는골  방향으로 계곡을 건넜다.

물이 좀 적은 곳을 찾아 계속 위로 올라갔다.

밤새 내린비로 수량이 늘어서 허벅지까지 물이 들어왔다.

가는골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데  수량이 많았다.

의자바위에서 쉬다가 개울 건너편에 동굴을 가보았다.

동굴안은 구들장도 있었고 동굴 위에 구멍이 있어서 연기도 내보낼 수 있다.

은박지 매트리스도 있었다.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도사님이 도 닦는 곳인것 같다.

편안하고 시원한 냉기를 품은 의자바위다.

" 여봐라~~~ "

자세가 오만을 낳는건가?  

목에 힘이 들어 간다.

한발 한발이 조심스럽다.

미끌미끌 거린다.

언제나 하늘이 보일까? 

미끄러운 계곡길을 벗어나고 나니 가파른 너덜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덜길이 끝없이 화채능선까지 이어진다.

 솔나리다. 분홍빛 나리꽃은 처음 본다.

흔하지 않음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솔체도 참 아름답다.

정성스럽게 만든 꽃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화채능선에 올라서니 귀한 솜다리 꽃이 보인다.

설악 고산 암릉을 올라야만 볼수 있는 솜다리꽃이 엄청 반갑다.

" 오랜만이야. "

아슬 아슬 암릉구간을 넘어 오니 멋진 바위가 보인다.

강한 바위를 조물주가 조물락 조물락 거리며 만들어 놓았다.

아쉽다!!!

사방에 안개가 피어올라 조망이 전혀 없다.

슬프다.

화채능선 길이 뿌연 곰탕 길이 되었다.

소토왕골  갈림길에서 만난 자라 바위다.

시그널이 " 집에서 쉴껄 ... " 이다.

힘들 땐 나도 쉴껄이다.

설악 바람에 바람꽃이 하늘 하늘 거린다.

바람꽃들의 흔들리는 춤을 보면서 오른다.

너덜길을 지나 능선에 올라도 여전히 가파른 길이다.

헛둘, 헛둘 오르고 또 올랐다.

점점 짙어가는 안개속에서 일행들과도 점점 멀어져 간다.

 숙자봉을 올라가는 중에 짙은 안개속에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직벽을 올라가느냐 우회해서 가느냐의 문제였다.

바위길이 위험했지만 요리조리 확보 할 수 있는 틈이 있어서 숙자봉을 직벽으로 오르기로 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숙자봉 전체를 보지 못하고 바로 앞만 더듬어 올라갔다.

처음에는 세명이 같이 올랐다가

두명 두명씩 갈라져서 따로 올라갔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도 짙은 안개로 앞이 보이질 않는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이제 조금만 더 옆으로 가면 숙자봉 정상이다.

바위를 잡고 힘을 주면 옆으로 부서져 나갈것 처럼 틈이 뻥 뚤려 있는 바위다.

바위를 내려오니 단장된 박지가 보인다.

도착하자마자 이곳에서 자고 싶어서 배낭을 내려 놓았다.

이 멋진 소나무와 바람꽃과 솔체꽃이 가득한 이곳에서 자고 싶었다.

처음 발견한 박지는 다른분께 드리고 두번째로 선택 당한 박지이다.

이곳이 최고라고 알려주신 분을 믿고 선택 했는데 결과는 혹독했다.

1m로 예상한 비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쉬지 않고 세찬  비를 내렸다.

첫 인상이 습했었는데 귀가 얇아서 이곳을 정하고 말았는데

세찬 비에 속수무책으로 물길이 되었다.

골을 파고 물길을 내어도 물들은 계속 흘러서 잠자리가 물바다가 되었다.

인테그랄디자인 비비색 보다 400g 가벼운 버닝칸 비비색을 새로 사서 처음 가져왔는데 엄청난 댓가를 치뤘다.

화창하고 화창한 날에만 버닝칸을 써야겠다. 

밤새 눅눅함과  추위에 떨어서 비가 그쳤어도 우비를 챙겨 입었다.

마음에 비가 내렸다. 침낭도, 우모복도, 모든 장비가 물속에 잠겼다.

여름이 아니였으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때만 해도 사방천지가 곰탕이였다.

 숙자봉에서 전망이 아무것도 보이질 않다니 정말 슬펐다.

곰탕에서 벗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찬란한 순간이다.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요동을 친다.

울산바위가 완전히 열렸다.

서봉, 신선대, 신선암에서 본적은 있으나 이곳에서는 처음 본다.

울산바위 사면을 다 보았다. 만세~~~

울산바위도 열리고 달마봉도 열렸다.

운해가 설악 만물상을 넘나 들고 있다.

운해가 울산바위를 보여주었다가 감추고

다시 보여주고 감추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넋을 놓고 바라만 볼뿐이다.

달마봉도 운해속에서 노닐고 있다.

작은 오아시스에 올챙이가 많았다

빨간 배 개구리도 보인다.

강력한 힘을 지닌듯 강한 노적봉의 모습이다.

 다들 설악의 열린 모습에 넋을 잃었다.

신선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왼쪽이 칠성봉이다.

빛내림 까지도 환상이다.

권금성 케이블카가 보인다.

권금성을 오르는 사람들이 모습도 보인다.

하얀 우비를 입고 왔다갔다 한다.

하트 모양이 이렇게 어색할수가 없다.

변화무쌍한 설악의 모습에 카메라를 멈출수도 없다.

시선을 멈출수도 없다.

하산을 하자고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더 있고 싶다.

타프를 쳤던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산꿩의 다리이다.

연잎 꿩의다리는 희귀식물이라 보호되고 있다.

하산은 안전하게 우회로로 돌아가기로 했다.

소토왕골로  하산했다.

안전한 길이라지만 급경사길이라 조심스럽다.

숙자바위를 우회하지 않고 저 직벽을 올랐다.

뒤돌아 보니 아찔하다.

직선으로 쭉 가란 소리에 쭉 가다니...

하산길에 다시 만난 달마봉이다.

점점 운해가 모여든다.

소토왕 폭포 상단 구간을 건널때도 조심조심이다.

미끄러지만 폭포 아래로 빨려 내려갈것 같다.

미끄럽고 횡단하는 길이고 경사진 길이다.

가장 두려워하는 하산길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줄을 깔아 주셔서 즐겁게 하산을 했다.

미끌 미끌 으랏차차~~

방심할수 없는 구간들이 계속 되었다.

시원한 계곡에 잠시 몸을 담궜다.

순토시계

오름길 7시간

내림길 4시간30분이 걸린 대장정이였다.

설악을 다녀오면

설악이 늘 아른거린다.

두근거려서 싫은데

그래도 자꾸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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