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訪訪訪

청산도와 시간 안에서(In Time)

소연(素淵) 2013. 5. 3. 14:01

 

 

 

 

 

 

보름달과 가로등이 서로 바라보는 듯 하다.

차에서 밤새 새우잠을 자다가

완도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새벽 분위기 탓일까?

홀로 길을 나선걸 후회하는 순간이다.

 혼자이길 원하지만 그 순간 또 혼자가 아니길 바라기도 한다.

 

 

청산도행 배(오전 6시30분)를 기다리는 동안

완도타워가 있는 공원에 올랐다.

이른시간이라  타워에 들어갈수 없었지만

완도항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달은 지고 해는 떠오르고

바다에 두둥실 떠있는

작은 산들이 너울거리는 아침이 되었다.

 

 

완도 항구가 점점 멀어져 간다.

청산도행 슬로우시티 여객선을 타고

뱃 바람을  마셔 보기도 하고

햇살을 느끼기도 하면서

 50여분을 바다만 바라보고 나니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작은 고깃배가 한가로이 물 그림자를 비춘다.

여행객 눈에나 한가로울까?

아마도 어부는 나를 보고 한가로운 사람이라 여길지 모르겠다.

 

 

풋마늘, 달래, 두릅, 상추를 파는 작은 청산도 할머니 시장이 생겼다.

달래 한다발이 2000원 두릅 한모듬이 5000원 이였다.

달래와 두릅을 샀는데 신선함과 향기로움이 가득했다.

 

청산도가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후

삶의 모습은  퀵퀵 시티로 바뀌지 않았을까?

" 오래된 미래" 의 한장면이 떠오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

 

 

청보리와 노란 유채가

시골 풍경을 낭만으로 느끼게 해준다.

바람이 불면

청보리 물결이 넘실대고

내 가슴도 울렁울렁 거릴텐데 ^^*

 

 

 

 

 

마음같아서는

저 그림속의 철수 곁에서

똑 같은 포즈로 앉아서 수다를 떨고 싶었다.

 

읍리마을에는 하마비와 고인돌

그리고 250년 이상된 팽나무 고목이 있는 신령스런 마을 같았다.

 

 

나목만으로 이렇게 풍만해 보이는데

이 팽나무에 연초록 잎이 하나 둘씩 나온다면

얼마나 싱그러울까?

250년을 매년 새로운 연두빛으로 태어나는 팽나무가 위대하다.

 

 

봄이 오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아무리 두꺼운 고목의 갑옷일지라도

견디질 못하고 새순을 올려보낸다.

 

 

해발 330미터의 보적산은

산정상 부근에서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거칠은 숨소리와 함게 오르게 된다.

오솔길 처럼 좁은 등산로 따라

키작은 어린 철쭉들이 피어나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

쭈욱

심어 놓은 철쭉나무들

사람들은 이제

산도 정형화 시키려 하는 듯

다들 진달래, 철쭉들을 다투어 심기 시작한다.

 

 " 자연을 왜 자연스럽지 못하게 할까 "

 

 

그래도 진분홍빛으로 방긋 웃어주는 듯한 꽃들이 힘이 되어 이끈다.

 

산을 올라갈수록

계절이 빨리 변한다.

열기가 여름을 기다리는 느낌이다.

 

 

땅끝 마을 보다 더 머언

머언 곳 보적산 정상에도

북적북적이다.

 

 

오른쪽에 있는 바위가 범바위이다.

범바위 전설을 들었지만

범바위가 유일한 청산도의 범일 것이야 ~~

호랑이 한마리가 청산도에 살았었다면

" 어흥~~~으악 " 청산도는 무인도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막을 내렸겠지

 

 

 

사방을 둘러 볼수 있는 정상

동서남북을 다 돌아보니

눈이 번쩍 뜨인다.

바람과 하늘과 바다, 그리고 푸르른 들판

구불구불 고갯길도 다

눈을 번쩍 뜨게 해준다.

 

 

거북이 처럼 보이는 곳이 화랑포이고

그 너머로 돌아 돌아 구불 구불 걸아가면  도청항이다.

 

 

그늘 찾아 작은 나무아래에

하늘을 이불삼아

땅을 느껴야 하는데

떠나야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발걸음을 재촉 해야 한다.

 

 

 " 앗 독도다

아니 상도다 "

 

 

시간은 돈이다 이말은 절대 공감할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돈이 시간이다  이것은 이 시대의 진리가 되버렸다.

돈이 없으면 시간도 없다.

무박으로 내려온 청산도

그대는 내게 절대 슬로우가 될수 없었고

다만 퀵 퀵 퀵 이였다.

미안하다 청산도

 

 

끝이 없기를 바라는 길

해안길 이곳에서는 낭길이라 불렀다.

이 마을에서 저마을로

돌아가는 길

이 길을

다른이들과 줄줄 줄... 줄을 이어 앞 다투어 걸어갈때

슬픔이 차올랐다.

 

 

몽돌 해변가

동글 동글 오랜만에 보는 몽돌이다.

달그닥 달그닥 발 아래서 둥글 둥글 거리며

발목을 잡는다.

 

몽돌하나 집어 바다에 던져 볼걸

 

 

여기까지 와서

왜 이리 바쁜지

돌 담장이

이 돌담장을

스치듯

달려간다.

 

나는 바보다.

이곳에서 달리는 나는 바보다.

 

 

데굴 데굴 굴러도

감싸줄것 같은

부드러운 청산도

 

 

이곳에

나도 살고 싶다.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

청산도의 변신

서울 왕자가 내려왔나?

 

 

나는 또 빠르게 걷는다.

 

 

저 앞 초가집이 그때 그 세트장이다.

지금은 고인 되신 변상덕과장님이 퇴직하신  후 어느 봄날

서편제 영화를 예매하셨다고 영화관 앞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하셨다.

 

송화도 유봉도 이해 할수 없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 진도아리랑" 에 절절히 베여있는 그 한을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제는 웬 고갠가~
구부야아~ 구부구부야아~ 눈물이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약산 동대 진달래 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핀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간다~ 간다~~~~
내 돌아간다
정든 님 따라서 내가 돌아간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돌담길에 같이 앉아있고 싶었다.

 이 좋은 곳에서

왠 청승인지

자꾸만

아쉽다.

 

 

길가에 피어있는 큰 방가지똥(?)을

손으로 만져보니 까슬까슬하다.

나물이라는데 두 뿌리만 있어도 한접시 될것 같다

 

 

슬로시티 섬인 청산도에 6시간을 머물지 못했다.

도청항에 내린 후

계속 일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인

 10분의 1만큼 조각난 여행이였다.

바라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던 청산도 였지만

 

느림을 느끼기에는

너무 남루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청산도 역시 더 이상

느림을 말할수 없는 섬이 되었다는 걸...

 

영화 " In Time" 을

보기 전과

본 후가

달라진 것 처럼

 

청산도에서 퀵, 퀵 하고 다니면서

 

또 한번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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