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설악산 작은 형제봉

소연(素淵) 2024. 9. 25. 13:55

설악을 들어가면 비가 온다.
맑은 설악을 보고 싶지만 운이 따르질 않는다.

비선대는 볼때 마다 옥빛으로 빛난다.

 

가는비가 계속 조금씩 내린다.
 

장군봉과 금강굴이 보인다.

귀면암이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은밀하게~~~

큰형제골로 조용히 스며든다.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콩닥콩닥~~

 

간단한 점심을 먹고 물 2리터를 배낭에 더하니 비탈길 오르기가 벅찼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황홀하다.

비탐을 하다보니 비탈길 오름길에 위험구간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전망 좋은 곳을 포기 할수가 없었다.

오늘밤 강풍이 분다고 했지만 전망을 포기 할 수가 없어서  전면이 트인 곳으로 자릴 잡았다

텐트 피칭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저녁부터 비소식이 있어서 타프를 쳤다
바람도 걱정이 된다. 차라리 타프를 걷을까?

텐트 피칭을 마치고 나니 바람이 슬슬 불어오기 시작한다.
내 텐트에서 이곳 까지 올때 납작한 큰 바위 밑에 칠점사 몇마리가 살고 있어서 조심조심 걸었다.

아찔하다.
바람아~~~ 불어라~~~
바람과 함께 조금 울었다.
비와 함께 조금 울었다.
산 위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바위 틈에 꼭 붙어서 버티고 있다.
참 슬픈 날이였다.
인정을 해야 하는 날이였다.
어떤 인정? 내가 해야만 했던 인정이 있었다.
그걸 하는 날이였다.
뭔 훗날 이날 무얼 인정했는지 기억날까?

미친듯이 웃기도 울기도 했었다
세달이 지난 후 기록하지만 이 날 느꼈던 기분은 잊을 수 없다.
오온이 공한것을 알고 온갖 고통을 건너느니라~~~
잘 외우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반야심경이 절로 나오는 날이였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강수연 주연이던 바라아제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이 났던 곳이다.

 이때 까지만 해도 철없이 내 감정따라 불어대는 바람이 고마웠다.
바람아~~ 더 불어~~~ 더~~~

비가 와서 타프를 치고 밥을 먹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정신을 빼 놓아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바람을 못이기고 타프가 두동강이 났다.

밤새 새벽까지 바람이 불었다.
바깥에서 펄럭이는 타프 소리가 나를 부르는것 같았다.
이 세찬 바람소리에 잠 못이루면서도 겁은 나지 않았다.
텐트안에서 홀로 평안한 기분이 들었다.
자석으로 바깥과 연결했던 텐트등은 흔들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냥 길고 긴 밤이였다.

거의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밤새 불었다.

시속으로 따지면 100km가 넘는 히말라야 강풍이 불었었다.

풍속에 따른 피해 정도를 보니 아찔하다.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가고 허술한 집은 붕괴가 되는 강풍속에서
산 정상에 텐트를 쳤었다.
안전불감증이 대단하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지난 1년간 묵혀두었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다른 인연들도 정리를 할 것 같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면 좋겠다.

아니온듯 정리하고난 지난밤 잠자리이다.

저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운해는 바람에 다 날라갔는지 아쉽다.

 

이곳을 휴양지, 놀박지라고 부르는 이 팀이 점점 두려워진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강풍주의보를 무시한 산행을 했음을 알았다.
다치지 않았으니 위험한것도 몰랐었다.
가역성과 비가역성 사이를 오가는 산행을 늘 하고 있었다.
돌이킬수 없는 그 지점을 운에만 맡기고 있었다.
삼세판은 없는거다.
이제라도 알아차리는 중이다.
다행이다.




 

 

참 등산이라기도 뭐하고 90% 경사도가 뭔 말인지 몰라서 경사도에 대해 알아본다.
 

경사도 100%로는 45도 각도이면 또 그다지 심한것 같지 않기도 한 것 같기도 ㅋㅋ

운행지도상으로는 43m 이동했다는데 헷갈린다.
 

트랭글이 불안정 해서 제대로된 그래프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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