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목민심도 종주

소연(素淵) 2024. 9. 23. 11:27

토요일 관악산 산행을 하다가 처음 만난 분과 종주산행 이야기를 하다가 한 산악회를 소개 받았다.

관악산 3시간 산행이라 집에 일찍들어가서 호기심에 가입을 했다.

다음주 덕유산 육구종주를 계획하고 있어서 체력도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크고 작은 봉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종주 안내문을 보았다. 

산티아고 36킬로미터를 하루에 걸어본적이 있어서 25킬로미터도 꾸준히 걸으면 될 줄알았다.

 

속담이 진리인것 처럼 무식하면 용감하다?

충동적으로 까페에 가입을 하고 충동적으로 목민심도 중주 모집에 참가 꼬리를 달았다.

산행 공지는 팔당역에서 시작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운길산역을 들머리로 잡는걸로 계획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 만난 리딩 대장님은 좀 의아해 하듯 종주를 언제 해봤느냐? 무슨 종주를 해봤냐?

작년에 화대종주를 해봤다. 그것도 1무1박3일로...

중탈(중간탈출)을 할수 있으니 진행해 보자고 했다.

 

첫 발을 내 딛으면서 생각을 했다.

오늘 운길산 산행으로 만족하자

난 아무래도 체면이 안서지만 중탈해야 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를 포함해서 총 7명이 산행을 했다. 여자 다섯, 남자 둘

그들은 산을 오르는게 아니라 나는 듯 해 보였다.

산행 속도는 내 수준이 전혀 아니였다.

그래도 믿는것은 튼튼한 두다리 

암튼 갈수 있을때 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달렸다.

달려라 하니~~~

운길산역에서 8시 30분에 출발했다. 수종사에 도착하기까지 25분 동안 달리듯이 올라왔다.

멋있는 은행나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쓱 지나쳤다.

쉬지 않고 달려온 절상봉

사진 한장 찍는 시간이 휴식의 전부다.

물론 다른 분들은 헐레벌떡 따라오는 나를 기다리면서 휴식을 가졌으리라...

가을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운 날이다.

북한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세 알의 샤인머스킷이 천상의  맛이다.

삼각표점은 찍지 않고 설명 표지판만 찍었다.

봉이름을 알려주셨는데 까먹고 말았다.

아마도 산행 속도 기록 일 것 같다.

10킬로 산행을 계속 달리듯... 물론 종주팀들은 우아하게 걷듯하셨다.

점심을 먹을때 무릎 보호대를 했었다.

이 무릎 보호대가 너무 타이트해서 혹시나 쥐가 나지 않았을까?

 

다리에 쥐가 날것 같은 전조증상이 계속 진행되었다.

솔직히 산행팀 속도가 나보다 워낙 빠르다 보니 급하게 따라가느라 호흡도 놓치고 근육도 놓쳤다.

그래도 15킬로를 걸었을때 쉬지 않고 따라 잡다 보니 완주도 그럭저럭 할수 있을것 같았다

산행 중 매낭을 놓고 쉬세요. 말은 고마웠지만 솔직히 물 먹을 시간도 없을만큼 어렵게 따라 붙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분들은 나를 기다리며 충분히 휴식을 취했던것 같기도 하다.

온몸이 땀이다. 

쥐가 날듯, 조금씩 근육들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할수 있을것 같았다.

계속되는 오름에 다리는 쥐가 나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된 쥐는 계속 양 허벅지를 시작해서 종아리,  그리고 종아리 앞쪽으로...

그다음은 생각하기도 끔찍하게도 바로 가슴 밑까지 전신으로 꿈틀되기 시작했다.

마그네슘도 먹고 근육이완제도 먹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주아주 먼옛날 20년이나 지난 옛날에 설악 용아장성을 탈때 쥐난 후 처음이다.
늘 처음은 있지만 ...

끔찍한 경험이다.

9월7일은 낙석 맞아 죽을뻔 했는데 오늘은 속도에 죽을뻔 했다.

온몸으로 쥐가 나니 속수무책이였다. 

힘도 빼기 어렵고 엄청 아프고, 산행 마무리 부분이라 탈출할려면 철문봉을 올라야만 했다.

철문봉 50미터를 앞두고 일어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내려갈수도 올라갈수도 없었다.

땅바닥에 들어 누워 하늘을 보았다.

바람이 불어오니 몸에 한기까지들고,참...난감했다.

요즘 왜 이러나? 나!!

매주 죽는구나!

산행스타일을 바꿔볼려고 종주에 호기심을 가졌는데 첫 산행에 무리수를 두었다.

왜 이렇게 어리석어질까?

요즘 난 불광불급 하게 살아가는것 같다.

갑자기 산산조각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난 산산조각이 나는 중인가?

결론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수 있지

...............................

오르기만 하면 계속 쥐가나서 거의 1시간을 걷다가 쥐나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고통스러워 하다가...

마냥 시간을 보낼수 없어서 

오르막길을 뒤로 돌아 걸었다.

가파른 산길을 뒤로 걸어가는 기분이란? 참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철문봉에 올라서야 비로소 내리막길이다.

들락거리던 쥐도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쥐가 잠잠해지고 멈추고 나서 거의 뛰어서 팔당역으로내려왔다.

저게 정말 제 속도 인가요?

일행들에게 미안한 맘으로 거의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예봉산 정상을 가지 않고, 못가고 패스해서 좀 뚱뚱한 모습의 종주길이 되었다.

생애 첫 종주다.

내가 좋아했던 지리산 종주와는 전혀 다른 속도가 제일 중요한 종주였다.

아마도 휴식시간중 1시간은 다리 쥐가 나서 고통스런 순간이고

나머지 30분 정도는 운길산 하산 후  점심을 먹은 시간인것 같다.

나를 뒤돌아 봤다.

인생을...

지방 소도시에서 나름 공부 잘한다는 똘똘이 소릴 듣고 살아서 나름 자존감이 높았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지면서 위치를 점점 찾아 갔다.

그래도 유년시절에 생긴 자존감이라 그럭저럭 유지하고 살고 있다.

산행도 마찬가지다. 

거의 30년 산행을 하면서 직장산악회 수준에서 중간은 가고 좀더 분발하면 선두도 가다보니

나름 산행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오늘 여기 목민심도 종주에서 철저히 산산조각이 났다.

 암벽도, 종주도, 비박도, 일반산행도...전부 다 다른 분야란 생각이 든다.

내 종주는 걸음마 수준이였다.

팔당역 근처의 오가네 식당 미나리전은 넘 훌륭하다.

내가 먹어본 전 중에 최고의 맛이다.

리딩 대장이 물었다.

오늘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속도를 , 내게는 넘 속도가 빨라서 인 것 같아요.

대장 왈

그래도 중탈 안하고 완주 하신것은 엄청 잘하신거에요

쥐만 안났어도 ..

쥐 난게 제 한계고 수준이고 능력인거죠

솔직히 이 산행 전까지는 그냥 느릿느릿걸어도 완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달리는 종주산행이 있는 줄도 몰랐다.

삐약삐약~~~

오늘 나더러 배낭이 넘 무겁다고 충고해주셨다.

사과 1개 배 1개 과자 한 뭉치, 꿀 스틱 10개 물 1리터가 다였다.

그런데도 내 배낭 보고 무게에 깜짝 놀란다.

비박팀에서는 내 배낭을 보고 맨날 보조가방이라고 놀리는데

종주팀에서는 너무 무겁다고 놀란다.

참 그때 그때 다르다.

맞고요 맞고요

 

헤어질때 리딩 대장님이 초보 종주하는 대장님을 알려주셨다.

저랑은 만나기 어려울것 같지요? 

그쵸, 당분간...일까?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다.

 

나 오늘 21킬로미터 걷고 거의 오만보 걸었어요

재성씨 왈~~~

20킬로 충분히 걸을 수 있지

잠깐 걸어도 10킬로야...

그치... 그치만

목민심도 종주는 엄청엄청 힘들었다.

이번 주 있을 육구종주는 영구종주로 마음을 고쳐 먹었고

지금도 다리쪽은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걱정이다.

쥐가나서 후반에 거의 걸어가질 못해서 평속을 확 줄었다.

그래도 내 산행속도에 기록인것 같다. 

 

겸손 겸손 겸손이 사방에서 튀어 나온다.

 

종주배낭을 열심히 검색해 보는 넌 누구니?

 

근데 

쥐가 하반신을 넘어서 상반신으로 심장까지 가면 죽는다고

마라톤 하다가 그렇게 죽는이도 있다고 알려주는 지인이 있다

정말? 

가슴 밑까지 꿈틀 꿈틀 경련이 일어난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

 

아주 안전하게 살자

무리하지 말고

성실 인내 안전 갑자기 한등 구호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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