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시작 전에 몇일을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갈수 있다 라는 마음으로 늘 산행을 했었다.
9월 22일 목민심도길 21키로를 빠른 속도로 걸은후 며칠동안 다리 부종도 심했고
근육경련이 일어난곳이 계속 통증이 있었다.
육구종주에 대해 급격하게 자신감도 떨어지고, 건강을 위해서 옳은 행동인가도 생각했다.
취소할것인가? 육구종주인가? 영구종주인가? 동엽령에서 안성센터로 하산할것인가?
설천봉에서 케이블카로 하산 할까?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하게 되었다.
난데 없는 우유부단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출발전 금요일 아침까지도 출근 전 사우나로 다리를 풀어주었다.
버스에서 까지 영구냐? 육구냐? 하다가 근육경련이 넘 두려워서 영각사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3시10분에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어두운밤 깊고 격한 숨소리를 내면서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영각재에 올랐다.
의자에 앉아 잠시 한숨을 돌리고 포도 세알을 먹고 다시 올라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안개가 비처럼 푹 내려 앉을때 멀리 밝은 빛이 보였다.
그믐달이 참 밝구나
아름다운 달빛을 한동안 바라보다 떨리는 손으로 잡아 보았다.
1시간 40여분만에 올라온 남덕유산 정상이다.
남자 네명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기다리다 촬영을 부탁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었어도 땀이 온통 범벅이다.
렌턴 불빛이 안개비에 산란되어 정확한 길이 잘 안보였지만
국립공원의 탐방로라서 홀로 산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정신없이 앞을 보며 오르내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는 불빛이 보인다.
남덕유산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봉우리, 봉우리
김민기의 봉우리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아무도 없는 길을 한동안 계속 홀로 걸었다.
숨이 가쁘면 잠시 멈추고, 물 한모금 마시고
한걸음 한걸음, 왼발, 오른발
내 발을 느끼면서 올라갔다.
혼자 자유롭게 걷는다는 게 참 좋구나.
삿갓봉 오르는 길가에 흰 구절초가 아름답다.
남덕유산에서 삿갓봉을 오를때 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삿갓재 대표소 내려가는 길에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잠깐 열린 산과 구름 사이 틈으로 황홀한 주홍빛을 보았다.
일출과 운해의 아름다움을 볼수 있었다.
맛있는 단팥빵 반쪽과 포도 네알을 먹었다.
능선에 올라 멋진 조망을 취하고싶었는데 양 옆은 진한 안개로 가득했다.
무룡산 오름길에 세찬 바람이 불었다.
무룡산에서 러너들을 만났다.
달려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쏜살 같이 사라지고 또 혼자 걸었다.
향적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ㅎㅎ
8.4km를 코 앞이라고 생각했다.
10km를 지나오면서 근육 경련도 가슴 벅참도 없어서 기분이 좋았다.
산부추 꽃이 아름답다.
흰구절초가 아름답다.
다리가 쥐가 났자면 여기서 안성탐방지원센터로 1시 이전에 내려갈 계획을 세웠다.
예상보다 빨라서 마음이 느긋해졌다.
용담꽃인가? 구절초, 오이풀이 많이 피어있었다.
덕유평전을 걸을때 지리산 연하선경이 생각이 났다.
덕유산 종주는 처음이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거닐때는 참 행복하다.
종주의 매력에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다.
넘 늦은 시작인가?
무릎아끼느라 백두대간도 안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끔씩 보여주는 푸른 하늘이 곱기만 하다.
귀여운 철쭉이다. 털 철쭉인가?
한 낮 햇볕의 유혹에 철 없이 피어있는 한 송이 철쭉꽃이다.
그가 며칠 밤 낮으로 견뎌야 할 추위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미리 알게 된 다는 것이 참 서글픈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중봉과 향적봉 아고산대를 지나면서 주목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이 끝나가며 이곳을 수 놓았을 야생화들이 거의 자취가 없다.
오미자 차가 맛있던 향적봉 대피소이다.
산행 8시간만에 향적봉에 올랐다.
한동안 오르막길에도 등산스틱을 사용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스틱 없이 등산을 했다.
손이 자유롭기도 하고 걸음걸이가 더 경쾌하기도 한 것 같다.
배낭이 무겁지 않다면 오르막길에서는 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18km를 거의 쉼없이 걸어왔다.
백련사까지 내리막길 경사가 크니 조심스럽다.
벤치에 앉아 남은 빵 반쪽을 먹었다.
배고프지만 과자류는 먹고 싶지가 않았다.
이제 포도 아홉알 정도가 남았다.
세알씩 아끼면서 먹었다.
백련사 계단을 보니 반갑고 또 반갑다.
전에는 부도라고 생각했는에 부도와 계단의 차이가 무얼까?
지금 찾아 보았다. 거의 비슷한것 같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백련사에 있는 고려시대 불교의 계(戒: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의식을 행하던 불탑. 부도.
싸리문처럼 보여서 금방 백련사 건물이 보일듯 했으나 착각이였다.
백련사에 도착하니 1시가 안됐다.
주차장에 미리 가도 차가 없을 것 같아서 108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리와 무릎이 뻑뻑했는데 다 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오래된 돌배나무다, 작을 돌배가 가득 열려있다.
작년에 재성씨랑 어사길을 걸어올라와 향적봉을 올랐던 기억이 났다.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길을 다시 걸어서 좋다.
2시 28분에 차에 도착했다.
화장실에 옷을 갈아 입고 나니 행복하다.
참 많이 걸었다.
다리가 좀 뻑뻑하다.
종주 능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기분이 좋다.
평지 길이 길어서 종주가 편한것 같다.
속도도 평상시와 비슷해서 무리가 없었다.
저번 목민심도 종주 이후에 등산 속도에 욕심이 조금 생겼지만 당장은 무리고
주중 운동을 통해서 조금씩 속도를 내 볼 계획이다.
하루 하루
아직도 나를 알아가고 있다.
여전히 나를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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