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인제 아침가리계곡 트레킹

소연(素淵) 2024. 8. 8. 22:23

 

방동약수터입구~ 방동약수터 ~ 방동고개~ 조경동다리~ 아침가리계곡~ 진동1리마을회관으로 약 12킬로를 걷는다
더운 여름날 시멘트 길을 걸으니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톡쏘면서 철 맛이 나는 방동약수이다.
이름 그대로 위장에 보약같은 약수라한다.

긴 스틱이 꼬여서 조금 힘들었다. 
나도 한모금 마셨다.

산길이 나오면 마냥 신이났다. 
나이키 샌들을 신고와서 계곡물을 건널때 발가락이 다칠까봐 조금 신경이 쓰인다.
엄지발톱을 테이핑하고 양말을 두겹으로 신었다.

언제 계곡이 나오지? 아침가리 계곡을 몇번 다녀갔어도 늘 지겨운 길이다.

초면이지만 은퇴 후 열정적으로 산을 다니시는 분이다.
내 미래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본다.

오늘도 으랏차차!

은근한 오르막 임도길을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데 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어져서 재빨리 먹었다.
다른분들은 타프아래서 조금은 느긋한 점심을 드셨다.
비가 조금 내리지만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궈본다.

산행 복장이기 보다는 물놀이 복장이다.

처음부터 화끈하게 입수하신다.

 
배낭이 방수배낭이긴 한테 입수를 할수없는 배낭이라 조금 아쉽다.

이런 계곡에서도 물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수영을 배우고 싶다.
난 물장구나 치련다 
그런데 팔힘이 약한지 물보라라 일지 않는다.

계곡길은 방심하면 금방 미끌어진다.
등산 샌들이 아닌 일반 샌들이라 걸음마다 더 신경이 쓰였다.
한발 한발 신경을 쓰면서 걷다보니 
그야말로 김주환 교수님의 소매틱 운동이 된다.
걸으면서 저절로 명상이 된다.
그래! 지금 여기! 오늘 이 순간에 머물자!

아악! 차가운 물살에 입이 크게 벌어졌다.

짜릿한 물놀이다.

흐르는 물을 맞서지 않고 흐르는 물결에 등을 맡겨본다.
새로운 경험이다. 
두둥실 밀려나서 두 팔로 버텼다.

계곡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걷다보니 금방 진동 마을이 가까워졌다.

둑이 있는 하류는 물 온도가 따스하다 
물에서도 이끼류가 있고, 비릿한 향도 조금 난다

 

방동막국수에서 맛난 수육이랑 감자전, 막국수를 먹었다.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미끄러운 계곡길을 집중해서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알았다.
 
지나간 과거를, 돌이킬수 없는 과거를 자꾸만 생각한다는 
죽은 자식 불* 만지기나, 떨어진 꽃잎을 보고 계속 애통해 하는 것과 같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한순간도 그대로 머물 수가 없는데
가슴아픈 지난일을 자꾸 되새기며 과거에 머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이순간으로 
알아차리기를 했다.
 
잘했다.
 
다시한번 산은 나를 살리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동안 자꾸만 병들어 가는 마음이 조금 정신을 차렸다.
 
오늘 여기
오늘을 살자.
아무것도 안해도 좋다.
다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이순간을 살자.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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