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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지리산 1박2일 종주(성삼제-반야봉-천왕봉-중산리)

by 소연(素淵) 2022. 11. 14.

세석대피소 예약을 성공하고 바로 심야버스를 예약했다.
우등버스이지만  낡은 구형 버스로 핸드폰 충전이 안돼서 당황했다.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에 타고 사고가 날까 불안해서 한동안 잠이 안왔다.
갑자기 밝아지면 함양에서도 내리고, 몇번을 정거장에 서다가 다시 잠이 들고 눈을 떠보니 성삼제이다.

성삼제에 내리니(2시50분) 하늘에 별이 총총 하다.
살짝 오른쪽 하늘을 보니 오리온 별이 빛나고 있다.
달이 밝은데도 별빛도 밝은 날이다.

동계시즌이라 산행시작은 4시부터다.
한시간 동안 설렁탕에 햇반을 먹고 무릎보호대도 차고 커피도 마셨다.
앞서가는 불빛, 그리고 뒤에 오는 불빛이 장관이다.

새벽 4시 40분 노고단 고개에 도착을 했다.
생각보다 춥지은 않아서 핫팩을 가져왔는데 후회가 된다.
랜턴을 충전을 끝까지 해왔는데 노고단 고개를 통과하면서 부터 불이 약해지더니 꺼져 버렸다.
큰 낭패였다.
할수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붙어서 겨우 걸었다.
사실 전에는 예비 랜턴을 꼭 준비했었는데 요즈음은 장비가 좋아서 안했더니만 사고가 났다.

5시15분 경에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성삼제를 출발하는 순간은 오리온 별이 총총했는데  하늘이 구름으로 가리워졌다

오늘 일출은 꽝이구나!

참 이 멋진 광경을 보면서도 비교하는 습은 여전하구나

돼지령이다.(5시31분)
랜턴이 없이 산행을 하기는 처음이다.
다행이 넘어지지 않고 잘 걸었다.

5시50분 임걸령샘터에서 물을 보충했다.

6시26분에 노루목에 도착했다.
반야봉 올라가는 길이다.
늘 올라갈까? 지나칠까? 망설였던 곳이다.

이번에는 고민없이 반야봉을 올라갔다.

7시12분에 반야봉 정상에 올랐다.
노루목에서 45분 걸렸다. 경사가 급한데 빠르게 잘 걸었다.
반야봉은 종주길을 걸을때 늘 조급한 마음에 지나치던 봉우리였다.
11월15일부터 산불예방 기간이라 반야봉 등산을 금지해서
급하게 계획을 잡아 올라왔다.

아쉽다.
반야봉 표지석 예외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만 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반야도령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생각 날듯 말듯하다.
기억력이 점점 소멸 되어간다.

빵과 커피를 먹고 나니 기운이 난다.
20분 정도 쉬면서 핸드폰 충전도 했다.

반야봉 삼거리에서 천왕봉쪽으로 내려가면 삼도봉이 지척에 있다.

반야봉 삼거리에서 바로 내려오니
삼도봉이 금방이다.(8시25분)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함께 했을까? 빤짝빤짝 빛나는 삼도봉 표지 청동이다.

화개재(9시53분)

삼도봉을 뒤 돌아보니 낙엽은 다 떨어지고 침엽수만 돋아 보인다.

토끼봉이다(9시32분)
삼도봉에서 토끼봉 올라오는 길이 유난히 힘들었다.
반야봉을 다녀와서 기운이 빠졌나?
전에는 토끼처럼 깡총거리고 올라오던 길이였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산죽은 더욱 푸르르다.

연하천대피소 가는길에 이곳 계단을 늘 한숨이 나온다(10시27분)
막상 올라가면 생각보다 길지 않아 금방 가는데 지레 겁을 먹곤 한다.

연하천 대피소(10시58분)는 11월30일까지 공사중이다.
연하천 대피소가 개장되면 화대종주를 할 계획이다.
화장실만 다녀오고 사과와 주먹밥을 먹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 까지 2시간 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4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지금 출발해도 세석까지 오후 5시까지 꼬박 걸린다.
11월부터는 동계라 새벽 4시에 출발을 하였고, 반야봉까지 들렸다 오니 세석대피소까지 가는 시간이 빠듯하다.
오후에 4시부터 비 예보까지 있으니 마음이 급하다.

벽소령 가는 길에 만나는 이 거대 바위 낙석지대는 참 아름답다.

벽소령 대피소가 1.5km 남았다.

천왕봉이 잘 보이는 곳인데 구름속에 들어가 있다.

12시58분에 벽소령에 도착했다.
과자 오란다만 먹고 세석을 향해서 출발을 했다.

벽소령대피소를 떠나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1시까지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1시10분에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을 했다.
센 바람이 불어서 옷을 단단히 입고 출발을 했는데 금방 더워졌다.

낙석 지역이라 빠르게 걸었다.


오늘 아침 후배에게 아찔한 사고를 설명했다.
" 산에서 정면으로 꽈당 넘어져 광대뼈가 돌에 쿵 부딪혔는데 아무도 모르네, 그나마 측면으로 부어서 다행이야 "

" 헐 ㅠ 나도 넘어져... 양 무릎이 멍이랑 ㅜㅜ 오래가는데 큰일, 날 뻔 했네"
서로 아픈 사진을 공유하며 아픔을 나눴다.ㅎㅎ
" ㅋ 처음으로 산에서 넘어졌는데 얼굴이 땅에 떨어져서 깜놀 벽소령 지나서"
" 얼굴 안다칠라고.. 양팔에 힘을 얼굴 안다쳐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ㅜㅜ 언니는 얼굴을 참나"
"글게 순간 멍하더라고, 뒤에서 걸어오던 분이 큰일 나는 줄 알았데, 얼굴이 돌에 떨어지더니
튕겨서 순간 올라가더래 근데 언제 넘어졌어 "
" 아니 워크샵가서 걷다가 내리막길에서 스텝 꼬임, 온몸이 아파오더라구 ... 아프지 말자이..."
" 내가 뛰어오는 분에게 제일 먼저 한말 피나요? 그랬더니 네 그래서 진짜 울 뻔 했어
낙엽이 붙어 있어서 처음에 살 찢어진줄 알았데"

 

벽소령대피소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바람막이 자켓까지 껴입고 출발을 했었다.

그래서 더워서 걸으면서 지퍼를 내리면서 걷다가 스틱에 걸려서 심하게 넘어졌다.

이번에 넘어지면서 깨달은 것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걸으면서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됀다.

두번째는 내 얼굴의 변화를 아무도 몰라봤다는 것이다.

멍이 들고 많이 부은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다.

얼굴에 잡티나 주름, 기타 변화도 역시나 나만 보는 부분임을 느꼈다. ㅎㅎ

넘어져서 온몸이 아프지만 세석까지 걸어야 했다
비가 조금씩 떨어졌다.
천왕봉도 찾고 멋진 영신봉도, 촛대봉도 다 보고 싶었는데
하늘에서는 곰탕국만 끓여준다.

칠선봉을 올랐다. 이제 세석이 2km 정도 남았다(3시22분)
오늘은 유난히 종주길이 힘들다.
왜 이럴까?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영신봉 팻말을 통과했다.(4시16분)
이제 고난 끝 행복 시작인가?
세석이 눈 앞이다.

세석에 4시30분에 도착했다.
세석대피소에 오는 길에 비가 몇방울만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뒤따라 오신분들은 우중산행이라 많이 힘들어 하셨다.
장하다. 엄청 힘들었는데 한 시름 놓았다.
오후 7시 30분이다.
임시 식수장이 엄청 멀었다.
물도 떠다 놓고 이제 자기만 하면 된다.
저녁을 먹고 산장에 들어갔다.
온몸이 천근 만근이다.

얼굴이 통통 부어 오른다.
그래도 뼈는 다치치 않은 것 같아 안심이다.
멍만 심하게 안들면 될텐데...
음... 누워있으니 넘어질때 발목도 조금 삔것 같고, 무릎 옆쪽도 아프고, 손목도 붓고 흑흑흑
왜 이러고 있지? 이상하게도 잠이 안온다.
산장은 덥고 빗소리는 크고, 옆에서 코고는 소리도 참 크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찍 출발을 하려는데 밤새 내리는 비가 그치질 않는다.

비 그치길 기다리다 더 기다릴수가 없어서 새벽 4시30분에 출발을 했다.

세석에서 장터목 걷는 길에 너무나 졸렸다.
아름다운 연하선경은 안개속에서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겨우 겨우 실눈을 떠가며 졸음반 걸음반 위태하게 걷다가 장터목 취사장에서 커피와 빵을 조금 먹었다.
7시14분에 드디어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을 했다.
우모복을 입어도 바람이 강해서 덥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내리던 비도 완전히 그쳤다.

일출시간에 맞추다 보니 제석봉은 늘 어둠속에서 걸었는데

오늘은 밝은날에 걸었는데  안개속이다.
제석봉의 고사목이 급격하게 사라져서 이제는 예전의 모습을 볼수가 없다.
죽어 천년이라더니, 공해로 인한 비의 산성화 앞에서는 허망하구나.

너무나 졸립다. 자꾸 자고 싶다.

어둠속에 걷던 길을 환 할때 걸으니 느낌이 새롭다.

귀여운 바위다.  모모가 생간난다. 

개구장이 모모 바위다.

8시가 넘어서 천왕봉을 오를때 갑자기 심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구름을 날려 버리고 하늘이 열렸다.

꽁꽁 숨겨졌던 파란 하늘이 보인다.

산이 보였다 사라졌다, 오묘하다.

통천문을 올라가는 마음이 바쁘다.

지리산의 운해가 넘실댄다.

멋지다~~~ 까마귀

천왕봉 바람이 엄청나다.
이때는 배낭커버가 있었다.

바람에 배낭커버가 순간 날아가 버렸다.

모자도 날아갈 것 같았다.

배낭커버가 날아간 줄도 모르게 포즈를 바꾸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옆에 청년이 날아가버린 배낭 커버를 찾아 주셨다.
이 세찬 바람에 배낭을 찾아 준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천왕봉은 대기줄이 짧다.
바람이 심해서 여러컷 찍기도 힘들어서 금방금방 줄이 줄어들었다.

천왕봉은 사통팔달이다.
어느쪽으로 가야될까?
중산리지.

강한 바람을 피해서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춤추는 운해를 바라보면서
초코렛과 커피를 마셨다.

올려다보니 꼭 곰 발바닥 처럼 보인다.

지리산의 운해가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느라 요동을 친다.
조금 더 이곳에 있고 싶었지만 내려가야만 한다.

아이구 다리야
천왕봉을 내려와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중산리 내려가는 길이 힘든가? 오색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든가?
그건 그날의 컨디션 문제이겠지?
늘 변한다.

법계사를 지나고 난 후 하산길에는 낙엽송이 황금바늘을 계속 날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무릎을 아끼며 느릿느릿 내려왔다.

멀리서 돌아본 천왕봉의 모습이다
후레쉬가 번쩍 번쩍 빛난다.

2022년 마지막 종주길을 걸었다.(1시50분)
산은 참 신비롭다.
산 그대로의 모습도 이미 신비롭고
산을 걷는 사람도 점점 신비스러워 진다.
산에 왜 가냐고 묻지 마시길...
지금 이 순간 산은 내게 생명수이다.

 

새벽 3시 58분에 출발을 했다.
트랭글 산행 뱃지가 재미있다.
시간이 정확히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