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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설악산 대청봉(한계령-대청-오색)

by 소연(素淵) 2022. 11. 8.

 한밤중에 홍두깨 처럼 새벽1시에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갑자기 설악산을 새벽에 출발을 하자고 한다.

후배네 가족이랑 함께 속초여행을 계획중이였는데 사정이 생겨서 같이 못갔다.

농담처럼 대청봉을 갈까 했는데 각오를 한 모양이다.

1시50분에 주섬주섬 출발하니 새벽 2시15분에  올림픽 도로를 주행중이다.
경찰 여러명이 차도 한 쪽을 막고 있어서 새벽 음주 운전 단속을 한다고 생각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과 차선을 급하게 바꾸는 택시 때문에 불안했는데
교통 사고가 나서 차가 전파되어 길 옆에 세워져 있었다.
이 시각에 운전을 하고 집을 나서보기는 처음이다.

오색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택시가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한계령 휴계소에 도착을 했다.

5시1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1시간을 올라오니 여명이 밝아 온다.
날씨는 많이 춥지는 않았는데 손끝이 너무 시렸다.

이젠 겨울 산행준비를 해야 겠다.

새벽 산행중 가장 매력적인 일은 여명을 맞이하는 것이다.

볼때 마다 새롭게 기분이 좋아진다.

6시 28분이다. 좀 더 올라가서 트인 곳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내리막 길을 돌아가느라 일출을 놓쳤다.

한참을 내려서 돌아가니 뒤에서 걱정스러운듯 묻는다.

이 길 맞아?

귀때기 청봉이 보인다.

멀리서도 악명높은 돌길이 보인다.

6시51분이다
새날이 밝아 오고 산은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깨어 난다.

운해는 없지만 첩첩쌓인 산 봉우리들이 산그리메를 멋지게 그려준다.

정말 아름답기는 하다

이래서 큰산을 다니나 보다.

산 좋아해?
산 안 좋아해
진짜? 전에도? 안 좋아 했어?
아니 모르겠어, 아무튼 이제는 둘레길, 올레길 이런 길 좋아 해야 할 것 같아
산은 힘들어, 종주도 힘들어

한 주 전에 오르던 길이라 익숙하다.

올라가도 금방 끝난다는 걸 알아서 두려움이 없다.

7시에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새벽 운전을 하고 산행을 바로 시작해서 처음 500미터 구간은 몹시 힘들어 했다.

 김치 주먹밥과 사과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먹으며서 가야 길게 갈수 있다.

오늘은 귀때기청봉을 바라만 보았다.
저 돌 길을 다시 걸을수 있을까?

귀때기청봉을 들리는 대청봉 길은 많이 힘이들었고, 시간이 너무 걸렸다.

7시30분이다.
날이 쾌청하여 서북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찬란하다.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이 보인다.
걸어오면서 보이는 길과 산의 모습이 꿈길처럼 아름답다.

8시30분에 바나나와 약과를 먹었다.
날이 따스해지니 여유로운 마음이 든다.

윤슬이 바다 가득히 피어나서
황금 바다가 되었다.

마치 새로운 일출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끝청봉 전망이 유난히 멋지다.
일주일전에 진한 곰탕 맛을 보아서 그런가 보다.

한계령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끝청을 오르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물론 오색길 하산길은 다시 지옥을 맛보기도 한다.

옥녀봉으로 해서 봉정암까지 이어지는 용아장성의 모습이 보인다.

용아장성의 끝에 봉정암이 보인다.

높아보였던 봉정암도 저 아래에 보인다.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 가 떠오른다.

중청과 대청봉이 한눈에 보인다.

대청봉의 옆모습이 꼭 사람처럼 보인다.

단풍이 사라지고 나목으로 덮인 산의 모습이 정갈해 보인다.

달마봉과 속초 앞바다.

멀리 델피노도 보인다.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뒷쪽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조금 넙적해 보인다.

중청대피소 햇살이 좋아서 밖에서 컵라면과 주먹밥을 먹었는데 너무 추웠다.

전자렌지가 대피소 안에 있었다. 다음에 햇반을 가져와서 먹어야 겠다.

재성씨는 13년만에 대청봉을 오르며 남다른 감회에 빠진 모습이다.
2009년 중청에서 대청까지 600미터를 거의 두시간동안 걸었다.

초속 20m 강풍에 저체온과 저혈당, 그리고 쥐까지 내려서

사투를 벌였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대청봉을 오르기가 두렵다고 했다.

오색에서 오는 분들이 많았다.

대청가는 길이 데크로 되어있고, 길이 좁아져서 조금은 낮설다.

중청봉은 뭘 이고 있을까?

군사 보호시설이라 중청봉은 갈수가 없다.

중청은 하얀공을 머리에 이고 있어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껑충껑충 오르는 나에 비해서
대청을 오르면서 다시 힘들어 했다.

믿어 지지가 않아
대청봉에 다시 오르다니!

집에 가서도 이말을 몇번이 되뇌었다.

믿어지지가 않아 대청봉을 오르다니!!!

대청봉을 중심으로 사방을 돌아다녔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견딜만 하다.

그는 대청에서 속초 앞바다를 보는게 너무 좋다고 한다.

난 산 그리메가 더 멋지다고 생각해

오색쪽으로 한발을 내 딛자 마자 따스한 햇살이 가득하다.

 

역시 오색으로 하산하는 길은 힘들다,

돌들이 너무 많다.

오색길은 늘 지긋지긋하다.

돌길에 발 바닥이 화끈화끈 거린다.

2시 45분 남설악 매표소 도착했다.

일주일만에 다시 오른 대청봉이지만

감동은 변함이 없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만난 분이 올해 117(113)번째 이 코스를 다녀간다고 했다.

다른 코스는요?

재성씨는 덕유산 향적봉을 오를때 힘들어 하면서 

스스로 체력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었다.

이번에 대청봉을 오르면서 자신감을 조금은 회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