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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山山山

설악산 귀때기청봉 (한계령-귀때기청봉-대청봉-오색)

by 소연(素淵) 2022. 10. 31.

 

6시 25분 한계령에 도착하였다.
동이 터오르기 직전이라 환해지고 있어서 랜턴 없이 산행을 했다.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은 오전 10시 이후에 개방을하고 주차시간도 짧아서
오색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2만원)를 타고 왔다.

10월29일은 하절기에 속해서 오전 3시에 입산이 가능하나
우물쭈물 시간이 흘러서 6시2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동이 터오른다.
한계령에서 대청코스는 항상 새벽 3시쯤 출발하는 야간산행을 해서
어둠을 틈타 올라가서 한계령 전망을 본적이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처음본다.

산행하는 시간을 바꾸는 것도 새로운 산을 오르는 것처럼 새롭다.

위령비이면?

 나목이 되었고 산은 단풍 담요를 덮고 있다.
가을이 가득하다.

눈 앞에 펼쳐진 설악의 모습을 감사하느라 계속 멈추게 된다.

아름다움에 취해서 점점 느린 산행을 한다.

앞에 보이는  바위가 삿갓 시인 김시습의 뒷모습 처럼 보인다.
바위 모습이 참 재미있다.
옆 바위는 그림자에 따라서 경주 하회탈 처럼 보이기도 하다
귀때기청봉갈때 그 앞을 지나쳐서 옆 모습을 보니 삿갓이 둥글지 않고 납작한 돌이였다.
그래도 신기한 모습이다.

장거리 산행은 시간 안배가 중요하지만
멋진 경치를 보느라 시간은 안중에도 없어진다.
자꾸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하느라 산행 속도가 느리다.

한계령삼거리(8시15분)에서 백두대간 인증을 했다.
귀때기청봉은 3.1km를 가면 있다. 왕복6.2km이니 2시간 정도 걸리겠지 하고 생각을 했다.
새벽 3시에 출발을 하신 두분을 만났는데 귀때기청봉을 다녀오니 8시30분이라고 하셨다.
귀때기청봉 왕복에 네시간이 걸렸다고 하신다.
돌길이 너무 많아서 질렸다면서 거의 치를 떠셨다.
대청봉을 가지 않고 바로 한계령으로 하산한다고 하셨다.
그때는 속으로 산행속도가 정말 느린분이구나
여기까지 와서 대청봉을 안가다니 이상하네 하고 잠시 생각을 했다.
에구구~~
내가 귀때기청봉이 처음이라 그들의 힘듦을 몰랐다.

등산로는 돌길이 거의 2km를 차지 하는 것 같았다.
조심조심 균형을 잡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정말 무슨 돌이 이렇게 많을까?, 돌 수준이아니라 바위 이긴 하다.

떠오르는 태양과 산을 넘어가는 구름과 운해가 함께 펼쳐져서
멀리 용아장성을 점점 더 신비롭게 만들고
펼쳐진 봉들은 나를 신선들의 세계로 안내했다.

아름다움에 빠져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제자리에서 사방을 돌기만 한다.

제자리에서 사방을 둘러보면서
감탄을 할뿐이다.

귀때기청봉 가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울줄생각도 못했다.

눈앞에 바로 닿을듯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귀때기청봉은

축지법을 반대로 바꾸는지 다가갈수록 자꾸만 멀어져만 간다.
전에 상봉에서 신선봉을 오를때는 군인이 설치해 놓은 삐삐선을 따라서 돌길을 걸었다.
친절하게도 쇠막대기를 꽂아서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역시 정규 탐방로가 좋구나 했다.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운해가 출렁댄다.

대청봉으로 구름이 점점 다가가고 있다.

맨 오른쪽에 가리봉과 주걱봉이 보인다.

오늘 귀때기청봉이 최고의 선택이였다.

뒤돌아 산을 올라갈수가 없다.
신기루 같은 모습이 뒤돌아서면 사라질것 만 같다.

산을 내려오던 분이
" 저 앞에 뱀이 있어요
뱀이 있어서 돌로 쳤어요 죽었는지 꿈쩍을 안해요, 독사에요 "
하면서 지나갔다.
등산로 한가운데 있어서 조심스럽게 피해서 걸었다.
고개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부분을 보니 독사는 아닌것 같다.
다행이 죽지는 않고 조금 부상을 입고 있었다.
뱀이 무섭기는 하지만 죽는것도 싫었다.

10시 10분이다.
한계령삼거리에서 거의 2시간만에 귀때기청봉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명산 100+산이다.
보너스 같은 귀때기청봉이다.
뜻밖의 인증이 참 기쁘다.
한계령에서 올라오는 길이 돌길이지만
주변 능선을 바라보는 기쁨이 넘친다.
귀때기청봉을 하산할때는 이미 구름이 열심히 산을 가리고 있었다.

하산길에 뱀을 다시 만났다.
몸이 조금은 회복이 되었나보다.
등산로 한가운데라 피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등산객들이 잘 피해갔으면 할뿐이다.

저 아래 데크처럼 보이는 바위까지 아주 잠깐 20분 정도 알바를 했다.
갑자기 고도가 뚝 떨어지는 길이라 의심을 하면서도 앞사람을 따라갔다.
알바를 하고나니 졸립기 시작하고 의욕이 조금 떨어졌다.

등산길 곳곳에 지난 주말에 내린 눈이 조금씩 보였다.
설악은 정말 돌산이다.

1시경에 아주 잠시 하늘이 열려서 용아를 보여 주었다.

귀때기청봉에서 끝청까지는 안개속에 오리무중길이였다.
멋진 설악의 용아와 능선들을 보지도 못했다.
끝청에서도 구름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조금은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다.

한계령삼거리에 이어 끝청봉까지 백두대간 인증하는 곳이였다.
산행도중 엄청 졸렸었는데 인증을 하고 나니 기운이 난다.
인증의 노예인가?(2시24분)

3시가 되어서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중청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려고 생각을 해서
행동식을 차에 두고 와서 배고픈 산행을 했다.

라면물이 끓는 동안 아주 잠깐 대청이 열렸다.

2009년 10월에 중청에서 대청가는 길에 초속 20m의 강풍에 사투를 벌이고
13년만에 다시 중청에 왔다.
그때랑 어딘지 달라보인다.
인공데크가 새로 생겼고 능선길 가드라인도 더 좁아진것만 같다.

아쉽다.
구름속을 들어가 버렸다.

지난주에 설악에 대설주위보고 내렸다. 그때 내린 눈의 흔적이다.
한시간동안 라면과 햇반, 오미자차를 마시고 4시4분에 출발을 했다.

 

천왕봉에 이어서 대청봉 표시석을 만졌다.
대청봉 표지석이 생각보다 얇았다.
두께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4시15분)
대청봉 만세~~~

5시20분 경이다. 안개속을 걸어서 내려왔다.
몽환적 분위기이다.
6시경이 되니 산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대구에서 올라오신 장인과 사위 두분이 뒤에서 힘겹게 내려오셨다.
등산을 평소에 하지 않으신 두분이 장인 생일이라 설악산에 오셔서
용감하게도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셨다.
한계령에서 8시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셨다 한다.
어두운밤 안개비가 내려서 랜턴에 산란되어 앞이 잘안보이고
두분은 랜턴이 한개여서 핸드폰 불빛을 비추고 내려오셨다.
가파른 오색 돌 계단에 자주 넘어지셔서 랜턴도 깨지고 말았다.
같이 간 동료가 랜턴을 빌려주고 깨진 랜턴을 손에 들고 힘겹게 내려왔다.
천천히 걸어내려왔는데도
사위분이 " 저기요? 30초만 쉬었다 가요"
이말을 하셨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30초를 말하셨을까?

두분은 죽다 살았다고 고마워 하셨다.

7시45분에 하산을 했다.
대청봉에서 하산시간이 거의 3시간20분이 걸렸다.
느린 산행이였고, 힘든 산행이였다.
사위분이 남설악매표소에서 오색주차장까지 차로 태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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