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느림의 섬 청산도 2(매봉산, 보적산)

소연(素淵) 2022. 5. 26. 18:24

 

보적산 정상 테라스는

 

붉은 노을 그리고

 바다로 끌려 들어가는 마알간 빨간 태양

손을 뻗으면 만질수 있는 별

밤사이 바다로 내려 앉은 구름떼

산으로 올라오는 구름이

마음속에도 밀려와

덩덜아 하늘로 올라가는 곳이다.

상서마을 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매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상서마을의 상징을 모아 만들어 놓은 멋진 마을 이름판이다.

돌담찻집을 가는 방향으로 가면 매봉산 등산로가 있다고 했는데 보이질 않는다.

투구새우를 키우는 곳을 지나기도 했지만 첫 이정표를 보질 못해서 헤매었다.

이쁜 마을길이라 헤매어도 기분이 좋았다. 

 밭을 매는 할머니에게 산 가는 길을 물어봤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서 저짝으로 가라고 했다. ㅎㅎ

매봉산이라는 표지는 없었고 숲 탐방로라 적힌 글을 따라 걸었다.

논 밭을 만들때 돌이 많아서 돌담을 쌓았다는데 

담쟁이랑, 마삭줄이랑, 산딸기랑 어울어진 돌담이 포근하다.

빈 돌담집도 많았다. 매봉산 입구를 찾던 중에 이정표만 보고 지나친 덜리(乞里)는

16세기말부터 17세기 사이 양란(임진왜란, 병자호란)을 피해 제주도로 향하던 피난민들이

도중에 풍랑을 만나  청산도에  최초로 정착해 거주하기 시작한 곳으로

현재 오래된 옛 집터만 일부 남아있있다고 한다.

덜리는 청산도의 뿌리가 되는 마을이며 조상들의 고된 노동을 통해

구들장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발원지로

돌담을 쌓는 등 돌을 다루 는 마을공동체 문화가 이때부터 형성되었다.

산을 오르는데 마음을 쓰느라 매봉산입구의 반대 쪽인 덜리를 돌아보지는 못했다.

아는 만큼 볼수 있다고 했는데 여유로운 일정이였는데도 덜리를 놓친게 아쉽다.

드디어 제대로 찾았다.

한적한 산행길이다.

한 여름날씨라 오르막길에서는 숨이 금방 차오른다.

매봉산을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경사진 길이다.

종종 산딸기가 보여서 따먹는 재미가 있었다.

등산로 초입에서 0.4km거리인 상서재까지 올라오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찔레꽃 향이 발걸음 따라 계속 따라온다.

향기롭고 소박해 보이는 정갈한 느낌의 하얀꽃 찔레꽃은

꽃봉우리 일때 연핑크 빛이 돌아서 더 장미처럼 느껴졌다.

장사익의 찔레꽃이 떠오른다.

잠시 간식도 먹고 쉬어가는 동안에 

송충이들이 옆에서 사각거리고, 풀밭에는 진드기들이 돌아다녔다.

배낭에 매달린 송충이는 매봉산 정상까지 올라왔다.

으아악~~ 다행히 배낭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만세~~~

매봉산 인증을 했다.

내려오는 갈림길에 만난 소나무 숲이 멋지지만

너무 울창해서 숲안으로는 들어갈수가 없었다.

원동리 마을과 청계리 마을의 갈림길에서 청계리 마을로 내려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청계리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상서마을에서 먼곳이였다.

매봉산을 내려오니 청산로 5코스 길이 시작되었다.

매봉산 기점을 이곳으로 오르는 사람이 많다 한다.

보적산을 오르려면 범바위 쪽으로 가야하지만 

청계리 쪽으로 가기로 했다.

눈앞에 보적산을 두고서

더 멀어지는 길을 걸었다.

순간 그냥 청산도 종주 산행을 할까? 망설여졌다.

매봉산은 청산도의 최고봉이지만 

최고의 산은 보적산이다.

원동리로 내려갔으면 더 수월했을텐데 하고 잠깐 후회를 했는데

빈집 담장에서 탐스럽게 열린 산딸기를 만났다.

산행 도중에 가끔씩 몇 알의 산딸기를 따서 먹었지만

여기는 산딸기 밭이다.

욕심껏 먹으면서도 한컵 가득 딸기를 땄다.

잘익은 딸기의 달콤함이 웃음을 나오게한다.

그런데 딸기를 담았던 컵은 어디로 갔을까?

잃어버렸다.

무소유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버리고 정리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난, 비자발적으로 자꾸만 잃어버린다. 평생을~~~

 더 나이들면 더 잘 잃어버릴텐데 걱정이다.

청계리 마을을 내려올때 양귀비를 만났다.

개양귀비 꽃이 아니라 아편의 원료가 되는 진짜 양귀비 꽃이다.

어릴적 강진 외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양귀비 꽃이다.

꽃잎이 하도 아름다워서 책갈피에 눌러서 오래오래 간직했던 그 양귀비 꽃이다.

양귀비 꽃과 개양귀비 꽃은 비슷하지만 

둘을 한곳에 놓고 비교하면 금방 다름을 알수 있다.

특히나 양귀비 꽃 씨방은 꽃 만큼이나 아름답다.

어릴적 할머니 집에서 치통으로 이 앓이를 할때에 주셨던

박카스병에 들어있던 까만 엑기스가 잊혀지지 않는다.

쇠젓가락으로 꼭 찍어서 한 입을 빨게 하면서 하시던 말씀도 생각난다.

" 이 아프거나 배 아플때 특효약인디 많이 먹으면 절대 안됀다이~~~"

그 까만 엑기스가 아편의 원료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자세히 보니 잎모양도 개양귀비 꽃이랑 다르다.

바람에 씨앗이 실려왔을까?

강진 할머니처럼 상비약으로 쓸려고 기르고 있을까?

돌담에 고개를 내민 사철 채송화인 송엽국이다.

포동포동 이쁘게도 자랐다.

청보리가 다 베어져서 아쉬웠는데

자수정찰쌀보리가 다행히 아직 있었다.

자색보리? 오색보리? 처음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밭을 볼때는 출렁이는 청보리 파도에

가슴이 울렁울렁 했었는데 처음으로 보는 자색보리밭에서 역시 울렁거린다.

따스한 남쪽지방에서는 보리를 심은 밭에 다시 벼를 심는 이모작을 한다.

기계식 모내기가 한창이다.

굽이굽이 구들장 논길이 이어지고 농사를 안 짓는 논에는 억새도 자라고 콩도 자라고 있다.

슬로길 중간중간에 현대식 원두막이 지어져 있다.

그 원두막에서 잠깐 쉬다가 물을 마셨는데 그때 컵을 챙기지 못한것 같다.

다시 돌아가서 찾아 봤지만 컵이 없었다.

5년이상 늘 함께 했는데 떠날때는 아무말도 없구나.

얼마전 황매산에서 선크림을 안바르고 산행을 하다가

어깨의 반팔 아래와 윗 부분 피부색이 너무 차이가 나서

피부색을 맞출려고 일부러 민소매로 접어서 돌아다녔다.

돌이 많은 땅이라 물이 돌 밑으로 빠져서 논농사를 짓기 힘들어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온돌 구들장을 놓듯 논에다도 구들장을 놓아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엄청난 노동력으로 일군 논이다.

논 밑에 수로가 있어서 계단식으로 물이 흘러 내린다.

흑염소 두마리가 오수를 즐긴다.

땡볕 아래서 한참을 걷다가 이름도 멋진 짜장보고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시원한 짬뽕국물에 맛있는 짜장면을 먹었다.

청산도에는 중국집이 두곳이 있다.

주인에게 눈치없는 행동을 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암튼 바보 같았다.

짜장보고 집에서 길을 바로 건너서 가면 가까운데

이렇게 내려오다가 상서 돌담마을을 한참을 돌아서 갔다 

다시 돌아온 신흥리해수욕장에서 달팽이 석상이랑 교감중이다.

처음 출발했던 상서 마을회관을 가서 좁은 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범바위 주차장에서 임도길을 걷다가  왼쪽길로 들어가서 보적산을 올랐다.

어젯밤 묵었던 범바위를 오늘은 내려다 보았다.

등산로에  돌틈 사이로 잔디가 깔려 있어서 유원지를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 있던 표지석은 반으로 부서져 있었다.

 

정상을 올라오기 전에 넓은 바위가 펼쳐져 있어서 박지로 적격이였지만

화랑포를 바라보는 전망을 포기 할수 없어서 정상 바로 밑 절벽에 텐트를 쳤다.

술은 내가 마셨는데

먼처 취한것은 하늘과 바다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전망 맛집을 즐기고자 편안한 잠을 포기했다.

바로 앞이 절벽이라 혹시라도 잠결에 떨어질까봐 출입문을 반대로 두었다.

바위가 약간 경사가 자꾸 절벽쪽으로 몸이 밀려나간다.

가장 행복한 순간

바로 이 순간이다.

지금 바로

 

바람이 심하게 불어 텐트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잠깐 별을 봤다.

새벽에 텐트 밖으로 나오니 깜짝 놀라운 풍경이 있었다.

구름이 왜 바다에 누워있지?

구름이 바다로 내려 앉았다.

해무라고 해야 하나?

처음 보는 광경이다.

다시 보적산 정상으로 올라가 늦은 일출을 감상햇다.

범바위 쪽으로 해무가 몰려온다.

구름들이 바람결에 산으로 올라온다.

범바위는 순식간에 구름속으로 들어갔다.

화랑포도 구름속에 갇히기 시작했다.

오늘 완도행 배가 뜨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다.

거센 바람에 구름이 산 정상으로 몰려온다.

정상도 구름 안개 속으로 잠길것 같았다.

보적산 마저 구름속으로 갇힐듯 구름이 몰려왔다.

잊을수 없는 멋진 하룻밤을 보냈다.

텐트를 걷고 나니 더 좁아 보인다.

아래쪽 넓은 박지에서 잔 사람은 편안한 밤을 보냈다.

하지만 다시 선택을 해도 이곳에서 밤을 보낼 생각이다.

너무나 멋진 곳이다.

주변에 모아놓은 돌들이 이곳의 바람을 짐작케 한다.

바람에 날라가지 않고 무사히 보낸게 참 대단하다.

저 멀리보이는 악어섬도 머리에 구름 파마를 했다.

짧은 하산길이다.

배가 뜨지 않을것 같아서 

아침에 누룽지도 끓이고 커피도 내려 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항구에 내려온 후 맑은 날씨에 놀랐다.

산 정상에서 볼때는 청산도가 다 해무에 갇혀서 배도 운행을 안할것 같았는데

이곳은 너무나 평온하다.

출항 40분전에 표를 발권하다 하니 남은 시간 동안 근처를 돌아다녔다.

종소리가 너무 날카롭다.

땡땡땡~~

절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더 은은하면 좋겠다.

이번에는 데크 아랫길로 내려가서 도락마을을 걸었다.

달맞이꽃 벽화가 그려져있다.

가끔씩 격언도 적혀있다.

벽화로  철 지난 유채꽃 밭을 즐겼다.

한옥 펜션마을 가는 길에 멀리 당리 마을의 서편제 촬영장이 보인다.

한옥펜션 마을 담벼락에서 본 시계꽃이다.

12시간이 아닌 10시간 시계이다. 

그럼 더 빨리 살아야 하는가? 

갑자기 우문을 해본다.

유채꽃 대신 금계국이 노랗게 마을을 수 놓고 있다.

고흥 작약꽃 꽃 밭에서 시작한 꽃 놀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굿바이~~~ 청산도

이제 겨울에 볼까?

완도항에 도착해서 곧 바로 명품전복궁 식당으로 왔다.

청산도항에서 전복을 사서 산에서 먹으려 했는데

전복 가격이 집에서 배달해 먹는 가격보다 더 비쌌다.

산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니 사먹기가 싫었다.

꾹 참고 미리 검색해 두었던 이곳 식당으로 와서  전복코스 한상을 시켰다.

눈과 잎이 너무나 즐거운 식당이였다.

완도 신지명사십리 해변이다.

여기는 거의 30년 만에 왔다.

고운모래가 사르르 사르르 샌들 사이로 들어온다.

 

 마지막에 들린 갯바람 공원이다. 

아쉬움이 거의 없는 행복한 느림의 섬 청산도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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