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달마산과 달마고도(미황사108-14)

소연(素淵) 2022. 5. 11. 15:28

계획은 관음봉에서 1박을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달마고도 길에서 너무 빨리 불썬봉 쪽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달마봉 정상으로 곧장 올라가게 되었다.

헬기장에 금방 도착했는데 

그 뒤로는 가파른 바위길이 계속되었다.

고도 489m의 낮은 산이지만 1km만 걸으면 정상이니

당연히 산길을 가팔랐다.

다행히 날이 맑아서 돌길을 걷는것이 안전했다.

올라가는 길에 금방 날이 저물었다.

관음봉에서 자고 다음날 달마봉으로 능선을 걸어 올려고 했는데

달마봉으로 바로 와서 늦은저녁에 100명산 인증을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추위를 느꼈다.

정상에는 철쭉이 절정으로 피어있다.

다도해의 모습이 신비롭다.

거센 바람속에서도 박지는 아늑하여 잠을 잘 잤다.

일출을 보려고 5시30분경에 일어나 돌탑을 올라갔었는데

구름이 두껍게 끼여서 한동안 해가 올라오지 못했다.

거센 바람과 추위에 버티다 일출을 만났는데

해는 벌써 다 자라서 눈을 뜰수가 없었다.

지난밤 해남 하나로 마트에서 구입한 12도 해창막걸리와 광어 연어회, 서더리탕을 먹었다.

멋진 추억이다.

20년 만에 온 달마산은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절의 성장인가? 퇴보인가?

과거 미황사 전경

기억속의 미황사는 이 모습이였다.

단청없이 단아하고 깨끗한 모습이 기품이 있었다.

전에는 미황사와 달마산 능선만 보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새로운 건물로 가득찬 미황사를 보니 꼭 마음속의 절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부처님 오신날이라 예불행사가 한참 진행중이다.

다시 보고싶었던 대웅보전은 해체와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였다.

아쉬운 마음에 빔 사이로 빙 돌아서 절을 바라보았다.

삼성각에서 108-14배를 했다.

중국 선종의 시조가 된 달마대사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달마는 “오직 모를 뿐”이라고 답했다.

왜 오직 모를까. ‘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멀쩡하게 달마가 양 무제 앞에 서 있는데 왜 달마가 없다는 건가?” 그래서 깊이 따져봐야 한다. ‘나’는 무엇으로 구성된 존재인가. ‘나’는 무엇의 집합체인가. 불교에선 그걸 ‘아상(我相)’이라고 부른다. 내가 있다는 집착, 내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말한다. 그게 없는 것임을 깨달을 때 달마대사의 답변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대답이 “오직 알 뿐”이라는 대답과 다르지 않음도 알게 된다. 다만 앎과 모름에 착(着)이 없을 뿐이다.(달마이야기 발췌)

 

달마봉을 곧장 올라가는 바람에 산행이 너무 짧아서 달마고도를 걷기로 했다.

걷기 시작하는 곳이 출발점이고 도착점이다. 원점회기 길의 매력이기도 하다

생각을 놓고 무작정 걷고 싶었다.

달마고도를 걸을때 제일 큰 걱정은 행동식의 부족이였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었지만 11시가 넘어서 17.7km 장거리를 걸어가는데

1인당 라면 반개와 한줌의 고구마 스틱이 있을 뿐이다.

무모하게 달마고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달마고도 삼거리에서 어제 불썬봉으로 바로 올라갔다.

길을 잘못들어서 서운했지만 그 결과로 달마고도를 걷게 되었다.

서두르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

저 바위가 너덜길로 굴러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수십억년의 시간이 필요할까?

걷는 동안 계속 허기가 졌다.

음...

이렇게 먹을것을 밝히기도 오랜만이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다.

500미터마다 돌로 만든 표지석이나 나무 표지석이 길 표시를 하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만든 길이다.

 

 

 

달마고도 마지막 지점이다.

역시나 길은 욕심내지 말자!

피곤하다. 

 

 

30여년이 지나 다시 가본 해남 천일식당이다.

떡 갈비 한상이 차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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