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6일 기백산 금원산 산행을 마치고 한달 반 만에
수망령으로 다시와서 거망산 황석산을 이어서 산행을 시작했다.
기금거황 종주 산행이다.
흐릿하고 쌀쌀한 날씨에 수망령에 도착했다.
월봉산을 올라가는 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한달 반만에 숲은 여린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숲의 요정이 나올듯 빛이 난다.
지난 밤에 단비가 내려서 등산로가 촉촉해졌다.
오르막 내리막 흙길이 적절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거망산 정상에 도달할 즈음에는
바위산으로 변해간다.
조심조심 ...
바위능선길이 안개속에서 펼쳐진다.
한발 한발 무게 중심을 잡으며 조심조심 걸어갔다.
쉬엄쉬엄 올라와서 땀이 나지 않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시원한 산행길이였다.
거망산에는 두개의 표지석이 있었다.
은하수를 볼 기대를 하고 왔는데
밤중이 되니 구름속에 들어와 있었다.
안개속에서 일찍 잠을 잤다.
일출을 볼수 있을까?
운해는 볼수 있을까?
바람이 거세지면서 기온이 거의 영하로 내려갔다.
운해도 일출도 인색했지만
맑아진 하늘이 너무 좋았다.
깔끔하게 박지를 정리하고 황석산으로 향했다.
가파른 황석산 오름길이다.
오랜만에 밧줄을 잡고 직벽을 올라갔다.
스틱이 거추장 스럽다.
산행시간이 길어지면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길어졌다.
북봉과 황석산 정상이 보인다.
북봉은 등산로가 희미했다.
위험구간이라 올라가지 않고 우회를 했다.
당산나무처럼 멋진 가지를 가졌다.
눈앞에 황석봉 정상이 보인다.
아찔한 능선길이이다.
그뒤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여서 안심이 됐다.
거북바위에 올랐다.
사실 거북바위인줄 모르고 올라갔는데
정상을 가는 길에 뒤돌아 보니 거북이 한마리가 있었다.
황석산 정상과 황석산성이다.
검은빛 윤기가 가득한 까마귀가 매처럼 멋지게
하늘을 유영한다.
곱고 고운산이다.
전투 사흘째, 왜군의 파상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성안의 아낙들은 나뭇가지까지 주워 기름을 끓이고, 물을 끓였다. 나이 든 남정네는 돌과 끓은 물, 기름을 날랐다. 그러나 10배 이상의 잘 훈련된 병력과 화력 앞에선 중과부적이었다.사서는 왜군 2만7000여명이 하루 만에 산성을 함락하고, 조선 병사 500여명을 죽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수긍하기 힘들다. 성은 길이만 2.75킬로미터다. 그 숫자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과부적의 숫자를 채운 것은, 공식 역사가 지워버린 백성들이었다.
정상 부근엔 산철쭉이 여전히 투명한 연분홍 꽃 무더기를 이고 있었다. 바람이 시원하다 싶었는데, 후두둑 꽃이 떨어졌다. 발밑엔 이미 떨어진 것들이 꽃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생화의 아름다움에 혹해 낙화의 슬픔을 잊고 있었다. 418년 전 권력자들이 버린 이 땅을 지키려다 그곳에서 스러진 꽃 같은 이들의 순절을 잊고 살아온 것처럼.(한겨레신문발췌)
피의 역사의 현장인 황석산성에 올랐다.
새롭게 복원되어 있었다.
황석산에 오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역사였다.
황석산 표지석 아래 바위가 미끄러웠다.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급경사라 밧줄에 의지하는데 밧줄이 거의 떨어질듯 가늘었다.
뒤돌아본 황석산 정상모습이다.
유동마을로 내려가는 4km길은 가파른 급경사 길이였다.
돌길이라서 무릎에 무리가 갈까 조심조심 내렸다.
다행히 암석구간을 지나서 부드러운 흙길이 나왔다.
이런 길은 마냥 걸어도 기분이 좋다.
숲이 푸르름으로 깨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봄이가고 여름이오는 길목이다.
우연히 오게된 기백산 산행이 금원산, 거망산, 황석산으로 이어졌다.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이곳은 기온이 낮아서 아직 철쭉이 피지 않았다.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연분홍 철쭉이 아름다웠다.
유동마을 기점으로 하산하여 다시 용추사 일주문 주차장으로 갔다.
휴게소 용추로드에서 맛있는 라면을 먹었다.
기백산 산행때 얼굴을 익혀서 주인내외가 더욱 살갑게 느껴졌다.
- 산행일자 :2022.4.30-5.1일
- 산행거리 : 첫날 6.5km, 둘쨋날 8.2km
- 산행 소요 시간 : 첫날 5시간30분, 둘쨋날 6시간10분
산행시간이 길었다.
느슨한 산행길이여서 머릿속이 조금은 복잡했다.
나중에 왜 복잡했는지는 생각이 안나겠지.
잊어야할 이야기를 적을 필요는 없겠다.
'다산책방 > 山山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흥 팔영산(능가사108-13) (0) | 2022.05.10 |
---|---|
황매산 철쭉 (0) | 2022.05.09 |
수락산 (0) | 2022.04.24 |
대이작도 부아산 (0) | 2022.04.18 |
홍성 용봉산(개심사108-12) (0) | 2022.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