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수락산

소연(素淵) 2022. 4. 24. 20:54

 

수락산역 1번 출구에서 내렸다. 

토요근무를 2시까지 하고 난 후라 오후 네시가 되어서 늦게 산행을 시작했다.

저번주 까지 나목이 가득찬 산을 보다가

연두색 새순이 부들부들 올라오는 푸른 산을 만나니 마음까지도 푸릇푸릇해진다.

도화꽃 한그루가 활짝 피었다.

바위틈에 하얗게 핀 꽃이 매화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네자리 특이한 이름이였는데 

생각이 안난다.  말발도리? 인가?

수락산 깔딱고개 표지판은 계속되어지고

그 깔딱고개의 끝은 어디일까?

늦은 산행길이라 가끔씩 하산객만 보인다.

한가한 산길이 참 좋았다.

도토리 나무 새순이 이쁘고 도토리 꽃도 레이스처럼 주렁주렁 열렸다.

너무나 오랜만에 수락산을 올라가서

생각 없이 경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바닥이 밀려서  스릴이 느껴진다.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가 어렵지 않을까?

숨이 찰때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너무 남발 했더니 웃음이 난다.

다리만 조금 묵직해지면 롱 코비드 인가봐? ㅎㅎ

저기가 정상인가?

700m 남았으면 너무 가까운데

뒤로 또 길이 이어져 있는걸까?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활짝 개인 날이다.

볼수록 신비스러운 모습이다.

이스타 섬 모아이 석상 처럼 보이기도 하고 의자처럼 보이기도 하다.

풍화 작용에 사람들의 발자국까지 더해져 점점 모습이 독특해진다.

구름 모양이 휘장처럼 보인다. 

멋진 날이다.

대 슬립을 올라가는 폼만 잡아본다. 주루룩~~~

두레박 출신이라고? 

꺄르르 웃어본다.

뒤돌아보니 매월정이 보인다.

수락산은 아직도 진달래가 절정이다.

올해는 진달래를 실컷 보았다.

아름다운 꽃, 금방이라도 스러질것 같은 미완의 꽃 진달래

그 빛깔에 늘 마음이 설레인다.

역시나 정상이 아니구나!

데크길과 쇠말뚝길 두 갈래길이 보인다.

 쇠말뚝길에는 산행금지 표지판이 적혀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해 올라왔는데

혹시나 정상석이 아직 없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수락산 주봉 정상석이 실종되었다가 범인을 잡고 정상석도 찾았다고 했다.

다행히 주봉 정상석은 제자리에 시멘트로 잘 붙어 있었다.

반갑다! 정상석!

임시로 만들어 논 정상석 표지판이 실종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작은 정상석이다.

정상석 실종 사건 뒤로 만나서인지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멀리서 보였던 국기봉이다.

하산길에는 연두빛 고운 산세가 보였다.

봄의 환희다.

하산길에 다시 매월정으로 올라갔다.

말년에 수락산에서 10년간 기거 했던 매월당 김시습을 떠오르게 하는

한문 구절이 정자와 의자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1400년대 후반에 지어진 딱따구리 시는 

지금 읽어도 오늘 지은 시처럼 정신이 따끈따끈하다.

시의 계보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매월정에서 일몰을 보고 오면 하산길이 어두울것 같아서

일몰을 바라보면서 내려왔다.

바라보는 산 능선의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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