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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訪訪訪

홍성 죽도

by 소연(素淵) 2021. 11. 8.

남당항 주차장에서 

별빛과 함께 잠이 들었다.

항구에서의 일출이 반짝임으로 시작되었다.

항구의 아침은 바쁘다.

선장님이 죽도에 들어가기 전에 

배낚시 포인트에 데려다 주셨다.

폼만 잡는 강태공이다.

바다 한가운데 풀등(물이 빠지면서 들어나는 바다속 모래섬)에 내렸다.

바다의 깡패 불가사리다.

어부가 아닌 내겐 너무나 이쁜 별 모양 생명체이다.

 

일행이 배 멀미가 심했다.

배낚시는 접고 풀등에서 홍맛조개를 캐기로 했다.

 

풀등이 엄청 넓어졌다.

 

삽질을 세번 했는데 다 실패다.

삽을 꽂기는 했는데 젖히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홍맛들이 다 재빠르게 도망을 갔다.

섬 아낙이 되어서 금방 적응하는 석경이

일행중 온몸을 날려서 열정적으로 잡아서

홍맛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홍맛조개 구멍이다.

두개의 촉수 구멍이 특이한 모양이라 발견하기는 쉽다.

10~15센티 모래 속에 있어서 잡기가 힘이든다.

먹는것은 쉬운데 잡는것은 온몸이 필요했다.

풀등이 점점 넓어진다.

섬까지 이어질줄 알았다.

 

아이고 힘들어

어촌에 시집오면 

일주만에 소박 맞을것 같다.

큰 조개 껍질이 있어서 주웠다.

그안에 꿈틀거리는 주꾸미가 있었다.

얻어 걸린 주꾸미 한마리다.

홍맛을 잡다보니

물이 들어오는 줄도 모른다.

들어오는 물결에 금방 풀등은 사라졌다

선장님이 잡아주신 낙지 한마리

다리가 8개인가?

쫄깃쫄깃

잊을수 없는 맛이다.

열심히 씹고 있는 모습에

 

그렇게 맛있어요?

 

새끼 고양이가 솔숲에 나타나서

나무를 탄다.

재빠르게 올라가고

쪼르르 내려온다.

솔방울과 잔가지를 주워서 화롯불을 피웠다.

 

먹어본 조개류 중에서 가장 살이 도톰한 조개다.

샤브샤브를 했는데

쫄깃하고 단맛이 난다.

바쁜 일정이다. 

홍맛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고

오후 5시가 되어서는

해상 펜션에 올라가서 장어 낚시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비박을 할려고 계획했는데

새똥 범벅과 삐걱 거리는 소리에 

잠을 자기는 힘들것 같았다.

장어는 어디를 갔는지 한녀석도 보이질 않았다.

현지 조달하자는 의견에

소주한병과 칼 한자루만 달랑 들고와서 깡소주를 마셔야 할 판이였다.

 

마음속은

어서 깊은 밤이 되어

별들과 놀자

유난히 하늘이 맑아서

어제부터 온갖 별들이 반짝인다.

내 별은 오리온 별의 오른쪽 어깨이다. ㅎㅎ

노을을 보며 출렁이는 낚시터에서 세월을 낚는다.

입질을 기다리는데

무소식이 희소식은 아닌데

너무나 바다 밑은 고요하다.

기적처럼 우럭 한마리가 소리도 없이 펄떡이고 있었다.

역시 낚시는 실력이 중요한가 보다.

 드디어 눈 앞에서 우럭을 낚았다.

물론 나는 잠시 낚시대를 빌려서 기념촬영을 했다.

깡소주는 면했다.

1인당 세점씩 먹었다.

쫄깃쫄깃 단맛이 난다.

파도소리와 별빛에 홀려서 한밤중 한참을 깨어 있었다.

홍맛 샤브샤브도 맛있었다.

가장 훌륭한 요리는 

홍맛 치즈버터 구이다.

파 향과 마늘 향 그리고 버터 향이 어울려져 최고의 맛이다.

다음날은 홍맛 미역국에 최고의 자리를 금방 내어주고 말았다.

홍맛은 재주꾼이다.

요리에 재료로 들어가기만 하면 

군침이 도는 맛을 낸다.

파도 소리에 잠을 깨었다.

늦은 일출이 시작되었다.

홍성 죽도의 짧은 여행동안

몇번의 일출과 일몰을 경험하는가

정말 멋지다.

파도소리를 한참을 들었다.

태양열 발전소 옆에 솔숲에서 잠을 잤었다.

죽도 둘레길을 걸었다.

캠핑장 끝부분에서 시작했다.

코스모스가 아름답다.

혼자 가는 길이니 그림자랑 동행하기로 했다

전망대 데크에서 바라본 죽도이다.

여유있게 둘레길을 다 걸어도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동백에 새순이 돋았다.

부드럽고 반짝인다.

길 이름이 파도소리 듣는 길이였다.

빽빽히 들어선 대나무가 벽이되어 바다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길 이름을 지은 사람은

낭만이 가득한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소리만 들린다.

파도소리, 간혹 대나무 바람소리가 들렸다.

눈이 잠시 멈추니

귀가 열려서 바라를 들려준다.

멋진 길이다.

 

이른 동백인가?

늦은 동백인가?

철없는 동백인가?

고마운 동백이다.

작아서 미니어쳐 같은 죽도섬이다

둘레길은 자연스럽게 죽도섬을 삥 돌아가게 만든다.

무의식중에도 길을 잃어버릴수가 없다.

둘레길을 반쯤 돌았을때

작은 흰둥이 한마리가 불현듯 나타났다.

처음에는 산책길이 겹치나 했는데

요 녀석 참 대단하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거리만큼 앞서면서

같이 산책을 한다.

혹시나하고 슬쩍 가는 길을 멈추면

저도 멈춰서 한참을 기다린다.

오래 멈춰있으면

다시 돌아와 가자고 한다.

한번은 발부리가 걸려서 쿵하고 소리를 냈더니

저만큼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너무 귀여워서

보쌈을 하고 싶었다.

흰둥이는 점점 처음 만났던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도 모르게 졸졸 따라다녔다.

여행객이 데려온 강아지를 만났다.

다른 강아지를 따라가면 어떡하나? 순간 걱정했었다.

ㅎㅎ 암튼 금사빠이다.

그래도 내게로 돌아왔다.

죽도 둘레길 반을 함께 했다

이름도 지었다.

제제

내 맘대로 지은 이름이다.

제제 꼬마 제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이녀석 이름이다.

헤어질때 잠시 가까이에 곁을 내어준다.

헤어질때 어떡하지 ㅋㅋ

웃긴 고민을 했는데

넘 시크하게 나를 떠나는 모습에

마음이 쿵 내려 앉았다.

함께 있을때 온 정성을 다해서 날 챙기는것 같더니만

돌아갈때는 뒤도 돌아봄 없이 총총 걸어간다.

죽도를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무인도로 

홍맛을 잡으러 갔다.

즐기기도 힘들다.

홍맛을 채취하는 솜씨가 어제보다

네배 정도는 나아졌다.

 

 

무조건 배짱이가 되었다.

갯벌에서 열심히 홍맛을 잡는 모습을 풍경처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었다.

조금 편평한 곳을 찾아서 완전히 누웠다.

시간아 멈추어 다오~~~

 

 

금요일 밤에 떠나서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다시 노을이 찾아 올때 까지 

진하디 진한 그리고 향 깊은 에스프레소 처럼 죽도를 즐겼다.

만조가 부두를 높였다.

배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렸다.

 

화창한 날씨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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