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방태산 연가리골

소연(素淵) 2020. 5. 25. 15:18

나물 산행은 처음이다.

배낭도 없이 물과 밥 한공기, 쌈장을 가지고 출발 했다.

뱀이 나오면 어떡하지?

계곡길이 요리조리 계속된다.

건너고 나면 또 물이 나오고

다시 건너고하는데

건널때 마다 가음은 두근두근거린다.

생각보다 물에 젖은 돌들이 미끄럽다.

특히 비브람창 등산화는 여전히 물먹은 바위앞에서는 한없이 두렵다.

살랑거리는 미풍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이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고추나무순

 

가평연인산에서

 처음으로 새순을 먹어봤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꽃이 필때도 앞쪽 새순은 나물이 된다고 한다.

 

 

바라볼때는 무척 아름다운데

건널때는 가슴이 콩콩 거린다.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것 같은 두려움이 많다.

넘어지면 골절..

나이 드니 생각만 많고 걱정이 늘어간다.

 

조심조심 살얼음 판처럼 곱게 곱게 걸었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꽃 광대나물

이름은 나물이지만 독초라고 한다.

 

 

금낭화는 볼때마다 은낭화 라고 부르고 싶다.

예쁜 귀걸이 한쌍이다.

 

산속에 난꽃이 많았다.

 

 

나물 따기가 이렇게 힘들수가?

올라가도 올라가도 능선은 안나오더니

곰취가 보이기 시작했다.

 

곰발바닥 처럼 생겨서 곰취라고

또는 곰이 좋아해서 곰취라고 한다는데

나도 곰순이라 곰취가 좋은가 보다.

 

곰취를 봐도 눈에 안들어온다.

푸른 초록에 숨어 있어서

좀처럼 채취가 안된다.

 

엄마가가 좋아하시던 참취를 발견하고 신나게 돌아 다녔는데

손목에 걸려있던 스틱이 사라지고 없다.

 

능선 아래를 바라봤지만 드넓기만 하고

바늘찾기 처럼 스틱은 안보이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전혀 감도 안잡힌다.

참 비싼 나물 먹었네 ..

하산길이 긴데 막막하였다.

잃어버린 물건은 잊어버리는게 최고지!

마음을 비우고 쌈장에 곰취에 밥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처음 취가 보인곳으로 가서 다시 걸어가보았다.

누구 발걸음 인지도 모르게

어쩌다 나타나는 곰취를 한잎 두잎따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놀랍게도  스틱이 누워있었다.

참 놀라운 일이다.

스틱을 찾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정신줄 놓지 말고

침착해야지.

 

6시간째 나물 산행을 했는데

멋진 나물 주머니에

고추나무순 몇개와

곰취, 참취 한주먹이 수확한 전부다.

복장은 전문 나물꾼 처럼 보이는데

영 실력이 안좋다.

 

 

 

산나물 보다 훨씬 고운 철쭉꽃 , 시원한 바람

연두빛 고운 잎사귀고 너무 좋았다.

 

산나물 비싼 이유를 알겠다

연두빛 푸른산

향긋한 곰취

시원한 바람소리

물소리

하늘까지 완벽한

즐거운 시간이였다.

매발톱 꽃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산에서 내려왔다.

말로만 듣던 나물 산행
평상시 로망이였는데
나물이 목적이라면
시골 장터로 얼른가야겠다.
하지만 숨은 절경과
푸른 공기
즐거운 수다
아름다운 하늘
바람에 춤추는 연두빛 잎사귀
부드러운 백두대간길 ᆢ
미끌거리는 계곡물 건널때

두근두근 거리는 떨림들
다 소중한
미소가 번지는 하루였다.

 

곰취 장아찌 담그고 싶어서

몇장 되지도 않는 곰취를....

참나물을 들기름에 국간장에 조물조물 무쳤는데

신랑은 들기름 말고 참기름으로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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