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제암산부터 종주를 시작하려 했다.
비 예보가 심각해져서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 하였다
보성군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한시 반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제암산 자연 휴양림-곰재-사자산-골치-일림산으로
제암산 정상은 생략했다.
비를 대비하여 옷을 단단히 챙겼는데
비는 완전히 개어서 한방울 내리지를 않는다.
금요일에 내린비로 수량이 풍부하다.
우렁찬 물 소리에 귀가 뻥 뚫린다.
곰재까지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땀이 주루룩 비처럼 내린다.
산을 오를때는
안개가 자욱하여
미궁속으로 들어가는것 같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2킬로 정도만 줄인다면 좋을텐데
경량 장비 욕심이
갈수록 많아진다.
더 빛나게 피였을텐텐
세찬 비바람에 꽃들이 녹아 내린다.
철쭉이 진달래처럼
즈려 밟으라고 통째로 떨어져 있다.
평원에 조형물이 가득 차지하고 있어
평원처럼 느켜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지나가면 헬기장이였지만
오른쪽 옆으로 흘깃 쳐다보고
바쁜 걸음을 걸었다.
사자산 오르막 내리막도 비박 배낭을 메고 걸어가니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골치재 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는데
배낭도 내 몸처럼 푹 퍼져있다.
사자산에서 일림산 가는 길은
간목이 잘 되어 있었다.
잘려진 그루터기 무늬가 멀리서 보니
에디슨의 두뇌처럼 보인다.
영감이 떠오른다 ㅋㅋ
저 멀리 일림산 정상이 보인다.
600미터 남았는데
어찌 저리 멀리도 보일까?
철쭉이 한참 절정일텐데
밤새 내린비로 꽃이 많이 상했다.
나무 사이에 숨어서 혹독한 비바람에 버틴
철쭉이 참 예쁘다.
6시가 넘어서니 하늘이 맑게 개었다.
어두어지기전에 텐트를 쳐야 해서 정상 100미터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하산할때 다시 올 생각이다.
처음 산행 시작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평생 처음으로 경험해본다.
비예보도 한몫을 하였고
수그러들던 코로나19가 갑자기 이태원 클럽에서
다시 퍼져나가서 이기도 하겠다.
3월부터 4월까지 두달간 꼼짝없이
주말에 방콕을 하였다가
겨우 기지개를 펼려고 했더니 또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에구~~~
펄럭 펄럭이는 플라이 소리에
잠이 올동말동
귀가 쫑긋쫑긋
한참을 개꿈을 꾸다가
새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일출을 기대하고 텐트밖으로
엉거주춤 기어나왔는데
다행인지(잠을 더 잘수 있음) 불행인지(멋진 일출을 볼수 없음)
안개가 자욱하다.
한숨을 더 자야겠다.
일림산 정상에서 내려다 봐야 할
철쭉동산이 안개속이다.
어제 안 올라온게 후회막급이다.
계획은 다 되어 있었는데
늘 계획대로 안됀다.
"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
오늘도 무계획이 반기는 하루다.
이른 아침부터 등산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제의 평화는 간데 없고
산은 다시 왁자지껄 해진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하늘이 맑아져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에
아쉬움이 남지만
집에 올라갈려면
갈길이 멀어서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편백숲이 아름다웠다.
만 하루 동안의 짧은 시간이였지만
청량한 공기와 푸릇한 연두잎들에게서 행복을 만끽했다.
떠나고 싶을때 떠날 자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깨닫는 날들이 많아진다.
백신도 개발하고 신속진단 키트도 더 정확해져서
코로나로 부터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0.5.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