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속에 좁은 길을 걸어간다.
둘이서 걷기에도 벅찬길이다.
재성씨는 다시 투덜이가 된다.
단팥죽 싫어해서 부터
줄 많이 서면 안먹을거야
그러다 가는 길에 삼청동 수제비 집에 비 맞으며 줄서는 걸 보더니
꼭 가야 하냐?
이쁜 꽃들을 오밀조밀 배치해 놓은
센스장이 가게가 이쁘다.
벤치가 커다란 수반이다.
" 줄서면 나 그냥 갈거야!"
" 오늘 같은 날은 따끈한 단팥죽이 꼭 먹고 싶어!"
다독 거리면서 삼청로 길을 걸어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집 > 앞에 서게 된다.
비가오니 금방 쌀쌀함을 느끼다
가게 안에 들어오니
온기가 몸을 녹여준다.
선 안에 들어온 느낌?
아무튼 즐겁다.
봄바람 잘못 맞으면
바로 감기걸린다 라는 혹독한
교훈을 몸소 체험한 뒤라서
작은 가방에 다운잠바까지 패킹해 가져와서
입으니 포근함에 행복감이 든다.
그런데도 코끝이 빨개져 있다.
우선 빨리 나오는 십전대보탕 한잔을 시켰다.
쌉쌉하고 진한
그리고 뜨거움이 몸에 들어온다.
드디어 단팥죽을 먹어본다.
많이 달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오~~~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아주 아주 맛있는 단팥죽이다.
이상하다? 나두 우리팥 삶아서 나름 잘 만드는데
이 절묘한 맛은 어디서 오는걸까?
너 애처럼 음식앞에서 자꾸 카메라 찍지 않으면 좋겠다.
다시 투덜대더니
한컷...
화장실 가는 길이
바로 주방으로 연결되있다.
이 집의 한결같은 맛의 비결은
한꺼번에 많이 끓이지 않고
작은 솥에
적당한 분량으로 새롭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엄청나게 큰 솥을 상상하다가
비결을 훔쳐 본다.
든든한 끼니를 때우고
되돌아 오는 길은
비도 그쳐간다.
서울에서 거의 삼십년을 살았는데
이곳에 처음와본다.
주말이면 서울을 떠나
산으로 산으로
떠나다 보니
정작 서울 도심안은
업무 아니면 돌아다닐 기회가 없었다.
오사카나 쿄토를 연상시키는 삼청동 골목길이다.
높지않고
기존 건물에 조금씩 기능을 덧입혀
함께 어울려진 골목길이 정겹다.
우리 아이도 오면 좋아할 곳인데
친구들이랑 오길 바라겠지?
젊은 시절 줄서서 들어갔던
정독 도서관
오랜만에 왔다.
벚꽃이 새 하얗게
휘날리며
근사한 벚꽃엔딩을 장식해 준다.
남의 집 골목길에 모하지?
어릴적 한옥에 살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월드컵 중계를 하는 날은
큰 오빠의 명령에
몸무게 가장 작게 나가는 막내인 내가
깨끗한 텔레비젼 화질을 위해
지붕에 올라가서
알루미늄 안테나를 돌리곤 했다.
옅은 빨간 기와지붕에
살금 살금 올라가서
" 이제 잘 나와요? "
겨우 식구들 틈에 앉아 티비를 보다
바람이라도 획 불면
다시 지이익~~ 티비가 검은 반점을 들어내고
울상이 되어
지붕으로 쫓겨나야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부암동 까페촌에 가고 싶어... 시퍼...
체력이 체력인지라
서로 합의하에 인사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자만에 들어가니
어느새 가게가 더 확장이 되고
분점도 세곳이나 더있다니
10여년 만에 대박이 났나보다.
개업초기에
한등 친우들과 함께 왔었는데
이집은 성공시대구나.
가게에 들어간 시간은 3시 53분이다.
메뉴판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주문을 받는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 시간이 없어요!!"
엥, 시간이 왜 없지? 남는게 지금은 시간인데
파전을 시킬까?, 꼬막을 시킬까?
꾸물꾸물거렸더니
아저씨가 다시 속삭인다.
" 여자만 점심 정식주문시간이 곧 끝나요!"
" 시간이 없어요!"
순간 시간을 보니 거의 58분이다.
사실 정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얼떨결에 정식을 주문했다.
점심, 4시 이전은 1인 15000원
4시이후는 250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단다.
" 아저씨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렴하게 잘 먹었습니다 "
주문받으러 오신분의 배려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