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의 백사장항에서 꽃지 해변까지 이어지는
12km의 길이 노을길 시작이다.
따스한 봄날 기운이 무릇 무릇 피어나는데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은
바람도 함께 따라온다.
백사장 고운 모랫길을 걷다가
모래알을 움켜지니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사라져 간다.
솔 낙엽을 밟으며 걷다 옆길 소나무를 바라보니
뿌리가 위태로워 보인다.
하늘 향해 두팔 벌려 자라나는 기쁨보다는
모랫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버티는 안간힘이
더 짠하게 느껴진다.
시멘트길, 돌 계단길, 모래사장길
마음 내키는 길을 따라 걸어본다.
백사장 해변이 끝나는 지점부터
야산인 삼봉을 오른다.
삼봉에 올라오니
멀리 하얀 안면대교와
푸르른 바다와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오밀 조밀한 풍경속에
원주민들이 무언가를 갯벌에서 캐고 있다.
죽합을 캘까? 바지락을 캘까?
오르막 길 다음에는
언제나 내리막 길이 있다는
자연의 자연스러움이 베여난다.
2007년 12 삼성1호와 허베이 스피릿 호와의 충돌로 일어난
대 재앙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이 떠오른다.
만 6년이 넘었지만 해변 속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조차 검은 기름띠의 존재가 확연했다하니
그 피해 규모는 정말 엄청났다.
올해 1월의 여수 기름유출사건을 또 다시 겪고 난 직 후라
더 생각이 난다.
원유 유출 사고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태안 해변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백사장항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계속 걷다보니(최고 맛있는 강그리오 커피를 마시고 난후)
해변길이란 빨간 화살 표시판이
자꾸 화장실로 보인다.
아~~
가까이 가서 해변길 글씨를 볼때마다
느끼는 절망감이란..
하지만 그 뒤로는
계속 진짜 화장실이 자주 자주 등장해서
여유로운 트레킹이 되었다.
햇살과 바닷 바람
푸르른 연두 빛
다정한 벤치들
원하는 순간 언제라도
해변가를 거닐수 있는 곳
멋진곳에 있다니
웃음이 자꾸만 피어난다.
연두빛 초록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온 땅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25~30m 높이의 곰솔 수천그루가 터널을 이루는 숲길이다.
사색의 길이라 부른다.
혼자 걷다보면 사색의 길이 되지만
둘이서 걸어가면 우정의 길이 되기도 한다.
사색의 길이 끝나면
두갈래 길을 선택해 갈수 있다.
1004m의 나무 데크로 조성된 일명 천사길이다.
이름처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휠체어나, 유모차 등으로 이동을 할수 있다.
해변으로도 내려갈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시간을 넘어서 있는 공간처럼
시원한 바닷 바람, 햇살
도란도란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둘둘 짝을 지어 걷고 있다.
무슨 대화가 오고갈까?
침염수림 아래는
피톤치드 향이 강하여
벌레도 없고, 풀도 나지 않아
푹신푹신한
1급 침상이다.
음... 그런데 소나무 숲에서는
잔적이 없는것 같다
항상 잣나무 숲, 낙엽송 숲...
소나무 숲은 어떨까?
향기에 취해 못일어나면 어쩌지?
솔방울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송화가루 날리는 시기는 5월 인것 같다.
노을길은 재미있는 길이다.
백사장을 걷다보면,
솔 낙엽길이 나오고
다시 걷다보면
오르막 야산으로 올라가고
걷다보면 다시
데크위를 걷고 있고
산이 앞으로 다가오는 듯 하면
다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지고
구불렁 구불렁
재미있는 길이다.
그래서 막 생각난 길 이름 하나
다시길
자꾸 다시 다시 풍경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풍천을 가로지르는 창정교
창청교를 지나니 다시 부드러운 흙길이 나온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철조망
철조망 너머에 허름한 곳에는
군인이 살고 있을까?
동해바다도 녹슬고,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는데
이곳 서해바다도
가시를 품고 있구나
언제, 언제
철조망 없는
해변을 가질수 있을까?
마음 꽃이 피어나는 길
봄이 오면 옆에 누웠던 풀들이
싱그럽게 흔들거리겠지?
걸음 빠른 일행은 벌써 바다에 나가
파도와 함께 있다.
" 파도야 파도야~~~
무얼 보고 있니?"
" 나는 나는
해변길 걷고 있는
그대를 보고 있지!"
ㅋㅋ 표절도 해보고
또 걸어가는 길이 노을길이다.
즐거운 봄소풍이다
다들 요술 배낭을 가지고 있다.
홍어무침, 간재미 무침, 고구마, 두부김치,
여러 과일, 알타리 김치, 삶을 계란,
제육 볶음, 홍어숙회, 전부침 등등이
끊임 없이 나온다.
아~~ 시원한 국물 라면도 일품요리다.
마치 UFO 빛을 향해 가는 듯하다.
아~~ 가로등
두여 전망대에서
멀리 밧개 해변이 보인다.
홀로 구불 구불 길을 걸어가다가
만나서 자꾸만 즐거워지고
만나서 더욱 반가워지는
얼굴들을 보게 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조르르 가는 길에
마음도 함께
쪼르르 달려 나간다.
실루엣 처럼 보이던
분들이
점점 꽃으로 변해가는
노을길은 사람 마음 꽃 길로 변해 갔다.
파도가 밀려오는 밧개해변가
밧개해변을 뒤로 하고 다시 야산을 오른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변
하~~ 반갑다.
올해 생강나무 꽃을 처음 만났다.
생각~~나무?
만나면 생각나는 김유정의 동백꽃 ㅎㅎ
이 꽃을 보고 불현듯
팝콘이 떠오르고,
"웰컴 투 동막골" 동막골 사람이 떠오른다.
정말 생각나는 대로 생각이 날아오르는 느낌이다.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우리는 올라갈 때 보았네 ㅎㅎㅎ
드디어 꽃지해변이 멀리 보인다.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가 나란히 한눈에 들어온다.
밀물때라
할아비,할미바위 곁으로 다가 갈수는 없다
오는길에 숲속 벤치나
솔나무 숲속에서
달콤한 낮잠을 자고 왔다면
붉게 채색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를 볼수 있으련만...
너무 발걸음을 재촉하고 말았구나.
여기서 노을을 기다릴수 없겠지?
눈을 감고 붉은 노을 속 풍경을 그려본다.
멀리 꽃지 해변이 보이고
여정의 끝이 보이니
마음이 오락가락이다.
길의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과
계속해서 더 걸어가고픈
마음에서 오는 아쉬움이 짧은 한숨을 토한다.
더 걷고 싶은 마음넘어
더 소통하고 싶고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갈망이 자꾸만 드는것은
바닷바람의 속삭임 때문일까?
꽃지 해변과 방포를 잇는 아치형 다리
일명 꽃다리이다.
꽃다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2002년 안면도국제꽃박람회 개최로 얻어진 이름이다.
4시간에 걸친 산넘고 바다건너
노을길을 걸어 꽃다리에 도착했다.
안면도의 게국지
꽃게탕과 다른점이 뭘까? 뭘까?
한참을 설왕설래하고 나니
아~~~
지, 지가 김치지
꽃게탕과 묵은지의 만남이라
게국지라 부르나 보다
짭잘하고 시원한 맛
강렬한 짭잘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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