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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冊冊冊

인생의 베일

by 소연(素淵) 2014. 4. 1.

 1920년대 영국에서 여자의 일생은

십대 후반 나이에 사교계에 데뷔해서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최대의 덕목이였다.

빛나는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키티는 밝고 명랑한 성품이였다.

일찍 사교에에 데뷔했지만 25살이 되도록 마땅한 결혼 상대자를 구하지 못하고

훨씬 어리고 못생긴 동생보다 더 늦은 결혼을 할 처지에 놓인다.

 

조급한 마음에

여러번 만나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반듯한 이목구비의 세균학자인 월터를 만나 청혼을 받고

서둘러 결혼을 하고 만다.

 

세균연구를 위해 홍콩에서 신혼을 시작한 키티는

세심한 배려와 사랑으로

자신만을 바라보는 월터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월터가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으로 생각되어질 뿐이다.

 

세상에 가장 흔하게 도처에 깔려 있을듯한

느끼하고,유들유들, 기름기 흘릴듯한 (내 생각)

홍콩 식민지 총독부 차관보인 찰스를 만난 키티는

황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죄책감 없이 찰스와 불륜을 시작한다.

 

육체적 욕망과 더불어

찰스의 이미지도 키티의 눈에는 완벽한 남자로 보여지고

어떤 희생을 치루어도 사랑할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 여긴다.

 

여기서 키티의 착각은 당연하기도 하다.

찰스가 그녀를 유혹할때는

언제나 그녀만의 남자,

그녀를 위해서 모든걸 다 버릴수 있는 남자의 가면을 쓰기 때문이다.

 

그녀를 껴안는 순간 마음은 그렇다라고 그도 생각한다.

그럴까? 찰스는 스스로의 내면을 심각하게 들여다 봤을까?

정말 그럴까?

찰스는 가볍고 허영기 많은 남자일뿐이다.

그에게는 애초부터 진실한 사랑은 없고

끌림과 육체적 욕망만이 있을뿐이다.

 

사랑하면 다 보인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

찰스와 키티가 대담함을 보이지 않고 꽁꽁 숨어서

은밀한 불륜을 지속했다 해도

월터에게는 금방 발각되고 말았을것이다.

월터의 신경은 모두 사랑하는 아내였던 키티에게

온전히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키티의 불륜을 알게되버린

월터의 슬픔의 강도는 너무 강하다.

월터는 키티에게 잔혹해지기 위해 자신마져도 다 버리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잔혹해질려면

자신을 버릴수 밖에 없을것이다.

 

월터의 잔혹한 복수는

맨먼저 키티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콜레라가 대 유행하여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는

중국의 오지로 함께 가는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과 이혼하고 찰스와 재혼하는것인데

재혼승락을 받지 못하면

키티와 찰스를 간통죄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한다.

 

이 때 나누는 둘의 대화를

몇번이고 되풀이 해본다.(연극하듯이 읽어보기도 한다.)

 

" 그는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나를 사랑해요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나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고요.

당신도 알 거에요. 난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겠어요. 내가 왜 그래야 하죠?

우린 1년 동안 연인이었고 난 그게 자랑스러워요.

그는  내게 이 세상 전부를 의미해요

결국 당신이 알게 되서 다행이군요.

우린 비밀과 타협과 그 모든 것들에 신물이 나던 참이에요

 

내가 당신과 결혼한 건 실수였어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바보였어. 난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

우리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잖아.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당신이 관심 있는 것들이 지루하기만 해.

이제 끝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

 

" 내가 당신과 왜 결혼했는지 알아요?"

 

" 당신 동생 도리스보다 먼저 결혼하고 싶어서였지."

 

"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어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 하지 않다는 걸, 천박하지 않다는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얼마나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편의 코미디야.(...)

그래도 나는 너무나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키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기에

찰스에 대해서도 월터는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런 두가지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키티 스스로 찰스를 이혼시키지도,

재혼도 할수 없으며

그로인해 찰스의 본질을 처절하게 깨닫게 한다.

 

찰스의 영원한 사랑을 믿었던 키티는

오로지 자신의 안녕과 출세를 위해

콜레라가 유행하는 죽음의 사지로 자신을 보내려 하는 찰스의 선택으로

그의 본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찰스를 못잊고 사랑하는 자신을 경멸하고

자신을 짝사랑하기만 했던

월터의 비통한 감정에 대해서도

비로서 눈뜨게 된다.

 

찰스의 사랑을 잃은, 배신당한  키티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중국의 오지. 콜레라 발생지인 메이탄 푸로 향한다.

 

메이탄 푸의 혹독한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상처입은 월터는 키티를 바로 바라볼수가 없다.

키티의 정신적 성장을 느낄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반면 키티는 허영과 욕망으로 가득찼던 결혼, 불륜의 과정을 딛고서

콜레라도 죽어가는 비참한 환경과

그곳에서 경건하고 인류애로 살아가는 수녀들을 보면서

또한 어린 고아들을 돌보면서 하루하루 정신적 성장을 하게 된다.

 

- 그녀는 그의 인간성에 몸을 던지고 자비를 구하고 싶은 본능이 일었다.

어쨌든 그들이 그 모든일을 극복하고 공포와 절망의 무대 한복판에서

살아있는 마당에 간통같은 어리석은 짓거리에 연연해 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 없어 보였다.-

 

이런 키티의 성장에 비해서

월터는 사랑의 배신으로

더 이상 어른이 되지 못하고

상처받은 어린이에 머물고 만다.

인류애로 거듭나고자하던

그의 노력도 결국 키티의 임신으로

얼룩지고 만다.

 

키티의 임신소식은 월터에게 잠시 희망을 주기도하지만

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는 키티의 냉정한 답변은

그를 절망에 빠뜨린다.

키티를 사랑했다는 사실에

자신을 끊임없이 경멸하고 월터는 콜레라균을 이용해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 죽은 건 개였어 "

그의 죽기전 마지막 한마디였다.

 

개에게 물린 사람이 죽을거라 생각하지만

결국 사람을 문 개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스완네 집 쪽으로 편에서이 스완처럼

스완이 매번 오데트로 인해

지옥과 천국을 오고가지만

오데트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는 좀 더 평온하게 키티를 사랑할수 없었을까

 

월터 역시 삶이 이어졌다면

키티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할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월터의 죽음에

서러운 눈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던 키티

한편으로 더 이상 월터의 경멸과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서늘한 안도감까지 느꼈던 키티의 심정을, 그 한부분을

이해할수 있는 내가 참 좋다.

 

- 지난 몇주 동안 그녀가 깨달은 것은

남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때론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는 언제나 비열한 짓이라는 점이였다. -

키티에게서 배운 깨달음이다.

스스로를 기만하지는 말자

 

더 할수 없는 지성과 부드러움을 갖춘

반듯한 이목구비의 냉철한 남자 월터

다른 모든이들이 그를 찬양하고 흠모했지만

키티에게는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었나보다.

점차 그를 존경하게 됐지만.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는 못했다

 

키티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그녀를 집에서 돌보아주는 찰스의 아내,

그토록 싫어하게된 찰스의 유혹은 다시 시작되고

찰스의 품안에서 안도감과 따스함을 느끼고

육체적 유혹에,욕망에 키티는 다시한번 한순간 굴복하고 만다.

비참한 절망감을 가지고

홍콩을 떠나 영국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30여년 만에 비로서 자유를 찾게 되는 아버지의

안도감을 알게되는 키티는 그 만큼 성숙했다.

 

키티의 엄마는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남편을 조정하여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질식시키고

결국 언제나 돈을 벌어오는 기계,

자식들에게 더 부유함을 주지 못해 비난 받아야 했던

아버지로 자식들에게 존재하게 한다.

 

비로소 아내의 죽음으로

평온한 안식을 찾으러 하는 아버지에게

 

키티는

" 제게 기회를 주실래요? 이제 아버지 말고 아무도 없어요

제가 아버지의 사랑을 얻을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겠어요? (...) "

 

다시한번 아버지를 옮아매고 만다.

물론 이부분에서 해석은 분분하다

진정한 사랑과 용서와 화해 등등으로 ...

 

키티는 각오한 것처럼 아버지에게

좋은 딸로서 새 인생을 살수 있을까?

 

글쎄다

난 반댈세 ^^*

 

그냥 아버지를 홀로 보내드리는게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각오대로 되지 않는

그럼에도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수 밖에 없는 삶의 여정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여정속에 몇개의 베일이 숨겨져 있을까?

 

 인생의 베일( The painted Veil)

읽을수록 서머싯 몸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베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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