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이름을 부르면 엄마가 생각이 난다.
한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엄뫼로 불리운 산이다.
793M높이의 모악산을 오를때 관악산이 생각이 난다, 높이는 관악산이 692M로 더 낮지만
정상부근에 송신탑을 지고 있는 모습이나,
오밀 조밀 여러 등산로를 갖고 있어서 그런 기분이 드나 보다.
구이주차장에서 30~40여분을 올라섰을때
앞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 어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나?"
잠깐 망설이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옆길이 등산로이고 이곳은 초급 암벽연습장으로 10여명이
하네스와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을 배우는 중이다.
" 한번 해보실래요? "
옆으로 지나가던 분이 8자 하강기를 들고 가다가 나를 보고 한마디 하신다.
" ㅋㅋ 여긴 너무 초급이라 할 마음이 안나는데요 ... "
너무 진지하게 말했나?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주가 자랑스러워 하는 모악산이라 그런지, 도립공원이라 그런지
험하지 않는 산세에 너무 많이 설치된 계단들이 계속 바라보기가 버겁다.
유행처럼 산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계속 설치되는 나무 계단들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마음에 안든다는 이야기다.
전망대에서 멀리 구이 저수지도 보인다.
중국발 스모그의 공습으로
온나라가 희뿌연 미세먼지속이다.
그나마 서울 보다는 한참을 내륙으로 들어온 이곳이 조금은 덜한 편이지만
맑은 햇살이 무색할 정도의 시야가 펼쳐진다.
멀리 정상이 보이고 그 아래 천일암이 보인다.
천일암은 단학의 일지 이승헌 선생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으로
현재는 명상수행처로 이용되고 있다 한다.
등산로에 가끔 낙엽송이 보인다.
황금빛 바늘이 조금씩 바람에 날린다.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가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산행하다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앞을 보니
배낭없이 가볍게 산을 오르는 분이 보인다.
점점 다가갈수록 크게 들려오는 노래소리를 듣다보니
그 언젠가? 지리산에서 보았던
카셋트 라디오 어깨에 메고 다니던 그 오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런생각을 하는데 다함께 차차차 노래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하산 하시는 분이다.
" 그 오빠들이 이제는 50대를 넘어서 60대가 되어서 이곳에 다 계시는 구나 !"
계단이 새로 설치되가고 있다.
방부목이 빗물에 씻겨 산을 오염시킨다는데,
멀쩍한 바위들이 부서져서 계단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듯하다.
누가 산에 계단이 자꾸만 들어서는걸 원하는 걸까?
등산의 매력은 오름이지만 계단처럼 정해진 몇센치의 또박또박 오름이 아닌
때론 50센치, 때론 10센치를
울긋불긋 단풍구경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야하는데
산까지 아파트 계단처럼 걸어가야 하다니
정말 아쉬운일이다.
응달에는 잔설이 제법 남아있다.
아이젠을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11월의 산은 배낭에 아이젠이 들어있어야 안전하다.
오르막길에 더운 열기가 눈을 만져 뭉치니 시원해진다.
남봉헬기장을 지나니 곧바로 모악산 정상의 KBS송신탑이다.
턱 부분만 하얀 까만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있다.
눈이 마주치니 갈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다.
바로 30M앞이 정상인데
표지판은 한참 뒤인 450M를 가야 정상이고 알려준다.
꼬불꼬불 계단이 이어진다.
어딜로 어디로 가는걸까?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돌아간다,
안타까움이 앞서는 모악산 정상 표지판
" 나 정상 맞아 ?"
등산객을 위해 인심쓰듯 개방했다는 옥상을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미세먼지가 가득해서
모악산이 자랑하는 호남평야와 전주시내의 조망은 볼수가 없었다.
고은
모악산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
저 혼자 떨쳐 높지 않고
험하지 않고
먼데 사람들마저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내 자식으로 품에 안은 어머니외다.
여기 고스락 정상에 올라
거룩한 숨 내쉬며
저 아래 바람진 골마다
온갖 풀과 나무 어진 짐승들 한 핏줄이외다
세세생생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도 한 핏줄이외다
이다지도 이다지도
내 고장 모악산은 천년의 사랑이외다.
오 내 마음 여기 두어
어미산에 모진 말뚝을 박아 놓은것 처럼 느껴지고
송신탑과 시멘트 구조물들이
개발 개발~~구호 소리처럼 들려온다
군사정권아래여서
어미산을 아무 말로 못하고 뺏기고 말았을까?
자꾸만 머리속으로 손이 올라간다.
송신탑의 무게와 답답함이 머리을 짓누르는듯 하다.
정상에서 대원사로 바로 내려오지 않고 상학능선을 따라 내려갔다.
저 아래 멀리 보이는 절이 대원사이다.
능선길로 하산하다가 조그만 샛길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가니 어느덧 대원사 뒤 뜰 부도탑에 와 있다.
탑신에 새겨져 천년을 살아온 용각 부도이다.
정교하게 용의 비늘 하나하나 까지 정성스러운 모습에
천년전 불심 가득한 석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예술가의 혼신이 보인다.
이 탑신의 용은 맑은날 보는것과 비가 내린 후의 모습이 달라진다 한다.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놓고 대결중이나 보다.
어느 용이 승천할까? 금방이라도 여의주를 물로 하늘을 향할것 같다.
비온 후의 모습이 궁금하여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나, 빗물로 음영이 더 뚜렷해져서
비늘이 금방이라도 승천 할듯 세워져 있는 모습이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을 모신 대웅전에서
한 불자가 절을 올린다.
삼배를 드리고 일어서니
절을 하시던 분이 묻는다,
" 전주에 사세요? "
대원사는 백제 의자왕 660년에 세워진 고찰로
근대 조선말에는 강일순이 중산교를 세운 곳으로 종교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대원사 위쪽에는 수왕사가 있는데
수왕사의 주지에게만 전해지는 송화 백일주가 유명하다고 한다.
시내에는 송화백일주가 판매되고 있을까?
절 아래 하산길 왼편은 대나무가 독야청청 중이다.
푸르름이 한여름 처럼 한창이다.
옆에서 자라고 있는 대나무를 이용해서
계곡물에 수로를 만들어 준다.
손을 내밀면
귀여운 수로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 고맙습니다. "
빠알간 열매
노오란 낙엽송 바늘 잎
구이주차장 - 백산암장 - 590봉 - 남봉헬기봉 - 정산(송신탑) - 전망대 - 무제봉 - 상학능선 - 대원사 - 구이주차장 코스로 내려왔다.
금산사에서 올라오는 길이 궁금하다,
반대편에 있는 금산사는 미륵성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미륵불 신앙은 언제나 희망과 허무, 흥망과 성쇠를 품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구세주를 기다리는 미륵의 세상은 싫다.
다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미래가 아닌 오늘을 절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미륵의 세계가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될수 있을것이다.
고은님은 언제 이시를 지었을까?
송신탑으로 얼룩진 모악산을 보면
얼마나 슬플까?
답답할까?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모악산
부드러운 산세와 길게 늘어진 능선길이 보드랍게 보인다.
.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한옥마을, 예술제, 그리고 막걸리이다.
막걸리와 함께 나오는 푸짐한 안주상에 기대가 크다
네명이 한상에 앉아야 4차 안주까지 도전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