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금병산(김유정문학촌)

소연(素淵) 2014. 1. 15. 09:44

 

 

금병초등학교~저수지~산골나그네길~금병산 정상~ 동백꽃길~ 금따는 동백길~능선삼거리~실레길~김유정 문학촌을

산행 코스로 잡았다.

 

초입은 부드러운 흙길에 잣나무 낙엽을 밟으며

오르막 내리막길이 부드러운 길을 나섰다.

 

 

조금은 미끄러운 눈길이지만

오르막길은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 재미에 미끌거리면서 아이젠 없이 걸었다.

가벼운 가족등산 코스라는 안내에

놀며 보며 오를 계획이였는데

갈수록 숨이 차오르는 걸 보니

이곳을 오르는 가족은 체력이 단련된 분들인가 보다.

 

 

산골나그네길, 금 따는길, 동백꽃길, 실레길을 걸어 간다.

 

 

 한 겨울 월동 준비하는 참나무 인가?

 

 

북한산을 비롯 서울 근교산을 휩쓸고 있는

참나무시들음병이 이곳 강원도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참나무과 나무의 암이라는 병충이 이곳까지 왔다.

끈끈이트랩으로 방재를 하고 있다.

몇년 전 은평구 내에 있는 봉산에도 참나무시들음병으로 오래된 참나무들이 대량으로 잘려 나갔다.

처음에는 관내공원녹지과에 참나무시들음병 신고도 하고

방재 재촉도 했지만

한번 번지기 시작한 병충은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

금병산 정상부근에 있는 철탑은 보이는 듯 보이는 듯

다가 갈수록 멀어져 간다.

 

 

 

두 나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무슨 사연 있는 걸까?

솥을 둘러메고 마을을 떠나가는

들병이 게숙과 남편의 모습같기도 하다

 

 

 

망대 아래로 희미하게 실레마을이 보인다.

김유정역이 들어서고 김유정 문학촌이 생기고

또 또 생기는 춘천 닭갈비집들

아마도 김유정님은 닭갈비 맛을 보지는 못하셨으리라.

하산길은 내리막길이라

아이젠을 차고 출발을 한다.

 

 

에헤라 뒤야

미끌 미끌 잘도 내려간다.

 

 

 

"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동백꽃 향기에 그만 나는 땅이 꺼지는듯이 온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낀다...."  [김유정동백꽃 중에서]

 

봄에오면 산에 가장 먼저 피는 노랑 생강 나무 꽃

볼때 마다 산수유 꽃이랑 비슷하여 수술모양을 자세히 살펴보곤 했던 꽃이였다.

 

 

사막의 모래 바람으로 만들어진 줄무늬 처럼

밭 이랑 사이의 골이

햇살을 버텨 내며

새초롬하고 시원한 물결을 만들어 낸다.

멀리 보이는

나목으로 훤히 속살이 보이는 산들

그리고 눈이 무늬가 되어 그림을 그리는 시골의 한 풍경이 정겹다.

 

도시에서는 항상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검은 눈들이

이곳에서는 사그러 질때 까지 하얗고 또 하얗다.

 

 

봄이야기, 가을이야기가 많은

실례마을에 들어선다.

이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1930년대의 빈궁했던 농촌생활을

그림처럼 묘사했던 슬픈 해학이 가득한 김유정의 단편 소설이 하나 하나 떠오른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생각하고 있기 시작했던

소낙비는 19금 소설을 방불케 했다.

무능력한 남편에게 맞으면서 까지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농촌의 아낙네의 삶이 고단했지만

속고 속이는 서로의 속내을 보이는 듯 보지 않는듯 넘어가야만 했던 너무도 가난했던 시절이였다.

 

들병이의 새로운 남편이 되고자

그리하여 배를 곪지 않고 공짜밥을 먹는다는 상상을 하며

집안에 마지막 재산인 솥까지 빼어 도주하는 근식,

결국 솥도 뺏기고 체면도 제대로 구겨버린 근식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밥 굶던 그시절이 비참함이나

요즈음의 차별적, 경쟁적 삶속에서 밀려나

노숙의 길이나, 백수의 길, 부모곁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 족들의 구차함은 별로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상위 몇 %의 화려함이나,

그곳에 올라가지 못하며 제 능력을 탓하는

지금이 더 불행한지도 모른다.

 

29살의 짦은 삶을 살았던 김유정

그가 지금 21세기 오늘을 살았다면

역시나 신자유주의 시장, 자본주의을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을것이다.

아마도 유하 시인과 단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가득한 비참한 사람들의 삶속에서도

투박한 위트로 잠시나마 공허한 위로를 해줬던 그의 문학의 여운이

이곳에 오니 더욱 가슴에 남는다.

그에게는 나쓰메 소셰키의 흐름이 보인다.

 

김유정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이곳에서 살았던 유년시절이 아니였을까?

 

 

겉으로 보면 조금 넓은 튼튼한 초가집 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ㅁ 자 모양로 사방을 빙 둘러 방과 헛간 부엌등이 있는 구조이다.

문만 걸어 잠그면 내부로 침입하기 어렵다 한다.

 

 

김유정의 생가이다. 천석꾼의 초가집은

여느 기와집 못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붕만 초가집 형태이고

기둥이나 내부 모습과 구조는

집주인의 기품과 덕망을 보여준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

낮은 굴뚝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대부분의 굴뚝은 지붕높이로 높게 나 있지만

마당에 있는 낮은 굴뚝은

벌레를 쫓는 역활도 하고

다른이들이 춥고 배고플때

굴뚝의 연기가 상처가 될까봐 낮춰 했다는 설명이 이색적이다.

 

 

문화해설사가 들려준

김유정의 일생은 참으로 불행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가족과 함께한 어린이들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되버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농촌 생활을

아이들은 이해할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점순이에게 당하기만 하는 우리집 수탉

초고추장 물까지 타서 먹였는데

오늘은 힘 좀 쓸수 있을까?

 

점순이 속도 모르는

나는 언제나 점순이 마음을 알까?

 

 

 

닥종이로 만들어 논

김유정 문학관의 주인공들이다.

배가 고파도, 엄마에게 맞아도

틈틈히 즐거웠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집 뒤안에 있는 굴뚝도

세심하게 높이를 낮추었다.

 

 

봄봄의 점순이는 아직도 키가 자라지 않아

나의 마음을 태운다.

 

봄에 산길을 고무신 신고서

다시한번 걸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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