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수 없었다.
겨우내 겨우내 산을 그리워하면서도
마음만 오갈뿐 한번도 오지 못했던 그리운 이곳
새벽 5시에 눈을 뜨니
베란다 물받이 통에서 졸졸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나? 베란다에서 세탁은 금지사항인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앗!!!
비가 내린다.
너무 오랜만에
싸보는 비박 배낭은 횡설수설이다.
제법 묵직하게 내리는 비를 야속해 하며
택시를 탔다.
푸르나 집앞에서 택시를 내린 뒤
배낭을 둘러매는데
어어어... 오른쪽 어깨가 획 뒤로 젖혀지고
맞은편 어깨에 배낭끈을 매지도 못하고
뒤로 뒤로 서너발자국 밀려나더니
물 웅덩이에 엉덩방아를 제대로 찍는다.
오랜만에 매본 무거운 배낭에
균형이 깨지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아직도 오른쪽 고관절이랑 어깨 허리, 엉덩이가 다 시큰거린다.
비오는날 비박을 유난히 싫어하는 푸르나의 눈치를 살피면서(...)
산을 오른다.
가장 낮은 곳에 자리를 잡고
타프를 서둘러 친다.
타프아래서 옆으로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리는 모습이 너울너울거린다.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눈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다.
을씨년 스럽다.
다시 한번 푸르나의 눈치를 살핀다.(...)
타프아래서
텐트를 조립하여 옮긴 후
빗속을 뚫고 물을 떠왔다.
라면을 국물도 남김없이 먹는다.
아 살것 같다.
달걀을 6개 가져왔는데 푸르나가 4개를 가져왔다.
10개의 달걀이 산에 있다니 이심전심 달걀로 마음이 통했나?
4개의 달걀을 삶아 먹고 나니
졸음이 밀려온다.
"우리 일단 자자"
한숨을 달게 자고 일어난 후
부시버디에 불을 붙인다.
작년 가을에 남았던 나무를 4개월이나 베란다에 보관했더니
마른 장작불이 환성적이다.
노란 타프아래
서로 텐트를 마주하며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다.
비가 주룩 주룩 하염없이 내리고
다시 잠을 잔다.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비가와서 새소리도 다람쥐 노니는 모습도 사라지고
온통 빗소리만 들린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비도 그치고
조금 정신이 들기도 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매트리스에 누워서 노란 천장만 바라보고
뒹굴 뒹굴
왜? 따스한 안방을 나두고
여기에서 오돌오돌 떨기도 하면서
침낭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참 기진맥진했던
지난 한달 이였다.
근무처를 옮기고,
한 사람도 전부터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해온일과는 다른 업무를 맡았다.
내 몸의 반항은 입술위의 헤르페스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잠이였던가?
8시가 조금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 비박지에서 가장 이른 시간에 시작한 취침일것이다.
거의 9시가 다 되어서야 꿈틀 꿈틀 아침밥을 짓기 시작하고
햇살을 반가워 하며 타프를 걷어 말렸다.
푸르나는 타프를 답답해 하고
나는 타프를 아늑해 하고
타프없는 휑함에
다시 텐트 속으로 들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종일 텐트 안에서 꼼지락 거리다가
푸르나를 거꾸로 찍어 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잠
잠이 쏟아진다.
물을 뜨러간 계곡으로 내려갔더니
버들강아지 새순이 올라온다.
부들부들 부드러운 새순의 연두가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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