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제천 동산(896m) - 작성산(848m)

소연(素淵) 2013. 4. 22. 14:16

 

산행코스 : 성내리 마을입구-애기바위입구-장군바위-동산-새목재-까치산-작성산-소뿔바위-무암사-마을 주차장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산행 들머리로 들어선다.

새순이 돋지 않은 나목은 그 모습 자체로도 신성함을 준다.

처음엔 느티나무가 참 크구나 감탄을 하며 다가갔다.

누군가 벚나무를 꺽어 나목 양쪽에 매달아 논것을 보고

이 나무가 벚나무인데 고목이라 두가지만 꽃이 피는 구나 했다.

하산길에 꽃을 누군가 끈으로 묶어 놓았다는 걸 알고서 다시 나무를 쳐다보니 역시나 느티나무였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습성이 여전한걸 알았다.

 

 

애기바위 쪽으로 산행들머리를 잡았는데

 진달래가 속삭이듯이

가끔 나타난다.

진달래 축제니 동산이니 하면서 군락을 만들어 놓은 진달래 천지를 보다가

고개 돌아갈때 가끔 마주 만나는 진달래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다.

 

 

동산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는

집 앞에 조그만 뒷산을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산행하는 이 동산은

동산이 아니라 동악산이라 바꿔 불러야 할것 같다.

등산로는 거의 암반으로 되어있고

암벽코스도 있어 가끔은 밧줄을 잡고서 올라가야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릴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멀리 충주호가 보인다.

암릉길 사이에

붉은 빛 몸통으로  힘찬 기운을 뽐내는 듯한 소나무들이 멋지다.

소나무는 바위산에서 유난히 곱고 아름다운 자태로 자란다.

사람들은 모두들 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나고 싶어하지만

나무들은 씨앗 떨어진  주변과 하나가 되어 제 모양대로 살아간다

나무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워진다.

 

 

" 조금만 더 뒤로, 더, 조금만 더 뒤로 "

익살스런 산우들이 다들 한마디씩 던진다

" 안돼요, 그냥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요, 사진찍다 떨어질라 "

다들 이 기회에 그냥 좀 짝을 바꿔보란다, 그 대답에 이제까지 길들인게 아까워서 안됀다 했더니

이미 다른데서 길들여진 예비자들이 많단다.

왠지 떨고 있는 듯한 재성씨 모습이다.

 

 

 코속 뼈 처럼 보이는 바위가 눈길을 잡아 끈다.

부드러운 물렁뼈 처럼 곡선이 가득한 바위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기도 했다.

돌아와 생각하건데 산행길에

왔던길을 다시 돌아가기는 참 힘든것 같다.

마음먹 먹을 뿐 금방 생각을 접고

그냥 앞사람들을 따라 부지런히 앞으로 갈뿐이다.

 

 

능선길에서 만난 눈

나무 밑둥의 그늘을 의지한 체

입김으로 금방 사라지게 할수 있을 것 같은 눈,

그냥 겨울의 여운처럼 느껴진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까치산 정상석은 이곳에서 몇 미터를 더가면

작성산 이란 이름으로 또 하나가 더 있다.

서로 정상석이라 우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까치산이지만 이곳에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정상석 다음에는 하산길이 기다린다.

하산길 마다 생각나는 시

 

그 꽃  - 고은 작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 못한 그 꽃

 

 

하산길에 만난 소뿔 바위다.

사실 소뿔바위보다 눈에 들어온것은

손을 짚고 있는 바위다.

엇 짧은 남근석이네 ^^*

이곳 바위들은 잘 부서지는 성질이 있는것 같다.

그래선지 이곳에는 남근석이라 불리우는 바위들이 여럿 있다.

장군바위쪽으로 올라오느라 남근석을 직접 눈으로 가까이 보지는 못했지만

능선길에서는 멀리서 볼수 있었다.

 

 

 

능선길에서 멀리 바라보았던 무암사다.

초파일이 다가와선지 색 연등이 너울 거린다.

예전에는 초파일이 다가오면

진분홍색 한지를 주름을 잡아

철사로 만든 등 모형에 창호지를 바른 다음

한장 한장 연꽃잎을 붙여서 만들곤 했었다.

그래서 초파일에 비가오면 한지가 물에 젖을까봐 안타까워 했었고,

등 모양도 참 아름다웠다. 

지금은 색 비닐에 단순한 모형으로 비가오든 안오든 상관이 없어지고

해마다 재활용할수 있지만

전에 손수 만들어 보았던 등에 비하면 너무 멋이 없다.

 

 

연등 하나 하나에는

곧 누군가의 염원이 담길것이다.

 

얼마전 지인과 차를 마시던중

화가 한분이 壽福康寧 이란 글귀를 집 주인에게 선물을 하셨다.

그 선물을 받는 주인과는 왠지 안어울리는 글귀라 혼자 생각을 했었다.

 

나의 염원은?

 

 

무암사에서 용정을 보고 나서

자그마한 도마뱀을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초리도 아랑곳 않고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꼬리를 잡아볼까? 꼬리가 잘린 도마뱀은 그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는다는데 정말일까?

 

 

깨진 기와장 조각 사이의 노란 민들레는

아늑한 곳을 골랐다.

유난히 구석을 좋아하고

방문을 닫아두어야 마음이 편안해하는 나를 닮은 꽃인가?

 

언제나 구석진 벽쪽을 좋아해서 다른이도 그런줄 알고

식당에서는 언제나 구석으로 갔었는데

같이 밥을 먹던 동료는 벽이나 구석에 있으면 답답하고

문이 닫혀 있으면 수명이 줄어 들 만큼 힘들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후천적일까?

선천적일까?

 

 

 

 

 

다녀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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