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둘레길을 걷는 마음은 소박하다.
멀리서 산 봉우리를 올려다 보는 기분도 참 좋다.
선인봉을 떨어져 바라보니
첫 암벽으로 올랐던 아슬아슬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허릿길이 쉬울것 같아서 선택했지만
한줄에 매달린채 트레버스 할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었다.
둘레길 첫구간인 눈 덮인 소나무숲길을 걷다보니
맨 처음 손병희 선생의 묘소를 만나고
이제는 4.19 민주 묘지 기념탑 옆을 지나게 됐다.
4.19 기념 데크에서
고개 숙이고 바라보니 문득 신동엽의 시가 떠오른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의 시를 생각한다.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셨던
애국선열들의 묘소가 있는 순례길 이다
심산 김창숙선생, 동암 서상일 선생, 강재 신숙선생, 현곡 양일동 선생등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근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부끄럽게도
이곳에 안장되신 많은 분들의 존함도 내게는 낯설었다.
무심코 따라 나섰던 둘레길에서 많은 생각이 오간다.
섶나무를 엮어 만든 전통 섶다리이다.
지금은 눈이 쌓여서 섶나무 잎도 갈색으로 변해있다.
울창한 봄, 여름 가을에 만나보는 이곳은 꽤나 매력이 넘칠것 같다.
맑은 하늘 빛과 흰눈의 눈부심이 가득찬 하루로
종일 선글라스를 써도 답답하지 않았다.
길을 걷던 중 안쪽으로 400미터 정도 가면 이준 열사의 묘소가 있다.
국사시간에 이름과 역사적 의의만 달달 외운채
이분은 언제나 나랑은 멀리 떨어진 책속의 위인 이셨다.
오늘은
내 마음이 조금은 뜨거워 지는 느낌이다.
이준 열사 묘역에서
자유평화 수호의 상을 올려다 본다.
허리를 꺽어 높이 높이 올려다 본다.
둘레길이 유명해진 뒤로
그래도 조금은 외롭지 않을 애국 선열들의 묘소이다.
아이들과 다시 한번 찾아오리라.
연일 분신 소식이 들려오는 티벳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100년이 더 지났지만 제국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티벳을 바라볼뿐 인것 처럼
외로웠을 조국의 모습이 떠오른다.
잠시 묵념을 올리며
일제강점기를 떠올려 본다.
총 네시간 정도의 둘레길 산행은
부드러운 길들로 이어졌지만
얼어붙은 눈길과 부드러운 흙길이 오고가면서
아이젠을 세번 풀었다 찼다 하느라 번거로웠다.
새 봄속의 둘레길을 걸어가고 싶다.
화계사에서 산행을 마치고
길음역까지 택시로 이동하였는데
눈 앞에 떡하지 버티고 서있던 건물 하나
갈비 명가 " 이상 "
갈비만 먹었으면 내 몸이 좋아했을텐데
마음도 즐겁게 보내느라 맥주도 소주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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