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계룡산- 갑사가는 길

소연(素淵) 2013. 1. 20. 18:14

 

 

 

 

한 겨울의 계룡산은 처음이다.

산행길은  갑사 - 용문폭포 - 금잔디고개 - 남매탑 - 동학사로 편안한 코스로 잡았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수필 갑사가는 길 때문에 계룡산은 여러번 왔었다.

동학사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갑사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한 여름의 푸르름에 열정을 느끼기도 하고

단풍의 화려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들이 스쳐간다.

 

 

 

나목에 쌓인 갑사

고목이 까까머리, 생명의 핏줄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왠지 위태로워 보이는 뒷모습

용문폭을 지날때 핸드폰을 만지다가

떨어뜨릴뻔 했단다.

 

 

항상 사람들이 붐비던 금잔디 고개

갑사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숨이 목에 차오를때 쯤

펼쳐지는 반가운 장소인데

추울 겨울이 다른 일행은 없다.

도란 도란 앉아서 도시락을 나눠먹었던 곳이다.

 

 

 남매탑의 전설은 나이들어 감에 따라 느낌도 다르다.

 10대 때는 당연한 스님의 선택으로 이해됐고,

 20대 때는 좁은문을 들어가는 스님의 고뇌가 느껴졌고

30대 때는  어쩌면 잔인한 스님의 선택으로 느껴졌고

지금은 이 탑앞에 서있는 우리부부가 남매가 된것 같은 기분이다.

 

 

동학사로 향하는 길에

뒤로 돌아 남매탑을 바라보았다

새집과 함께 서있는 오누이가 마치 나같은 기분이 든다.

 

 

산행대장님의 달달한 포즈다.

푸르나는 발그레한 모습으로 소주병을 기울이고

난 소원을 빌며 작은 돌하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본다.

 

 

푸르나가 웃으면서 가리키는 것은 돌탑 꼭대기에 작은 돌들때문이다.

 

 

왼쪽의 세모돌은 푸르나 것, 오른쪽의 네모돌은 내가 올린것

그 사이의 공기돌은 재성씨 것이다

 푸르나의 웃음의 의미는 재성씨의 깨알같은 돌 때문일 듯 하다.

 

 

겨울 계곡의 물소리가 아닌

한 여름의 우르르 넘치는 계곡 물소리다.

이틀 전 내린 비와 그전에 쌓인 눈들이

따뜻한 오늘 계곡으로 다 내려온 듯 하다.

 

 

눈을 감으면 한 여름 같은 이 한겨울 산행길이 즐겁다.

 

 

동학사 대웅전에 들어가서

19일 대선을 위해서, 예슬이 대입을 위해서,

삼배를 하고 나왔다.

 

 

나이 들어 갈수록

깨달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늘 명상하는 스님들이 부럽다

 

 

완전 반쪽이 된 나무인데

첫인상이 외계인같다.

나무에게 이끼는 어떤 존재일까?

 

 

내 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이곳으로 오고 싶다.

올때마다 청안한 기분이 가득한

갑사(동학사)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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