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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실패담 좀 들어볼래?

소연(素淵) 2012. 8. 8. 17:20

모처럼 용기를 내서 홀로 비박 산행을 시작했지

 

사람 함께 시간 맞추기가 넘 힘들어

누구는 고추밭에 물주러 가야하고

누구는 모 어디 가야한다나...

에이 혼자 가볼까보다.이런 생각이 들었어

 

산행에 무슨 용기까지 들먹이냐구?

 

얼마전 있었던 홀로 걸어가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살인사건들이 많아서지

참 슬픈 현실이야

 

집에서 상봉역 가는것도 거의 한시간 넘게 걸리지,

그리고 상봉역에서 청평역, 그리고 걸어서 청평터미널까지 가야돼

청평터미널에서도 쉽지가않아 또 한참을 차를 기다려야 하거든

하지만 차를 타면 금방이야 20 분정도 가면 행현리 쪽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야해

 

그런데 이 버스 정류장에서 산행지 입구까지 꼬박 한시간은 걸어야 하는것 같아.

빈 몸이면 3킬로 정도면  더 빠를수도 있지만

정말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중이였거든

그런데 그 길은 조금씩 조금씩 계속 오르막길이야 ...힘들겠지.

생각해봐?

얼마나 더운 날이야... 7월 28일 토요일은 일생  기억에 남을것 같아

 

그래도 이때는 기분이 하늘을 날을것 같았지.

뚱뚱한 비박 배낭이였지만 마음만은 정말 홀쭉했거든...ㅎㅎ

 

그런데 다른 날하고 기분이 좀 달랐어

혼자라서 그런가?  춘천행 전철을 타고 올때도 주변을 관찰하게 되더라구

노인들, 젊은 청춘들... 다 눈에 들어오더라구

둘이, 여럿이 다닐때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이 조금 들었어

그리고 정류장도 확인해야 하고... 신경쓰이는게 많지

 

욕심을 내면 안돼는데

산에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서 짐을 꾸릴때 이것 저것을 마구 넣었어.

침낭, 텐트, 매트리스, 매트리스 접이 의자, 베게, 갈아 입을 옷

그리고 책도 한권 넣었지

사실은 두권을 넣었다가 고민고민하다가 한권을 빼긴 했는데 그날 한일 중에 젤 잘한 일인것 같아.

둘이가면 짐을 나눌수 있는데 혼자가면  다 준비해야 해

코펠, 버너, 가스 , 그리고 부시버디 화로까지

 음식도 정말 많이 준비했어...

지금 생각하면 미친것 같아

복분자도 1리터 가져가고, 자사호 까지 들고 갔거든 달빛 속에서 보이차를 마시고 싶었거든

, 그리고 드립커피까지 것두  100그램이나 준비하고

허브차도 ㅋㅋ

얼마전 만들어 먹었던 을지로 골뱅이도 산에서 먹고 싶어서 캔도 두 개나 가져 갔단다.

당연히 파, 마늘, 북어포도 따라갔겠지.

쌀, 라면, 자두 가득...오이지, 갓 김치..

음 그런데 식수는 끓여 먹으려고 따로 안가져 간게 큰 실수 였지. 

휴대용 정수기도 없었거든...

아~~~

아무튼 보통때보다 짐이  훨씬 무거웠어.

여름 비박 배낭에 다 못싸고 다시 겨울 비박 배낭에 짐을 꾸렸으니

역시나 욕심이 과했어.

 

좀 지루하다...그치

아직 산행이야기 시작도 안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어

 

자 지금 부터 기묘하고 좀 오싹했던 비박 실패담 좀 들어봐

 

행현리 입구에서

축령사 까지 가는 길은 그늘 한점 없는 아스팔트야

 

스틱을 양손에 짚고 가는데

땀이 연신 주룩룩 주루룩이야

 

그런데 임초리 쪽 마을 입구에서

왠 여자가 걸어가다가 나를 보더니

곁으로 오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를 지르는거야

난 처음에 길을 물어보는 줄 알았는데

성대가 없어서 목소리는 안나오고

마치 깍각 소리만 나오는데 상당히 큰 소리였어.

처음엔 중국말인줄 알았으니...

그런데 그게 길 물어 본다는 느낌보다는

나에게 좀 신경질을 내는 듯해서 나도 좀 기분이 안좋았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기만 하니...당연 그렇겠지.

그러다가 아래로 내려 가더라구

 

난 약간 불쾌했지만

걷다보니 그 여자는 다 잊어버렸지.

 

그런데

지나가던 차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 거의 걸어가는 사람은 없었어)

 

시골은 너무 보여지는 구나

내가 한시간 동안 외지인으로 끙끙거리면서 배낭을 메고 가는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야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보니

금방 섞이고 사라지고 해서 지속적으로 한사람을 미행하지 않는한

행적이 드러 나지는 않자나?

 

내 앞에도 배낭 메고 걸어가는 사람이 없고 내 뒤도 없다는 것이 너무 드러 나는거야

 

난 시골에  살고 싶었는데  이 부분에서 생각을 해봐야 할것 같아

갑자기 난 너무 오랜동안 도시에서만 살아서

이렇게 투명하게  내 동선이 드러 나는것에 당황하기 시작했어.

 

그래도 멋진 축령산이 기다리는데...

다시 힘을 내고

걷기 시작했어.

후.... 짐이 웬수야 ㅋㅋ

 

학생 수련원에 거의 도착했을때가 제일 경사가 심해

헉헉... 헉헉... 배도 고프다.

아침 아홉시 조금 지나 출발했는데 거의 한시가 넘었어

아... 목도 마르다 이러면서 죽을동 살동 오르막을 올라갔어.

 

이제 축령사와 산행지 갈림길이 나오는게 보여

아~~~ 이제 행복 시작~~~

이런 생각을 들면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지.

 

악... 이게 뭐야

나를 휙~~ 지나치는 사람은?

마을 초입에서 나한테 소리를 지르던 그여자가 바로 내 앞을 쓰윽 지나가는 거야

다행이 이번엔 나한테 별 다른 소리가 없었지...

어떻게 왔지?

하기는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전진만 했으니...

내 짐이 무거워서 나중에 와도 금방 나보다 빨리 올라올수 있었겠지...

모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약간 섬찟한 기분이 들더라구

 

그 여자의 하얀 모자의 연갈색 동그라미 문양이며

검붉은 등산복, 약간 검은 긴 얼굴, 나이는 50대 중반일까?

긴 파마머리... 이런것들이 불시에

각인이 되는 듯 했어...

 

그래도 난 태연했지,

저여자는 절을 가는구나,

배낭이 약간 중간정도의 투명도를 지닌 비닐 간이 백 같아서 등산용은 아니였거든

스님들의 바랑 같은 모습이였거든

 

그런데 떡 하니 등산로 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아래쪽에 풀썩 앉는거야

그러다가 일어서더니 아주 산행등산로 입구에 탁 앉는거야

 

난 약간 옆으로 비켜서  산행 길목으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서 다짜고짜

내 배낭을 툭툭 치면서 두팔을 가로 지르며 내 앞을 막는거야

계속 까악까악 하는 소리를 치면서...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난 친구가 기다려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지

 

그런데도 완강히 내 앞길을 막는거야

몸이 부딪칠 정도로 나를 밀면서 말야...

물론 깍깍 소리도 지르고 있었지

 

그러면서 양손을 귀옆으로 가지고 가면서 자는 시늉을 하는 것 보니

나더러 가서 잘거냐?

올라가지 말아라... 이런 뜻인것 같아.

 

마침 절 입구 쪽에 마을 어르신들이 다섯분쯤 앉아 계셔서

그 여자를 아느냐고 혹시 나에게 무슨말을 하는지 아느냐고도 물었지.

그 분들은 그냥 이상한 광경을 바라볼뿐

자기들도 모르는 여자라는 거야

 

난 비박이 우리나라 산에서는 불법이긴 한데

여긴 사유지 이고 주인이 아닌데  이렇게 막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너무 억을하자나...

 집에서 이 더위에 짐을 끙끙대며

4시간 걸려서 온길을 단지 그 여자 때문에 돌아서야 한다고?

절대 그런 생각은 안들었어, 절대로 ...

그냥 그 여자에게 난 올라갈거다 라고 말하고 계속 올라갔지.

 

그 여자는 날 따라 왔어, 날 또 잡는거야

그러면서 갈때 까지 계속 따라 오겠다는 표시를 했지...

 

이런걸 맨붕이라고 하나?

 

오히려 그 여자는 내 앞을 가면서 나를 조롱하는것 같았어

 

아...

순간 대화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 여자는 성대가  없었고

난 도저히 나를 막는 이유를 알수 없었지.

 

난 핸드폰을 사용해서

글자를 치면서 물었지

나에게 왜 이러냐고?

그런데

내 핸드폰을 마구 밀치면서

자기는 눈이 안보인다는 말을 하는 듯 했어

원시? 노안 .... 최대한 글씨를 크게 했지만 막무가내로 핸드폰을 보지도 않아...

아 그때 사진을 찍어 둘걸...

그 순간에는 그럴 정신이 없었던것 같아

 

말도 안통하고

난 묵묵히 뒷서거니 앞서거니 계속 비박지를 향해 걸었지.

비박지가 나타나니

그 곳을 가리키면서 저곳에서 잘 생각도 하지 말란 뜻의 소리를 계속 지르고 있었어

난 감히 그곳에 배낭을 내려놓을 생각을 못했지.

 

난 계속 높이 올라가는데

산에 그 시간이 두시가 다 되었는데 단 한명의 사람도 없는거야

혹시나 마지막 비박지까지 가는데도 텅 비어있었지.

 

이러다가 서리산까지 넘어가게 생겼지 뭐야

그런데 계속 뒤따라 오던 여자가 잠시 안보이는 거야

속력을 내서 따돌리자...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갑자기 힘이 나서 빨리 걸었지

한참을 돌아보다 그 여자가 안보여

그래서 급하게 계곡 쪽으로 내려가는데

마음은 급하고 경사는 심하고...

여름에 가시 많은 넝쿨 풀에 발목이 상처를 입고 말았지...

그래도 스틱을 의지하며 급경사를 쓰러질듯...

 

레지스탕스 처럼 빠르게 ^^*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나름 뿌듯해 하고 있었어

아~~ 따돌린것 같아 하면서

이 계곡에는 사람이 한명도 아직은 없는 거야

모처럼 다시 기운을 차렸어

 

 

 

아침을 간단하게 조금 먹고 나왔더니

배가 너무 고픈거야

그런데

그 여자가 나타날지 몰라서 배낭을 마음놓고 풀어 놓을수가 없었어

급한대로 자두를 꺼내 놓고 먹었지.

 

30분정도가 지난 후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옷을 갈아 입었어

너무 땀도 많이 흘렸고 그래서 반바지와 나시티로 갈아 입었지.

그때 필요한것은 스피드 모 그런거야

 

이제는 안심이라 생각하면서

나름 흐뭇해 했었지

 

밖으로는 나갈 용기가 나질 않아서

그냥 다른 사람들이 오는 소리가 들릴때 까지

계곡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기로 했어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

아직까지 읽지를 못했었는데 빨리 읽고 싶었지

 

울리히 벡의 노동...모 그책과 경쟁을 하다가 가져온 책이였어

 

 

 

갑자기 깍 깍 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나는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난 그만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고 말았어

저 멀리에

지금 이 사진에서 보이는 끝 부분에서 그 여자가 나를 향해 소리치는 거야

고개를 넘어 돌아가다 나를 발견했는지 되돌아 온것 같아

 

너무 놀랐어, 으악~~~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책을 물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지

흘러가는 책을 정신 없이 주워들었는데

가슴에 갑자기 확 분노와 적대감이 드는거야

 

그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말았어

 

그런데 그여자가 있는 곳에서는 직선으로 내려올수가 없었어

경사가 몹시 심하고 길도 없었고

아주 흙이 물러서 쉽게 무너지거든...

 

난 벌떡 일어나서 작은 폭포에 가서

얼굴도 씻고 물도 맞았어

 

그냥 포기다

아...

심란해

 

그런데 이건 반전인가?

처음에 산행을 할때는 내가 진홍빛 셔츠에 긴바지를 입었는데

지금 이순간은

반바지에 연녹색 나시를 입었고

모자도 벗고 있었던거야

 

내가 위를 쳐다보니

여자가 깍깍 대더니

잠시 당황하는 듯했어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나?

순간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까 시력도 안 좋아서 핸펀글씨도 못봤던 생각이 난거야

난 더 당당해졌지

손을 흔들었어

 

내려오면 자두를 주지..모 이런 심정이랄까?

 

 

 

아무리 위쪽을 쳐다봐도 사라진 여자는 오지를 않았어

하지만 혹시 돌이라도 던질까 불안하기도 했지

기껏 생각한것이

스틱을 꼭 곁에 놓아두는것이였어

 

무기로 사용할수나 있을까나?

아무튼 그래도 꼭 손에 잡고 위안을 삼았지

 

 

1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를 않아

햇빛을 피해 자리를 옮기곤 했어

등도 아파서 입었던 옷도 깔았다 덮었다 반복을 했었지

작은 스피커도 꺼내서 음악도 들었는데

소리가 크면 혹시 그 여자가 다시 올려나?

이런 생각에 금방 꺼버리고 말았어.

책장을 열심히 넘기는데

한글자만 반복하거나

읽어도 의미가 와닿지를 않는거 있지

마음의 평정을 잃은것 같아

 

 

 

두시간도 더 아니 세시간 넘게

계곡에만 앉아 있으니

모기떼가 소식을 들었나봐

자꾸 따끔따끔

모기 기피제를 뿌렸지만 자꾸 달겨들어 나를 괴롭히고 있었어

나?

왜 여기있지...

이런 생각이 종종 났지만

다른 등산객 한사람만 만나도 든든할것 같았어

그사람이 비박을 하면

그 사람도 쫓아 내는지 확인해야지...모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여자라서 우습게 아는걸까?

 

상상의 나래를 폈지

조금만 버티면 다른 사람들이 곧 몰려올거야

....

 

 

하지만 배낭을 열어서

음식을 해먹을수는 없었어

목도 말랐지만

물도 마실수 없었지.

 

아 꼬로록...

나 너무 불쌍한거 같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장만 넘기고 있었지

 

 

해가 구름에 가려지만

한기가 덥쳐지고

해가 반짝이면 또한 빛을 피해야 했지

오늘따라 너무 조용한 비박지

이곳이 타칭 국민 비박지 인데다가

어린이날도 붐비던 곳인데

한 겨울에도 항상 두 세팀은 기본인 이곳이

정말 너무 조용하단 생각이  들었어

 

아까는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다섯시는 내 인내의 한계인가?

 

용기를 내서

다시 산행로를 따라 내려왔어

그런데 그 넓은 비박지는

텅 비어 있었어

정말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리는듯...

 

그런데 고양이 한마리...꽤나 커다른 고양이

흰털에 누르스름한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날 바라보고 있는거야

 

고양이...순간 고양이라도 반가운거 있지

하지만 피차 서로 바라만 볼뿐...

 

축령사까지 거의 내려갔다가 아무도 없는 곳을 확인하고

다시 비박지 꼭대기 까지 올라가봤어

역시 산 전체가 텅 빈거야

결국 이산에는 그 여자랑 나 단 둘이 있는걸까?

난 피해의식 속에서 자꾸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어

 

그여자는 옷 갈아입은 나를 딴사람으로 알고서

내가 산을 넘어갔다고 생각했을까?

어디 있을까?

 

마음에 드는 비박지에 앉아있었어

텐트를 칠수가 없었어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여자의 방해를 같이 막을수 있을텐데

갑자기 혼자는 자신이 없는거야

막연히 기다릴까?

 

사람들은 언제 올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다가

 

오싹한 느낌이 몰려왔어

햇빛이 사라진 산을 둘러봤지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즐길수 있을까? 이런기분으로?

난 힘들에 여기 온것을 생각해서

떠날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여기는 내가 오고싶었던 그곳이 아니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이런기분으로 비박을 하다간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평화가 있을까?

고독이 있을까?

문득 밀려드는 이런 기분은 날 갑자기 쓰려뜨린것 같아

 

떠나고 싶었어 이자리를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된 심정

자괴감

 

산속에 홀로 남겨진 날 바라보니

정말 작고 작고 작은 여자였어

내가 날 지킬수 있을까?

 

내가 혼자 있고 싶어서 여길 왔는데

아무도 없다고

이렇게 두려워하는 난 뭔가?

 

이제까지

어디든 혼자갈수 있다고 생각한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아~~ 한심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

 

단지 예상치 못한 그 여자의 존재 때문에 흔들린걸까?

처음부터 혼자 있을수없었던 걸까?

이런 넋두리가 시작된거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침울했어, 침을을 넘어선 참담함이라할까?

왜 궁금했던 것들이 화두처럼 선명하게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

내가 그랬어

궁금해 하던 마음을 다 들여다 본 기분...아 표현하기도 힘들어 이런 기분

 

다섯시 반에 산을 내려오기 시작해서

다시 버스를 타러 3킬로미터를 걸어 내려오는데

배낭은 열배나 무거워졌어

벌써 몇시간째 물한모금 못마시고 굶고 있으니 마음이 미쳐가는것 같았어

어깨는 부어오르고

팔은 저리고

다리는 풀리기 시작했지

 

아스팔트길은 아직도 열기로 뜨거운거야

그냥 또 걸었지 타박타박...

스틱은 접어 넣고서 땅에 질질 끌려가듯이

난 걸어가고 있었지

 

빵빵~~

빵빵~~

힘없이 옆을 보는데

밴이 서 있는거 있지

 

타세요

이앞 삼거리까지 태워드릴께요

난 망설였어

남은거리는 2킬로가 조금 남았지

 

에라 모르겠다.

더이상 버틸 힘도 없다.

배낭이 커서 죄송해요

하면서 뒷 좌석에 몸을 넣고 말았어

미친걸까?

그냥 자포자기?

아무튼 다행히 무사하게 버스 정류장에 서 나는 서 있었어

 편의점에서 죠스바를 샀어

한 입 막 베어무는데

땅에 팍 떨어지는 거야

우는 놈 뺨 때리는 걸까?

 

버스는 30분 후에나 오는것 같았어

아이고

....

그래도 차를 타니 눈물이 나올것 같았어

 

오던길을 되풀이 하면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데

 

어깨가 너무 아파서 가방을 멜수가 없었어

손으로 들었다고 끌었다가....

정말 굴리면서

현관문을 열었지

 

다행이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

 

둘째랑 남편은 휴가를 갔거든 3박 4일로...

고3 딸아이는 학원에 있었고

 

아침 아홉시 조금 넘어서 나가서

저녁 아홉시 많이 넘어서 들어온거야

 

가방을 던져버리고

샤워를 하고

팥빙수를 커다랗게 만들었어

아...

밥도 먹었어

밥은 너무 맛있어서 조금 허탈했지

 

기운을 차리고 배낭을 정리하다가

 

 

내가 먹겠다고 가지고 간것들을 꺼내서 한번 ...

참 파프리카도 가져갔구나...ㅋㅋ

마음같아서는 저 복분자를 다 마셔 버려야 하는데

그럴 기운도 없었어

 

난 오늘 무엇을 한거지?

 

다음날 어깨 맛사지를 갔는데

원장이 왜 이리 몸이 엉망이냐고...너무 무겁다고 이상하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술술

내 이야기를 들어봐?

실패한 비박산행 이야기를 들려줬어

 

그런데

또 왠 반전...

맛사지실 원장의 해석이 걸작이야

 

그 여자가 나를 구해줬다나

난 그날 거기서 잠을 자면 안됐다나

액땜을 했다나

고양이는 조상일지도 모른다나...

하면서 풀이를 해주는데

난 듣고 있었어

정말 나도 기묘한 경험을 한것 같았거든

 

결국 그 맛사지실을 나올때

내 목에는 천주가 걸려있었지

액막이를 해준다나...^^*

며칠뒤 중국여행을 간다하니 그때까지만 꼭 목에다 수호신처럼 걸고 다니라고

직접 걸어주는 거야...

그런데 정말 난 두려운거야

아이도 데려가는 여행인데

그래서 여행을 완료할때 까지 한번도 내 몸에서 그 목걸이를 뺀적이 없었어

난 그런것 다 우습게 여겼는데

나도 넘 심약해진거야

정말 심약해지고 말았어

 

이럴때

김어준이

쫄지마 씨바

 

 

한번 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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