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샘에서 세석까지는
오르락 내리막 길을 한없이 걸어갔다.
영신봉까지의 길은 금방이라도
지쳐 쓰러질것 같았지만
5시 이전에는 치밭목 산장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질주를 계속...
난 철인처럼...달리고 또 달렸다.
이건 또 내가 원하는게 아닌데 ㅎㅎ
목적지에 목을 메고
.....
우와 ~~~
멀리 세석평전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보여주고픈 이 아름다운 장관
촛대봉도 눈 앞에 다가선 모습이다.
세석산장에 들리지 않고
바로 촛대봉을 향하여 오른다.
아직 선비샘에서 떠온 물이 남아 있어서
빵으로 허기를 때우고 ...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여 옷이 부담스럽다.
이번 종주 목적은 쉼이였는데...
결국 치밭목을 향한 집념으로 쉴틈이 없다.
3박4일이 여정이지만 매일 8시간 정도의 강행군으로 몸이 버겁다.
다음에는 휴가를 7일간... 각 산장마다 자는걸로 해야지...
연하선경을 거닐면서 장터목으로 가는 도중
더위에 옷 하나를 벗고도 헉헉댄다.
얼굴이 창백해진듯... 첫 시작일 부터
헤르페스를 입술에 달고서 왔는데
그래도 맑은 공기와 지리산 정기에 조금씩 아물고 있다.
장터목 산장에 오후 2시 30분 정도에 도착...
너무 배가 고파서 짜파게티를 급하게 끓여 먹고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는 틈을 타고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
지리산도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맑은 하늘과 하나되어 아름다움이 절정을 향해 가는듯
걸음걸음을 옮길때 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제석봉을 한참 지나 온 후
외롭게 조금씩 남아있는 고사목을 바라본다.
점점 산성비가 잦아 고사목이 스러지고, 사라져 간다.
하지만 조금씩 점점 커가고 있는 구상나무를 비롯
희망도 여전히 자라고 있다.
산의 바다에 빠져든다.
산의 바다가 진짜 바다랑 만나 다도해가 하늘과 다시 이어져
섬인지 산 봉우리인지
다들 신선이 사는 듯 보인다.
으악...
천왕봉은 장터
쉴새없는 사람들의 오고감이
정신을 교란시킨다.
편하게 사방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누군들 사진을 찍어주고, 찍을수 있을까?
홀로 독사진은 꿈꿀수도 꾸어서도 안되고
천왕봉 표지석 옆에서 함박웃음만 한번 짓고서
인증샷을 마감한다.
표지석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대학생 일행의 즐거운 웃음이 한창이다.
참 좋은 나이
꽃다운 시절
황홀하게 진하게 느끼면서 살라는
선주스쿨 교장샘의 덕담이 떠오르고
아~~~
난 참 꽃다운 시절이다 ㅎㅎ
드디어 치밭목산장을 향해서 길을 재촉하는데
뒤돌아보니 천왕봉의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뒷 모습이 신선하다.
그 위에 사람들이 꾸물꾸물...걸어 다닌다.
천왕봉에는 순식간에
구름이 다가와
시선을 막아 버린다.
멀리서 바라본다는 것은
일종의 해탈일까?
지금 천왕봉위에 있는 사람들은
안개속을 헤매고 있겠지?
중봉과
써리봉은 치밭목 코스의 또 다른 복병이였다.
이젠 하산길 만이 남았다고
전진했는데
여전히 오르락 내리락...오르락오르락 거리고 중봉을 올라 갔고
써리봉은 한참이나 올라야 모습을 보인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꽃 처럼 보인다. 단풍처럼 보인다.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처음이 있을까?
치밭목 산장은 처음이다.
매번 지리산 종주때 코스로 계획하지만
번번히 체력저하로 접고 말았는데
드디어
뿌듯한 나를 만났다.
하지만 상상속의 치밭목은 내게 얼마나 대단한 환상이였는지
도달한 후의 허탈감 속에서
잠시 숨을 돌려본다.
이른 아침 하산하는 영국인 청년들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뛰어 내려간다
이 가을에 청바지... 나에게는 답이 안떠오른다.
삼거리에 도착...
점점 종주의 끝이 다가옴에
기쁨과 설레임, 그리고 다시 돌아올 그리움에
마음이 부산스럽기만 하다.
아마 한 주만 지나도
이곳 지리산이 그리워 지겠지
유평리 마을 지나 대원사를 향해 한참을 내려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 계곡 물 소리가 기합을 대신해주고
햇살과 그늘이 번갈아 배웅한다.
대원사 풍경을 담아둔다
가을 하늘과 단청, 처마가 잘 어울린다.
3박4일의 일정은 1무2박3일의 산행보다 더 바쁜것 같다.
배낭도 음식때문에 더 무겁고,
정작 산행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는듯...
다만 밤새 기차를 타고 새벽에 어둠속에서만
오르던 노고단길을
환한 낮에 거닐어서 행복했다.
인생은 어떤것일까?
사람이 누군가의 자식으로,
누군가의 부모로 살아가는 것...
그렇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전부일까?
4일 동안의 긴긴 일정을 노란색연필로 그어본다.
노란색칠...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한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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