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노고단에 올라 멀리 반야봉을 바라보니
그리움이 울컥 가슴속에서 치밀어 온다.
노고단 오르는 시간은 거의 이른 새벽...
깜깜한 하늘을 이고 올라오곤 하는데
오늘은 모처럼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오른다.
자연 휴식년제 구간인 노고단은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볼뿐
너무 잘 다듬어져서 인공미가 넘치는 돌탑과 커다란 까마귀를 만난다.
이제 시작~~~
천왕봉을 향해 한걸음을 나아가는데
좁은 숲길 사이로 환한 빛이 나를 이끈다.
이제 4일동안
난 환상의 나라로 들어간다.
용산발 10시5분 새마을호를 타고,
구례역에 내려서 진한 재첩국 한사발을 먹고
택시로 성삼재까지 올라오니
오후 4시 40분이다.
임걸령을 가는길...
가을 하늘의 양떼 구름이 아름답다.
임걸령...
종주길 마다 맨 먼저 만나는 반가운
임걸령 샘물을 한모금 마시고
사람들 옆에서 비박준비를 하다보니
붉고 붉은 노을이 나무들 사이로 타오른다.
5월 중순과 한여름에만 종주를 하다보니
10월밤의 냉기를 견디기 힘들다.
배낭을 꾸릴때
자사호에 백자 잔까지 ...
멋진 한밤의 티타임을 상상 했지만 결과는...
산행길 내내 조그만 짐이 되고 말았다.
꾸물 꾸물 거리다
아홉시를 넘기고
굳은 몸으로 노루목을 향하는데
햇살속의 쑥부쟁이들이 향기롭다.
-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난 매 순간 살아가면서
꽃을 보며 살거야
오르는 이 순간에도 작은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리라...
삼도봉...
언제나 삼도봉에 올라 윤이 반질반질 난
삼도봉 청동 표지봉으로
한껏 폼을 잡아본다.
화개재로 내려가기전...
하늘 높이 마음을 띄워본다.
화개재에서 한숨을 돌린다.
간식으로 흑미찰떡과 복분자 주스를 마시니
스러졌던 힘이 다시 솟아 난다.
힘들게 토끼봉을 올라 연하천 산장에 도착...
정오의 따가운 햇볕속에서
몸을 감출길 없어서
취사장에 들어가서 라면을 먹고나니
느긋한 낮잠의 유혹에 마음이 혼미하다.
벌써 단풍이 아름답다.
단풍 너머에는
눈의 여왕이 기다리고 있겠지...
멀리 천왕봉이 보이고
그아래 희미하게 장터목 산장이 모습을 들어낸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기전...
젊은 청년들이 바위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바라만 볼뿐...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벽소령 산장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 북적...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3년전 비박을 했던 취사장 옆으로 서둘러 달려간다.
하긴...
이런 일급지는 벌써 또 다른이의 몫이 되어있다.
추억만을 되새기며 발길을 돌린다
계획했던 벽소령 비박을
선비샘 비박으로 마음을 정하고
서둘러 선비샘으로 향한다.
4시를 조금 넘겼는데도
벌써 쓸쓸한 가을 밤이 되어가는 듯
마음도 조금씩 어두어진다.
대나무로 만들었졌던
선비샘이 PVC호스로 바뀌었다.
대나무 대롱이 세월속에 녹아 사라진듯 하다.
바람이 거센 밤이다.
손가락은 꽁꽁...
금방 얼어버릴듯 하려오고
긴밤 내내
바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서운 바람끝에 물한줌 손에 묻히지 못하여
온몸이 소금기로 가득하여
따끔따끔...덩달아 나를 괴롭히는 긴긴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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