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천역에 내리면 가평 올래 6코스 안내판이 보이고
평화로운 마을 담장 사이사이로 길을 걷는다.
울타리 사이에 고개를 내밀던 어린 라일락의 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담벼락아래 푸르름이 터져 나올것 같은 돌나물들이 합창을 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초록의 새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끼 연두가 퍼져 나가고 있다.
계곡이 함께 있는 곳이라 기온이 더 낮은걸까?
아직도 여린쑥들이 자라고 있다.
아직도 곱디 고운 쑥^^*
계곡물은 얼음장... 잠깐 캐온 쑥을 씻어내는데
손이 쑥쑥 아리다 ㅋㅋ
조금만 캐올걸 ㅎㅎ
벌써 한 낮은 더위에 포위당하여 산행을 멈추게 하고
모처럼 일찍 집을 지워놓고 책을 읽는다.
버트란트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눈으로만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조용조용 한구절씩 암송을 해본다.
사랑으로 고무되고 지식으로 인도되는 것이 훌륭한 삶이란 애기가 옳다면...
훌륭한 사람은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을때
나를 자극하는 것은,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해 그러한 삶을 살면서 역시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을 바라보고픈 욕구였다.
러셀의 용기와 타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현명함을 사랑하고
또 토마스 폐인의 삶이 궁금해진다. 그도 역시나 너무 멋진분일것 같다.
나두 앉아볼래~~ 푸르나님이 옆자리에서 옮겨온다.
햇볕을 따라 요리조리 자리를 바꿈을 한다.
처음 그것을 봤을때는 검고 뚱뚱한 무엇이였다.
바로 20~30m 전방 비탈길을 비틀거리면 쫓기듯 내려온 검은 물체
저절로 외쳐지는 내 비명 소리에 더 놀라며
눈앞에서 내달리고 있는것이 바로 소년같은 멧돼지
미끌어지듯 내려오다가 내 비명소리에 멈칫 방향을 바꾸며 저 푸른 숲으로 달려나간다.
몇분이 지나고 멧돼지 만큼이나 커다란 사냥개 세마리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다.
눈 앞에 보이는 누렁 사냥개는 목에다 GPS수신기를 달고 있었다.
순간 먼저 보았던 멧돼지가 걱정되었다.
나뭇군에게 숨겨달라고 애원하던 꽃사슴이 생각나고
나도 멧돼지랑 말만 통한다면 내 텐트속에 감춰주고 싶다.
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멧돼지는 본적이 있지만
오늘처럼 바로 눈앞에 뛰어들어오는 멧돼지는 첫 경험이다.
잣나무의 뿌리가 되어 혹은 밑둥이 되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웃~~~
행복한 순간들
잔잔하게 미소지을 수 있고
더 크게 웃을 수 있고.
웃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내가 바라는 한걸음 더는 바로 이런 삶~~~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 : 오늘 불참을 한 모 친구 때문이다. 왜냐구? ㅋㅋ 약올라서 담에는 꼭 나오라고
내가 만든 술빵, 아까 산행길에 따온 냉이를 넣은 냉이향 라면, 울릉도에도 올라온 오동통 반건조 오징어
그리고 닭 두마리- 황기, 엄나무, 그리고 벌나무를 넣어 푹푹 고은 영양백숙
초승달이 빛나고 밤은 온다.
늦은 아침 해가 하늘높이 올라 올때까지
게으른 아침을 시작한다.
나뭇사이로 빛들이 멈춰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듯...
연두산을 바라보다 고개를 드니
사철푸른 잣나무가 나를 보고
그 나무를 따라올라 비상을 꿈꾸던
덩쿨 식물의 가지가
낙서를 한다.
덕분에 하늘도 나도 심심하지 않다.
잣나무 군락지에서 살아가는 상수리 나무들은 땅 넓은 줄은 모르고
하늘로 하늘로 높게 높게만 자란다.
햇볕을 그리는 마음이
애잔하다.
며칠 동안의 귀동냥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귀동냥을 하다 보니
빛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는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
어린 새싹 나무와
그림자 놀이를 해본다.
밝은 빛 부분은 심장처럼 따스하게
어린 연두를 감싸주고
그림자는 십자를 만들어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ㅋㅋ
냉이, 쑥, 호박, 호박잎 된장국이 끊고
적당한 누룽지를 만들고픈 코펠이 열심히 밥을 하고 있다.
음식 향기 속에 갇히다.
침낭속 마야,,, 푸르나님
봄날은 간다.
거미줄에 잡힌 하루살이 인줄 알았는데
집떠나는 어린 샬롯이다.
윌버는 어디있고 펀은 언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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