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 길에서 만난 북한산 오봉아래의 석굴암...
연등을 볼때는 항상 몇년전 세상을 떠난 이희정샘이 생각난다.
아들 한글을 위해 관악산,북한산,전국의 유명한 절에 사월 초파일이 되면 여러곳에 연등을 달고 기도를 하러 다녔다.
인생이란...
어느 한 순간도 예단 할수없고 운명의 흐름도 거스를 수 없었던가...
49세... 50세에 이르지못하고 서둘러 이승을 떠난... 그녀가 항상 생각난다.
머리에 닿을듯한 석굴암의 천장
바깥의 날은 햇살이 비춰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직 석굴암안은 서늘함이 가득하다.
삼성각은 어느절이나 맨 위에 자리 잡은듯...
이곳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내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차원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서 일까?
내가 배워온 세계관은 온통 과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있지만
하늘의 뜻을 마음속 깊이 숭상하는 나를 요즈음 자주 느낀다.
일렬로 가지런하게 늘어선 장독대...
너무 질서 정연한 항아리가 부담스럽고
다 뒤집어진 모습에서는 주변에 대한 거부를 느낀다.
어수선한 내 맘이...
석굴암에서 절을 올려선지
대웅전은 바라볼뿐...
언젠가 절 처마밑 풍경에 매달려 있었을 물고기 조각이 내게 말해준다.
" 눈을 떠라 물고기 처럼 항상눈을 뜨고 있어라, 깨어있어라
언제나 혼침과 번뇌에서 깨어나 일심으로 살아라
그러면 너도 깨닫고 남도 깨달을 지어니"
이제 이 낡은 물고기조각은 눈을감고 있을까?
석굴암과, 대웅전, 삼성각, 종각들 앞에 자리잡은
가건물...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곱지 않다.
이곳에서 단풍축제도 하고 봄꽃 축제도 열고 음악회도 열린다는데
급하게 급하게 지어논 건물...
꼭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답답하다.
맑은 듯 ... 흐린 듯...
오봉사이로 구름과 안개가 오락가락 하루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