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단풍구경에 나선 설악산 등산길... 한계령~한계삼거리~끝청~중청~대청봉~오색 (약9시간 산행) 한계령 서북주능을 오르면서 중청 대청봉을 넘어 오색으로 넘어오는 산행이였다.
해마다 여러 경로로 다녀오곤 했던 설악산 대청봉 가는길.... 10월 중순이라 크게 날씨를 염려하지 않고 진행했다.
산행은 추적추적 내리는 늦 가을 비로 시작해서인지 쌀쌀함이 계속 따라다녔다. 2시간 여를 걷고 있을 무려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맞이 하는 첫눈... 사실상 설악에서도 이눈이 올해의 첫눈 이였다 한다. 함박눈이 소복소복,,, 산위에 쌓이고 나뭇가지에도 쌓이고... 마음은 즐겁기만하고 추운줄도 모르게 눈바람에 즐거워했다.
비와 눈,,, 바람이 슝슝~~~ 겨울바람 쓩~~~ 올라가면서 느껴지는 기온하강....
그래도 신이 나서 재잘재잘... 끝청의 바람이 장난이 아닌걸... 호호 거리면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고 미리 와있던 재성씨와도 재회...
중청대피소 지하에서 더운물을 후후거리며 대강 도시락을 까 먹어도 몸이 풀리질 않는다.
중청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엄청난 강풍이다. 첫눈에 비바람에 강풍에 우박까지 정말 가을 산행은 변화무쌍하여 준비가 철저해야 함을 처절하게 깨닫는 하루 였다.. 대청봉 정상에 올랐지만 워낙 강풍이 심해 사진도 못찍고 ...
중청에서 바라봤던 대청봉 모습이다. 너무 춥기도 하고 귀찮아서 중청부터는 카메라도 꺼내들지 않고 산행을 해서 이사진은 다른분이 찍은 사진이다. 중청에서 대청까지는 600m 뛰어가면 10분이요 걸어가면 20분이면 넉넉한 이길을 한시간 내내 사투를 벌이며 기어갔다.
동해안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고, 대청에는 초속 20m이상의 돌풍이 불고 있었다.
웃으면서 중청을 나서면서 강풍이 부니 내 손을 잡고 가자며, 자기 아니면 내가 날아갈것 같다고 나를 붙들더니 3분도 지나지 않아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주저않기 시작했다.
난 비축된 지방에너지가 많은지... 바람이 참 우렁차다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우린 산행기점에서만 만나고 거의 따로 떨어져서 산행을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날은 하산할때 나하고 같이 가자고 나를 붙들더니...
난 처음엔 그냥 엄살인줄 알았는데... 재성씨는 걷다가 자주 앞으로 넘어지고 나중엔 주저 앉아 버리는것이다.
사실 나중에 이날 강풍이 초속 20m이상이였다 한다. 이런날에는 옆에서 사람이 쓰러져도 보이질 않는다. 너무나 거센 돌풍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로 옆도 날아오는 돌가루등에 쳐다볼수가 없어서 스스로 몸을 가눌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옆에 없을때 혼자 이런경우를 당한다면....
순간 저체온? 저혈당? 근무력증? 등등이 오싹하며 머릿속을 스쳐갔다. 저체온이면 한순간도 머물으면 안돼고 기필코 대청을 빨리 넘어가야만 하는데... 이런강풍과 영하의 기온에 제자리에서 멈추고 쉰다는것은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였다.
전에 가까이 보았던 겨울소백산에서 저체온으로 급사망한 40대여성 생각이 나며 나역시 두려움에 당황했다.(그래도 이런 경험때문에 내가 남편의 생명이 은인이 된게 아닐까?ㅎㅎ)
처음엔 다리에 쥐가난다고 해서 파스를 뿌려주었는데 겨울에 에어스프레이의 냉기가 다리에 강풍과 함께... 처절....
영화의 한순간처럼 사투... 사투..
겨우겨우 죽음을 너머 삶에 안착하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저체온... 저혈당... 가지고온 미숫가루와 초코렛등을 계속 먹이고... 조금씩 움직이게 하며 힘없는 다리힘을 두 스틱으로 보완하며 긴 오색길을 내려왔다. 여전히 초코렛을 녹이느라 한쪽 볼이 볼록한 모습이다. 이 순간에 대해 둘이 이야기 할때마다 재성씨는 눈에 눈물이 맺힌다... 이상하게 이제 죽는구나 이런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었다 한다.
내려오면서 너무 이쁜 단풍이 보일때면 가끔씩 카메라를 눌렀다. 참 아름답다~~~
그래도 내려올때는 난 가끔씩 너무도 고운 단풍을 보고 사진도 찍고 역시나 재잘거리며 기운을 되찾았다.
사진 찍지마..!!! 싫어... 쉬는 순간에도 스틱을 손에 놓지 않는다. 조금은 안색이 돌아온 모습인데... 여전히 아무런 기운도 없어 보인다.
거의 산행마무리를 했을때...미안하다며 너두 한장 찍어준다해서 찍은 사진... 통통함이 강풍에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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