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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茶茶茶

마라톤 처럼 차 마신 하루

by 소연(素淵) 2008. 12. 6.

 

 

 정말 추운날...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모처럼 집안에서만 하루를 보내기로한 날이다.

10시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차를 함께 마시는 친구로는 잘 자라고 있는 설산이다.

보이차로 정성껏 키워왔는데 몇주전 인삼대추차를 끓여 먹던날

설산에도 영양보충으로 한잔을 줬다.

 너무 과했는지 이끼들이 끈적끈적 어두워지고 날파리들도 꼬이기 시작했다.

대추가 들어있어 달아서 그런것 같다.

다시 보이차로 목욕을 시키고 관찰중이다.

 

 

새순이 돋고 있는 모습이다.

 자람이 무척 더딘 란이라 하였는데 정말 이쁘게 올라오고 있다

 

 

모처럼 한가하게 보글보글 소리를 듣고 있다.

칙칙폭푹 올라오는 하얀 수증기가 방안을 운치있게 날아간다.

 

 

 

 

함께한 또 다른 친구는

 "오래된 미래"와

 "U5밴드와 우리나라" 노래CD이다.

노래하는 즐거운 입이다.

 

~ 꽃이 되고 싶었어 ~

나는 꽃(꿈)이(을)  되고(꾸고) 싶었어 나는 지워지지 않는

그런 꽃(꿈)이(을)  되고(꾸고) 싶었어 나는 잊혀지지 않는

나 나 나 ~~~나 나 나 ~~~

난 어디서 왔던 걸까 난 어디로 걸어가는 걸까

난 무엇을 이루려고 이 땅에 태어나서 걷고 있는 걸까

지워지지 않는 그런 잊혀지지 않는 그런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는 그런 의미가 되고 싶었어

그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란 걸 나도 잘 알면서도

그런 꽃이 되고 싶었어

나 나 나

오늘도 밤이 오네

 

 

 

 

80년대 하관타차를 시작으로,

03년 맹해파달산야생차, 90년초 7542, 올가을 철관음,

그리고 04년 해만차창의 운남정산 명전차를 마셨다.

7542를 마지막 우리는 모습~

 

 

참으로 여성스런 잔이다.

가는 선으로 그림이 비칠 정도로 얇게 만들어진 백자위에 

 바깥쪽은 화려한 분채화를 그렸고 잔 안쪽은 오밀조밀 귀여운 나뭇잎 문양으로 청화그림이 그려진 잔이다.

(잔 안을 바라보면 마치나뭇잎이 차를  우려주는듯하다)

오랜만에 손끝에 만지는 느낌이 기분좋게 와 닿고

 눈으로는 화려한 꽃과 나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잔을 사용하니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가운데 둥그런 백자는 효방요잔이다.

완벽하게 내맘에 꼭드는 찻잔이라 찻잔중에 가장 깊은 사랑을 주었는데

그만 손에서 미끌어져 산산히 부서지고 난 후

남은 한개는  그냥 관상용으로 짝사랑하던 중이였다.

그리고 역시 상처받을 일 없고 뒤돌아서는 등을

 볼일이 없는 짝사랑이 역시 최고야 하고

 잔에 대한 마음을 비웠는데

새로 얻은 이 경덕진 잔을 들고 차를 마셔보니

다시 옛사랑도 생각나서 효방요를 선반에서 내려왔다.

찻잔에 대한 짝사랑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이 세가지 잔에다 골고루 찻물을 따라 마시니 정말 행복한 찻자리이다.

 

 

3가지 보이차를 마시고 나니

 향기로운 철관음 생각이 간절하여 아껴 두었던 철관음을 우린다.

차향이 온방을 가득 메운다.

 

 

 

 

소중한 두 잔을 합하니 문향배가 되었다.

 

 

먼저 향배에 차를 따르고 다시 문배에 차를 옮긴다.

향배는 차를 다 문배에게 주었지만

그 찻잔안에 향기가 아름답다.

찻물을 보내고  긴 찻잔속에 머물어 있는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같은 무늬의 한쌍이 아닌 서로 다른 개성이 얽힌 한 쌍이라

 더 내 맘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고 혼자서 음악들으며

책을 읽으며 차를 우리기만 하면 얼마나 완벽할까?

하지만 금방 들어닥칠 아이들이 점심밥과 간식준비가

 찻자리를 잠시 떠나게 한다.

 

 

04년 해만차창의 운남정산 명전차가 그렇게 좋은차일까?

공무도하 공경도하를 외치고 차르가즘을 느끼고

 항우와 유방을 역사속에서 끌어 옮길 만큼 ...갑자기 궁금해져서~~~

 

2년전에 사둔 이차를 집안을 조금씩 더듬거리다가

금방 찾았을때의 기쁨이란~~~ (온종일 온 차를 헤집을뻔 했으니 다행이다)

 

 

명전차라 이리도 차엽들이 참할까?

 

 

가까이서 바라보니 벌써 이쁘게 익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차맛을 기가막히게 맛있게 우려주는 괴양영의 요변주초호의 입이다.

4~5번이 불에 소성하여 만든 효변 자사호라 뜨거운 물을 부었을때의 식식거림은 정말 우렁차다.

이 속에서  차와 물의 사랑의 격렬함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기포에서 뜨겁게 느껴진다.

그 둘의 진한 사랑속에 아마도 가득찬 달콤함이 나올것 같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이 맑고 그윽한 감홍빛을 보라!!

 

 

소박하게 세련된 효방요와 화려하고

날렵한 경덕진 분채잔이 사이좋게 나를 모신다 ㅎㅎㅎ

한잔을 우아하게 마셔본다.

이럴수가?

운남정산의 패기에 그만 기가 눌린다.

강렬한 쓴맛과 진한 단맛, 혀들을 교란시키는 삽맛이 동시에 아우성이다.

쓴맛이 가고 삽맛이 가고 단맛이 오던 그런 평범한 차가 아니고

다 동시에 나를 향하여 내 달려 오는 듯~~~

자신만만하던 나는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이 소년을,,, 몇년을 두고,,, 청년을 만들고,,,

나중에 멋진 장년으로 만난다면 얼마나 멋진 애인이 될까?

사랑이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지금 이순간은 집안에 있는 어떤 차보다도 더 나를 유혹한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이 소리가 들려온다.

 

 

 

 더 길게 이어졌을 오늘의 차 마시기 마라톤이

이 해만차창 04년 운남정산 명전차를 만남으로 그만 골인점에 도달하고 만다.

너무나 패기넘치는 강한 차맛이 나를 다른차에 손이 가지 못하게 한다.

오늘은 이차가 나의 마지막 차가 되었다.

 

 오늘 나와 함께 찻자리를 같이한 친구들을 한데 모았다.

수북한 엽저중의 가장 밝은 엽저가 운남정산이다. 아직은 소년~~~

 

 

 

오래된 미래~~~

미래의 희망인데

우리가 다시 갖을수 있을까? 찾아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