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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茶茶茶

01년 중차패(환상청병)의 SCANDAL ?

by 소연(素淵) 2008. 10. 27.

어제는 충남 오서산의 억새에서 가을을 한껏느끼고~~~ 

 오늘은 서울 월드컵공원의 새파란 하늘에서 가을을 품에 안아본다.

 집에 돌아오니 설산이 물기를 촉촉 머금은채 반갑게 맞아준다.

우연히 목동찻집에서 만난 아름다운 새아저씨께 넙죽 받아든 설산... 이 설산을 주신 이유가 내가 산을 좋아한다는걸 아시고 배려하신점에 한번 더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9시넘은 늦은 저녁 차시음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조용히 준비를 해본다.

얼마전 중국 광저우 방촌차시장에 한 가게에서 얻어온 차음악 CD이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중국 차음악이라 여겨 기대감에 들어보는데...빠른음악이라  왠지 조용히 차마시는 내게는 오히려 분위기 반감이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차을 우리는 내내 14곡을 열심히 들어주며 분위기 몰입 ㅎㅎ

 

  SCANDAL 에 잠시 휘말린 환상청병...

이름이 환상이다. 현실적인게 아닌 환상이라 아마도 이름때문에 스캔들이 생긴게 아닐까?

나는  그냥 01년 중차패로 너를 만나리라~~~

 

사뭇 비장함으로 엽저와 마른향을 살펴본다.

같은 01년 이창호랑 잠깐 비교해보면

참 동안(좋은말?)이다. 아직은 조금 더 황금빛을 더 가져야 할것 같고 하지만 슈퍼 성장기록을 갖은 01년 이창호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너무 눈에 보이는 오류를 범할것 같다.

 

깊은 숨을 들이쉬면 맡아보는 엽저의 건향에 일단 안심이다.

염려했던 어떤 불순한 향기도 갖고 있지 않아서 너무 반갑고 고맙다.

 밤이고 아직은 패기넘치는 생차인지라 5그램을 가지고 시작해본다.

 손안에 딱 들어오는 80cc 자야석표다.

첫눈에 반한 석표다. 방촌 차시장 여행에서 불꽃 튀는 경쟁에서 뻔뻔함으로 업어온 귀한 석표다.

 이런 자사소품을 갖고 싶었는데 ... 차 여행 마지막날 극적인 만남으로 내품에 들어온 귀하신 몸이다.

자사호 두껑을 항상 어디에 둘까? 까다로운 고민을 한적이 많았는데 단 한번에 큰 두껑, 작은 두껑 다 소화할수 있는데다 가끔은 물도 뿜어주는 재주가 있는 능력있는 몸이시다.

 일단 뜨거운 물에 대한 답례로 온몸에서 작은 기포를 뿜어내며 첫인사를 하는 사랑스런 석표...

 두번의 빠른 세차를 거친후~~~

첫 한잔을 음미해본다.(사실 이 청병의 스캔들때문에 벌써 두번이나 이차를 품해보고 이번이 세번째이다)

역시나 혀안을 감싸고 도는 쌉싸라한 진한 맛에 인상을 써본다.

집중하며 혀를 차며 맛을 음미하고 목 넘김에 신중을 기해본다.

 

사실 차를 마실때 정말 좋은차이라 생각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차를 마시면 십중팔구 차의 맛보다 더 훌륭한 맛을 느끼며 차를 마시는 조용함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차가 혹시 흔히 말하는 공예차니 작전차니 하는 염려의 마음으로 잔을 시작하면 차의 내밀한 맛을 느끼지는 못한다. 감탄사도 나오지 않고... 그냥 시험감독이 되어 차를 채점하는 기분이 든다.

 생차인지라 차부스러기도 적어서 걸음망 없이 그냥 숙우에 부어본다.

위태한 기분이 들고 금방 귀하신 몸이라 말한 석표에 대한 예의도 아닌 듯... ㅎㅎ

 첫탕 부터 일곱째 탕까지 탕색을 살펴보고 맛을 음미해본다.

계속 목넘김과 혀끝에 느껴지는 자극에 대해 신경을 쓰며 마셔본다.

제 5탕까지는 여전히 쌉쌀한 맛이 대세를 이루고 3포까지는 강한 삽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쌉싸라함이 맑고 뒤따라오는 달콤함이 있어 기분도 맑아진다.

 

5탕을 마시고 있을때 작은애가 차를 달라 성화이다.

아직은 푹 익은 생차가 아닌지라 5탕을 마시고서...쓰고 떫다고 말한다.

여섯번째 우렸을때는 확연히 쓴맛이 뒤로가고 떫은 맛도 거의 사라지고 순한 단맛을 느낄수 있었다.

 차판이 갈수록 좁아진다.

차 식구들이 갈수록 불어나고 서로서로 내 손을 필요로 한다.

 9탕까지 우려보았다.

7탕부터는 달달한 맛이 나고 확연히 탕색도 흐려지는 듯...

지금 늘상 곁에 두고 마시기 보다는 한 3년 이상은 바라보며 더 맛있게 익기를 기다릴수 있는 차인듯 하다.

 토실토실한 엽저와 온전한 엽저들이 많은걸 보니 맹해특유의 부서진 엽저모습은 아니다.

향을 맡아보니...ㅎㅎㅎ 그 찐단향이  조금 올라오는 듯 해서 반갑다.

 솔직히 나는 지금 마실수 있는차, 마시고 싶은차에 대해서는 그 맛에 대해 조금은 말할수 있지만

어떤차가 몇년 후에는 얼마나 맛있는 차로 변할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를 아는 입구에 서있는 심정이다. 그래서 가끔은 06년도, 04년도, 01년도 차들도 비교해보면서 마셔보고 나름 공부도 해본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차를 마시는걸 즐겨하고 차품하기를 좋아해서

흔히 말하는 세월을 급속히 앞당기는 차들은 곧잘 알아차린다.

코가, 혀가, 목안의 세포들이 다 열심히 내 차생활을 도와주는 듯 해서 즐겁다.

 

가끔 아주 이상한 차를 만난적도 있다.

목을 탁탁 막히게 하고 혓바늘을 금방 돋아나게 하고 입술까지도 부르트게 만드는 차를 간혹 만나면

혀와 목에게 미안해진다. 더 아껴야 하는데...

호기심에 또는 진실을 알고자 함에 무용을 부릴때까 있다.

 

어제 오서산 가을 끝자락에 만난 꽃이다.

이쑤시게 만큼 가녀린 줄기에 털같은 잎 한줄기에 온통 존재가 한떨기 꽃송이인 이 꽃...

 

방촌 차시장을 다녀온 후 느낀점은 정말 좋은차, 맑은차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열심히 찾아 해메이다 보면 이 독특한 꽃처럼 아름다운 차를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