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10. 마나슬루 서킷 10일차(다람살라-라르캬패스-빔탕)

소연(素淵) 2025. 3. 14. 17:17

이번 여정의 두번째 목표인 라르캬 패스 (5106m)를 오르는 날이다. 
여기서 패스는 고개를 말한다. 다람살라에서 라르캬 고개를 넘어 빔탕마을로 내려간다.

새벽 세시에 출발하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2시경에 일어나 더블백 짐을 싸고 나니 출발시간이다.
행동식 중에서 초콜릿과 영양갱을 먹고 출발을 했다.
별총총한 날이다.

코박죽 권법이라 했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 코를 박고 고개를 숙이며 죽어라 올라가는 것이란다.
손발이 너무 시려서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도하고  손이 끊어질듯 아리기만 해서
새벽 여명이 밝아 올때도 도저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행 속도는 헉헉거리며서도 빨랐다.

이제는 4800m고지는 고소증 없이 무난하다.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난 아직도 손이 시려서 간식을 꺼내 먹지도 못하고 떨고 있다.

완만해 보이지만 꾸준한 오름길이라 속도는 나질 않는다.
길이 너덜길이다.

 길가에 앉아 따뜻한 물을 먹으며 몸을 녹인다.

티샵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마셨다.
몸이 조금 녹는다.

시골 장터가 생각난다.

이런길을 한참을 걸었다.

얼음 지옥을 탈출한 기분이랄까?
이제 손가락에 온기가 돌아온다.

손 시럽고 발 시러울땐 
아이고 이게 왠 고생이야 하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너무 좋다 하면서 마음 변덕이 엄청 나다.

빙하가 녹아서 꽁꽁 얼어있다.
쓰고 나니 약간 표현에 모순이 생긴다.

 
아이젠이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도 챙겼으나 찰만한 구간이 없었다.
 

이제는 마나슬루 보다는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보인다. 강가푸르나도 있다고 들었다.

5000고지를 올라갈수록 숨이 조금씩 차오른다.
걸음이 다시 슬로비디오를 돌리게 된다.
 

 

 
 

 

이런 지층을 빙퇴석이라고 알려준다
빙하아래 퇴적층인가?

 

 

 

아직도 멀었나요? 숨이 찬다.

우와~~~ 드디어 고갯길에 올라선다.

만세~~~

라르캬 패스 드디어 도착했다.
타르쵸가 겹겹이 펄럭이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은 그렇다. 30대 부터 늘 히말라야를 가고 싶었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시도를 못했다.
아무 생각없이 끝없이 걷고 만 싶었던 절실함이 절절해서 이자리에 서있는 것 같다.
행복하다.

다음에 온다면 나도 타르쵸 크고 긴걸 사서 하나를 걸어야 겠다.
이순간에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나 뛰어볼까?
절대 뛰지 말라고 한다. 고소가 쫓아 올거라고 ㅎㅎ

이리저리 배경을 옮겨가며 사진을 찍었다.
누려라~~~
지난 밤에 긴장했는지 잠을 설쳤다.
그래도 에너지가 다 할때 까지 걸을 수 있을것 같다.

5139m 고도다. 6시간 40분 걸었다.
젊은 시절 옥룡설산을 오르고 난 후 5000m를 정말 오랜만에 올라왔다.

올라오면 내려가는 길...
여유있게 쉬고 싶었지만 내려갈 길도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배도 많이 고프다.

하산길은 눈 호강 길이다
꿈에 그리던 안나푸르나 연봉들을 바라보면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도 오르내리락이 좀 있다.

버닝칸 까페에서 우연히 만나서 함께 30일 동안 긴 여행을 하고 있다.
전국구? 루체레 언니때문에 전세계가 되었다 
다들 사는곳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산에 대한 열정은 정말 같다.
함께 해서 참 좋았다.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히말라야의 산군들을 이렇게 눈에 담고 마음껏 바라보고 걷고 있다.

마나슬루를 걷는 동안 하늘에 구름을 몇번 본적이 없을 만큼 맑은 날이 계속된다.

 

하산길 풍경도 눈 호강 가득이다.

 

 

정말 꿈속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땅에 사는 사람들이 이땅이 너무나 척박해서 살길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빙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흔적만 뚜렷하다.
빙하가 다 녹는 다면 높은 고지에 사는 사람들은 물이 없어서 살수가 없겠지.

 

 걷는 동안 참을 수 없었던 욕구가 있었다.
구불 구불 먼지 가득한 길을 벗어나 똑 바로 길을 만들어 걷고 싶은 비탐 본능이다.
 길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 대자연속의 나의 존재를 생각해본다.

점심을 먹고 나니 운해가 피어오른다.

 

정말 환한 대낮 오후 2시에 운해가 일어나다니 영광스럽다.
그런데 히말라야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날씨 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5000m급 고갯길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에 넘어야 한다고 한다

 

 

 

운해쇼를 보면서 감탄을 하며 빙빙 돌아가며 하산을 완료 했다.
빔탕 롯지에  오후 네 시 반 도착했다.
17킬로를 12시간 동안 걸었다.
아직 두 다리가 멀쩡한걸 보면 정말 나도 대단하다.
다리 힘은 만만치 않아..

 

롯지에 도착하니 포터팀과 쿡팀이 먼저 도착해 있다.
아~~~ 진정한 슈퍼맨이여

라르캬 패스도 히말라야 초행길인 내게는 힘든 숙제였는데 
탈없이 무사완주를 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