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山山山

지리산 성중 종주

소연(素淵) 2024. 10. 22. 21:58

1무1박2일 지리산 성중중주를 계획했다.
전에는 28리터 배낭에 1인용 코펠과 버너를 챙겨서 밥과 카레, 짜장, 고기등을 구워먹으며 진행을 했었다.
이번에는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렸다.
단팥빵 4개와 주먹밥 4개가 전부다.

식량, 깔판, 실크이불, 베개, 우모복, 바람막이, 판초우의, 우비치마를 패킹했다.
18리터 배낭이 쑥쑥 늘어났다.
오니지 배낭은 조끼처럼 편안하게 착용을 해야 하는데 배불뚝이를 만들었다.

10시에 출발하는데 일찍 와서 잠을 청해본다.
21번 좌석인데 어찌나 넓은지 다리 끝이 앞 좌석까지 닿지 않는다.

잠을 자는 둥 마는둥 하고 있는데 불이 확 켜지면서 " 여기는 성삼재 입니다."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20분 정도이다.
눈을 뜰때 창밖에 물보라가 일고 있어서 순간 세차장인가?
아이구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잠결에 배낭을 들고 차 밖으로 나오는데
빗속으로 들어가는 심정이 영화에서 볼 때 헬기에서 전투하러 낙하 하는 장면 같았다.
오렌지 주스랑 단팥빵 한개를 먹고 스패츠 등을 차면서 산행 준비를 했다.


블랙야크 성중 종주 인증장소가 블랙야크 상점 앞이다.
첫번째 인증 장소이다.

3시1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랜턴을 켜니 안개비가 반사되어 써치라이트 처럼  비추어 반사가 심해 눈이 많이 피곤하다.
더듬더듬 빗속을 걸었다.

걷다보니 무넹기 표지판이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니 무넹기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편안한 길은 환한 낮에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이밤에는 빠른 계단길을 택해서 걸었다.

새로 단장한 노고단 대피소 불빛이 반갑다.

비가 계속 흩날리고 있다.

성중종주 프로그램 2번째 인증장소인 피아골 삼거리이다.
오늘은 앞서가는 사람도 따라오는 사람도 너무 없다.

임걸령에서 샘물을 한사발 마셨다.

반야봉 전망이 전혀 없을 것 같아서 반야봉은 오르지 않기로 했다.

삼도봉에서 요리조리 셀카를 찍어봤지만 삼도봉 표지봉이 낮아서 어렵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있다.

어둑어둑 한곳에서 셀카로 인증 찍기를 한참 했는데 한분이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삼도봉 내려 오면서 렌턴을 껐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태양은 안보이지만 일출 기분은 느껴지는 황금 빛이 퍼진다.

헛둘 헛둘 조용히 올라갔다.

세번째 인증 장소인 화개재이다.

화개재 평원이다.

스틱 없이 걷다보니 소리없이 조용조용 걷게 된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산행하는 사람들을 통 만날수가 없었다.

상념에 빠져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보니 2미터 바로 전방에서
멧돼지가 정신없이 땅에 코를 밖고 뿌리를 캐고 있었다.
정말 코앞이였다.
어~어~
너무 놀라서 비명도 안나온다.
멧돼지도 그제서야 깜짝 놀란다. 
멧돼지가 다행히 옆을 보며 뿌리를 캐고 있다가 그 방향으로 잽싸게 도망을 친다.
거기에 약간 바윗돌이 있어서 뒤뚱뒤뚱 거리며 올라갔다.
나도 그 회색, 흑색 멧돼지 엉덩이를 보다가 재빨리 앞으로 내달렸다.
혹시 다른 멧돼지 일행이 있을지도 몰라서 두리번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스틱 소리라도 났으면 멧돼지가 듣고서 도망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멧돼지 감상만 했고 불상사는 없었으니 말이다.

토끼봉을 깡총거리고 올라갔다 ㅎㅎ

가을비에 추적추적 젖은 낙옆이 밟힌다.

돌의 위장인가?
푹신한 이끼가 바위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새빨간 화려한 단풍을 실종되고 단풍보다는 그냥 잎이 말라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색감이 좋아 가을이 느껴진다.

연하천 산장이다.

열심히 비질을 하고 계시는 국공 직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백두대간 인증사진을 찍어요

안치환의 지리산이여
노래 가사 서각이 걸려있다.
" 행여 견딜만 하면 오지 마시라"
솔직히 견디기 어려웠다. ㅎㅎ

식수를 보충하고 조금 쉬다가 벽소령을 향해서 걸었다.

빛내림이 멋지다.

늘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곳인데 지나가는이가  한명도 없다.

성삼재에서 어느덧 14km 정도를 걸었다.

 
벽소령대피소 쪽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6명 정도가 내려오고 있었다.
위에서 사고가 있었나요?
네... 그런데 지게형 들것은 비어있었다.
아무쪼록 무탈했으면 좋겠다.
앞모습은 찍기가 미안해서 뒷모습을 찍었다.

이제서야 푸른 하늘이 열렸다.

단팥빵이 최고야~~~
주먹밥은 냉동실에 얼린게 잘못인지 통 먹기가 어렵다.
마치 생쌀을 씹는듯 알알이 흩어지고 맛이 너무나 없다.

30분을 벽소령에서 쉬다가 다시 세석을 향해 출발 했다.

작년 화대종주 했을때는 공사중이였는데 이제는 말끔하게 완성이 되었다.

낙석구간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떨린다.

몇년 전 성중 종주를 할때 스틱에 걸려 넘어져서 얼굴이 찍혔던 구간이다.
그때도 가을 이여서 빨간 단풍잎이 얼굴에 붙어서 피부가 찢어진것 처럼 보여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났다.
조심 조심 발 밑을 잘 보고 걸었다.

다행히 비는 거의 그쳤다.
이젠 안개가 슬슬 넘어오고 있다.

덕평봉까지 꾸준한 오르막길이다.

얼굴이 점점 초췌해 간다.
네번째 인증장소인 선비샘이다.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준 효자를 생각하며 허리를 숙여 샘물을 마셨다.

 안개는 더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위에 올라갔지만 점점  뿌연 곰탕이 되어 한치 앞도 잘 안보인다.

정말 산에 사람이 전혀 없다.
몇시간이 지나도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안개 속을 혼자 걷는다.
가끔 멧돼지 생각을 했다.
안개 속에 곰돌이가 길을 잃어 이곳에 나타나지는 않겠지?

칠선봉을 오를때 쯤 허리가 빠질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끊어질듯 아리기도 하고 엉덩이까지 아파오고 어깨도 아파왔다.
왜 이러지?

오니지 배낭은 가볍게 매야 하는데 무거워서 마치 아기를 업고 걷는것 처럼 자꾸 뒤로 빠진다.
두손으로 배낭을 받치고 걸었다.
배낭 선택을 잘못했다.
이젠 어깨도 짓 눌린듯 아팠다.
아이고 기가 빠진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보고 고개를 드니 철쭉꽃이 이쁘게 피어있다.

단풍이 물들때 꽃이 피다니
좀 어색하다. 그래도  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영신봉을 향하는길이 마지막 고비다.
으랏차차~~~ 힘을 내보자.

이거 허리 협착증이 생겼나?
디스크가 터졌나?
산행 중 이렇게 허리가 아파보긴 처음이였다.

단풍잎아 나 좀 도와줄래 
기운을 좀 다오

낙남정맥 인증 장소인가? 사진 찍을 기운도 없어서 그냥 인증을 생략하고 걸었다.

드디어 세석평전 위 헬기장에 도착했다.
수십년 전에는 이곳에서 비박을 할수 있었다.
텐트를 치치 않고 팩을 박지 않으면 비비색으로 잘수 있었다
그때 보았던 은하수 별빛은 어디로 가고 운무속에 갇혔다.

갈수록 초췌해 져가는 얼굴이 보인다. 

방 배정을 받느라 한참을 기다렸다.

힘도 없는데 2층에 침상이 있다.
얇은 다이소 깔판을 깔았더니 역시나 딱딱해서 등이 배긴다. 모포대여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침낭 라이너라도 가져오길 잘했다.

그래도 허리피고 누우니 살 것 같다.
단팥빵 한개를 맛있게 먹고 누었다.
홀가분한 기분이다.
옆 자리에 있는 분들이 다들 저녁 먹으로 나갔다.

그렇게 많이 아팠던 허리가 누우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천왕봉 일출을 없을것이다. 
생각하고 6시 넘어서 기상하고 촛대봉에서 여명이나 봐야지 하고 잠이 들었다.
옆자리에서 자던 아빠랑 함께 종주를 하던 아가씨가 새벽 3시17분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덩달아 그 순간에 깨어나서 나도 짐을 다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신발장 열쇠를 배낭 깊숙히 패킹해서 다시 한참을 찾았다.
준비를 재빨리 하다보니 혼자 세석을 향해서 걷고 있었다.

침상에서 내려올때는 발 뒤꿈치도 조금 아팠는데 등산화를 신고 걸어가니 몸이 가뿐하고 말짱하다.

한치 앞이 안보이는데 혼자 출발을 했다.
옛날 사람들의 야밤도주는 진짜 목숨을  담보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 뿐만 아니라 늑대 등 큰 짐승이 살던 시대에  그믐날 야밤에 산을 넘어 도주한다는것은 

 정말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많이 죽었으리라...
컴컴한 밤중에  적막한 산길을 걷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촛대봉은 형체도 안보인다.
그냥 감으로 촛대봉 근처임을 알았다.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걷다보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연속해서 떠올랐다.
친하니까?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선약을 하고도 새로운 약속이 생겼을때 
쉽게 변경을 요청했던 적이 있었다.
친하니까 더 소중히 생각해서 그 약속을 더 지켜야 했는데
편하다고 생각해서 실수를 했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틈에서 나온 엇갈린 감정들이 또 다른 악감정을 가져오고 관계의 어긋남을 겪었다.
어긋났느냐? 어긋냈느냐?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관계의 단절이 너무 힘들었다.
전에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 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겠다.
어두운 밤에 터벅터벅 걸으면서 생각을 이어갔다.

40분간 안개비 내리는 산길을 홀로 걸었다.
출발 할 때 손이 시러워 장갑을 두개 꼈는데 빨간 장갑이였다.
한참을 걸으니 열이 나서 장갑을 벗고서 배낭 가슴줄에 매달았다.
움직일때 마다 빨간 장갑이 눈앞에 쑥 올라왔다 내려갔다.
" 빨간 장갑 줄까? 파란 장갑 줄까? "
 이 생각이 났다. 안무섭다고, 안무섭다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쿵 하고 쓰러졌다.
몇달 전 봤던 고민시 주연의 스릴러 살인 장면이 떠올랐다.
안무섭다고....

나무가 없는 능선길에 오르니 약간 줄어드는 보름달이 안개 속에서도 뿌옇게 비췄다.
바위 옆 얼굴이 순해 보였다.
아름다운 연하선경을 안개속에 컴컴한 곳에서 걸었다.
천왕봉 일출을 못보니 좀 늦게 출발해서 연하선경이라도 밝은 곳에서 걸어야 했다는 후회를 했다.

장터목 산장도 조용하다.

보통은 여러개의 불빛이 보일텐데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칠선계곡 상단을 넘어왔던 생각이 났다.
참으로 힘들었던 산행이였다.
오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였다.

고사목 그림자도 볼수 없는 흐릿한 날이다.

안개가 짙어서 천왕봉 한방향으로 걸어가는데도

가끔씩 홀린 듯 이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천문이다.

대청봉 근처에는 사람들이 있다.

다운패 딩을 입지 않아도 견딜만 하다. 
바람이 불었지만 각오한 것 보다는 춥지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인증 사진을 직었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뒤에서도 사진을 찍다보니 어수선해졌다.

일출을 못본다면 운해라도~~~보여주길 기대했지만

오늘은 곰탕 맛이다! 

안개 속에 있다보니 방향 감각이 둔해졌다.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중산리 가는 길을 찾았다.

중산리에서 올라와서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법계사를 향해 내려가는데 기온히 심상치 않다.
바람이 거세지며  추위가 갑자기 느껴진다.
오싹한 기분이 든다.

늦은 아침이다. 세시부터 움직였는데 7시가 다 되어 마지막 남은 빵 한개를 꺼냈다.
시행착오다. 빵은 최소한 5개가 필요하다.
출발때 1개, 아침1개, 점심1개, 저녁1개, 담날 아침 1개 이렇게 5개가 필요하다.
1개가 부족해서 아침에 반개 점심때 반개를 먹었다. 
중간에 먹으려 했던 주먹밥은 딱딱해서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남은 주먹밥 2개는 최후의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있다.

 

개선문이다 ㅎㅎ

내려오는 길에 뒤 돌아보니 조금씩 안개가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 일찍 내려왔다.
시간이 많이 남아 108배라도 하고 싶었지만 뱃속이 부글부글해서 포기했다.
전에 성중 종주때 108배 한적이 있어서 쉽게 포기했다.
성중종주 인증장소이다.

로타리 대피소는 한참 공사중이다 
올 연말에 완공한다고 한다.
전에 순두류 쪽으로 하산을 해서 버스를 못타고 아스팔트길을 내려온적이 있어서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칼바위 쪽으로 하산을 했다.

자~~~
칼바위를 향해서 가자.

멀리 보이는 봉이 웅석봉인가?

쉬엄쉬엄 내려오다 보니 풍경 좋은 곳이 나온다.

배낭을 내리고 바위에 앉았다.

오니지 배낭이 조금은 홀쭉해졌다.
등산스틱이 아직까지 배낭에 꽂혀있다.
무릎보호 때문에 늘 스틱을 사용했는데 지난 목민심도 중주뒤로 배낭이 가벼울때는 스틱없이 산행을 해보고 있다.

이번에는 하산완료까지 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끼고 아낀 마지막 단팥빵 반쪽이다.
맛있게 꿀꺽했다.

둘째 딸 다예가 사준 영양제도 함께 마셨다.

나무계단에 타이어매트가 없으니 내려 갈 때 무릎에 충격이 더 간다.
누군가 폐타이어매트가 미관상도 안좋고, 타이어고무가 몸에도 안좋다고 해서 민원이 들어와서
설악산, 지리산등 국립공원에서 제거 중이라고 한다.
난 반대인대... 내 목소리는 전달이 안됐다.

무작정 뜯어낸 자리가 안타깝다.

칼바위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올라가는 길은 사실 가장 빠른 길일뿐 특별한 비경이 없다.
그래서 그 길에 있는 칼바위가 명성을 얻고 있다.

중산리 계곡 물소리가 맑다.

느릿느릿 내려왔지만 다 내려왔다.

성중 종주 마지막 인증 장소다.
11시가 안돼서 내려오다니 너무 빨리내려왔다.
2시에 버스가 출발하니 아직도 3시간이나 남았다.

역시 공단직원분이 사진을 찍어주시다 탐방 안내소보다 저 곰돌이 앞에서 찍는게 멋지다고 다시 찍어주셨다.

진짜 인증장소인 탐방안내센터는 한참 공사중이다.

거북식당에서 온수로 샤워를 하고 비빔밥과 막걸리를 시켰다.
막걸리 한병을 시키니 사장님이 한병은 많다고 반병을 주셨다.
반병도 많이 주셔서 양이 많아보인다.

니들이 비빔밥 맛을 알아?
단팥빵만 이틀간 먹다가 밥을 먹는 맛을 아냐구? ㅎㅎ
38km를 걸었다
꿀맛은 이럴때 느끼는거다

남는시간을 때우느라 한시간 동안 야금야금 막걸리를 마셨다.
기분이 좋다~~~

아직도 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유튜브로 정목스님의 천수경 우리말 낭독을 들으면서 잠을 자야 겠다.

자다가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는데 주먹밥 2개가 남았다.
주먹밥 작전은 실패했다. 차라리 삶은 달걀이나 인절미가 나을듯 하다.

순토시계로 트레킹 지도를 만들었는데 명선봉에서 중단이 되어서 다시 시작했다.

입체적으로 걸었던 능선길을 재현하니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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