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벌개미취가 하늘거린다.
가을 가을이 온다.
또?
" 난 이 길이 좋아 "
붉게 물들기 시작한 화살 나뭇잎
봄의 연초록 새순 만큼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이 살랑살랑 오는 소리가 들린다.
" 늘 산에 다니는 사람 맞아? 빨리 좀 와 "
늘 똑 같은 말을 한다.
" 글게 왜 산을 오를때는 늘 숨이 찰까? 헉헉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것 같아... "
사목교를 오를 때도 늘 같은 말을 한다.
" 왜 이렇게 만들었지? 걷는데 불편하게 "
아치형으로 둥글게 만들다 보니
타이어고무 바닥이 둥근 부분에서 튀어나와 발에 자주 걸린다.
그래도 이길을 걸을 때 마다 똑 같은 불평을 하는 모습이 참....
하긴 듣는 내 반응도 한결같기는 하다.
국립공원안에 있는 산을 오르다보면
늘상 보이는 팬스, 접근금지 울타리가 가끔 답답하게 여겨진다.
송추폭포가 힘차게 내려오는 모습이다.
가을장마가 내려서 그런지 수량이 풍부해서
송추계곡 산행 내내 우렁찬 물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금줄을 넘어
돌을 잘도 올려놨다.
보통의 균형감각을 넘어선 재주이다.
" 단풍나무가 많아서 10월에 오면 멋질것 같아 "
내 반응에 한결같은 대답이 들려온다.
" 여기 보다는 사패산으로 올라가는 그 곳이 단풍은 최고야 !
가을 단풍은 사패산으로 올라가는 길이야 "
그냥 둘이 같이 다니지 말고
늘 답정너인 테잎하나 들고 다닐까 보다.
"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인가봐? 유난히 도토리가 보이네 "
" 지금 바닥에 있는 것은 작년 도토리야 , 작년이 풍년이었겠지 "
같은 감탄에 같은 지적을 계속하는 나도 참 답답한 존재인것 마찬가지다.
그런데 산에 다람쥐가 줄었나? 도토리가 산길내내 이어지네
아까 산을 오를때 봤던 고양이 때문일까?
푸른 도토리도 떨어져서 익어갈까?
거친 바람에 미리 떨어진 도토리는 설익은 도토리인데
다람쥐가 맛없다고 싫어할까?
산행길 내내 도토리가 순간 화두처럼
마음을 잡고 늘어진다.
하늘과 바람과 시
이 마음 닥치는대로 굴러 가건만
바꿔지는 곳 자기도 실로 모르나니
천만번 굴러가도 하나인 줄만 알면
기쁨과 슬픔에 속지 않으리
- 해안큰스님 역 -
아오리 사과가 새콤달콤 맛있다.
무알콜 산행의 시대가 열렸다.
생김새는 며느리 밥풀꽃인데 풀잎 모양이 가늘어 달라보인다.
벌과 나비가 쉴새없이 날아든다.
작년 비슷한 시기 맑은날 이 장소에서 낮잠도 잤다.
그런데
그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넘 다름을 알겠다.
1년간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
.
.
諸行無常
형성된 모든 것은 소멸하는 법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은 말 할 수 있는 것과 말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고 했던가
걸어가는 내내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번뇌를 가져온다.
버섯밭이네 하고 지나갔는데
이 버섯이름은 땅느타리 이고 정식명은 흰털깔때기 버섯이란다.
식용버섯이 아니고 독버섯인가? 했는데
먹을수는 있지만 맛이 없어서 따지 않는 버섯이란다.
맛 좋은 버섯들은 숨구멍만 내어도 다들 눈독을 들이니
오래 살 자유가 없다.
독버섯도 아니면서 자유롭게 지천으로 자랄 자유가 있는 버섯이라니
이 버섯 팔자가 부럽다.
작년에도 여기서 하산했는데 오늘도 역시나 오봉은 닫혀있다.
작년 핸드폰을 떨어뜨린 곳이다.
새로산 핸드폰도 어디서 멍이 들었는지
카메라 렌즈 세개중 두개가 금이 가있다.
구름을 마주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일어설 줄을 모른다.
하늘 빛이 고운 초가을이다.
여성봉 위 쪽 풍경이 곱다.
앞선 모녀가 촬영을 부탁하여 역시나 품앗이 사진을 얻었다.
여성봉 뒤쪽에 바위가 있어서 올라갔다.
아이쿠나 미끌미끌
겨우 올라와서 웃는다.
" 왜 그래? "
" 바위 손 놓은지 언제인데, 몸이 둔해져서 이젠 못 올라가겠어 "
송추계곡- 자운봉- 오봉- 여성봉으로 가는 길은 다 좋은데
늘 하산길이 참 힘들다.
급경사도 경사지만 온통 돌계단 길이라 무릎이 걱정이다.
다음에는 절대 여성봉쪽으로 하산 안한다.
그런데 늘 자운봉 쪽으로 가면 오봉도 보고 싶어 이 길로 하산하게 된다.
까마귀 고기 언제 먹었나?
송추식당의 자연산 버섯 전골은 늘 맛있었다.
다른 요리도 먹고 싶지만 연속해서 갈때마다 네번이나 버섯 전골을 먹는다.
내어 주시는 반찬도 언제나 맛있다.
근데 오늘은 맛이 좀 변한듯 하다
더 매워지고 버섯량은 확실이 줄었다.
대신 감자와 무우가 그 빈자릴 채웠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매운버섯 전골과 부추김치, 노각무침, 고구마순 무침이 엄청 맛있어서
한공기의 밥으로는 약간 모자랐다.
밥 한 공기를 추가 했는데
재성씨는 안먹어서 혼자 두 공기 밥을 먹었다.
배가 터질것 같았다.
힘들었다.
한 공기의 사랑을 강조하는 강신주샘도
어느날 두 공기밥을 먹고
지금처럼 힘들었나 보다.
저녁도 못먹고 아침까지도 배가 빵빵해져서 너무 힘들었다.
다예가 엄마 생각나서 사온 무화과를 거절 못하고 먹었더니 죽겠다
" 나 두고 어디갔냐고 !!! "
하루종일 예민해진 모모때문에 다예 잔소리도 길어진다.
" 분리불안증 고치고 나가라고 ?